은총이와 함께하는 철인삼종경기 후기 67 (2015.9.13) 철인 이광원
인간은 보통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소유했을 때 기쁨을 느낀다. 그래서 어른이 된 뒤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장난감을 요구한다. 새 사이클, 새 카메라, 새 차, 새 스마트폰, 새 집 등. 경제력을 고려하지 않은 엄청난 지출로 가족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하고, 결코 소유할 수 없는 존재(인간)를 소유하려 안달하다 비극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경기를 하거나 여행을 가는 것은 존재자체를 즐기는 행위이지 뭔가를 얻기 위한 행동은 아니다. 아마추어가 경기에 참가하는 것은 단순히 PLAY(놀기) 위한 것으로 참가가 즐겁지 않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 노는 일에 우린 너무 많은 열정과 시간을 투자하고 심지어 자신의 건강까지 헤치지나 않는지 심각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훈련:
우린 매일 조금씩 죽어 가고 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영원히 살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세포의 노화를 멈추게 할 방법은 없다. 열심히 훈련하면 잘할 수 있을 꺼 라는 생각은 미련하고 어리석기 조차하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훈련보다 휴식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강한 자극을 받은 근육은 최소한 48시간의 회복시간이 필요하다. 젊은 날의 기록을 머리 속 깊이 간직한 철인은 불행하다.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기록에 자신의 육체가 손상되고 있다는 현실을 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오래 운동하고 싶다면 운동시간을 더 줄여야 한다. 중요한 건 결코 기록이나 입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5.9.13
서울 사는 사람에게 가장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는 유일한 대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침에 차로 30분, 대회가 열리는 상암 한강공원에 도착했다. 날씨도 청명하고 기온도 적당하여 경기하기엔 최고의 조건인 것처럼 보였다. 한강에 뛰어들기 전만해도…
7000여 만원 참가비 전액이 한국 최초 장애인 병원건립을 위한 모금에 전달되었고 Rolling down 방식으로 수영 스타드가 8시에 시작되었다.
수영(1.5km):
뭍에 사는 동물에게 물은 아무리 오래 연습해도 역시 부자유스러운 곳임에 틀림없다. 30년 가까이 아침마다 공을 드려도 물은 계속 우리를 거부하고 있다. 심기가 틀어진 용왕의 분노일까 강속에 떨어진 인간을 나무토막처럼 내몰았다. 아비규환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현장이다. 바다에서 배에서 떨어지자 바로 100m 정도 튕겨 나갔던 강한 충격 이후 가장 강한 조류를 만난 느낌이다. 라인은 엿가락처럼 흘러내렸고 수많은 선수들이 뒤엉켜 처참한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놀러 나온 참가자에게 이보다 더한 고통은 없었을 것이다. 많은 선수들이 수영에서 포기하고 또 일부 선수들은 살기 위해 코스를 이탈했을 것이라 판단된다. 이 절대 절명의 지랄 같은 상황이 내겐 오히려 기회가 되었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 0:36:38 T1: 0:03:20 )
사이클(40km):
가장 좋은 코스는 그냥 갔다 바로 오는 코스일 것이다. 도로사정상 어쩔 수 없었겠지만 좁은 도로 6바퀴를 1000여명의 선수가 사이클 타기에는 좋은 조건은 아니다. 드리프팅 존을 벗어나기가 절대 쉽지 않다. 여기저기 사이클이 뒤엉켜 안전을 생각해야 할 상황이다.
돌다 몇 바퀴 돌았는지를 잊어버렸다. 마지막 바퀴 같은데 거리는 36km 밖에 안되고 한 바퀴를 더 돌아야 하나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을 때 60대 강자 박종섭 형님이 옆을 지나갔다.
“ 몇바퀴 탔어요?”
“ 마지막이야”
“ 몇키로 나왔어요? “
“ 36km “
전체거리는 37.1km 로 나왔다. ( 1: 05: 11 T2: 0:01:21 )
런(10km):
바꿈터를 벗어나 흙 길, 언덕 등으로 구성된 코스로 뛰쳐나갔다. 올림픽코스에서 초반에 근 전환한다고 천천히 뛰는 것은 기록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중을 생각하지 말고 뛸 수 있는 최고 속도로 뛸 필요가 있다. 초반에 잃은 시간을 후반에 보상받기란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4분 20-30초 사이로 계속 뛰었다. 1키로 미터 마다 거리표시를 해두어 페이스를 확인하기가 정말 좋았다. 주최측의 작은 정성이 선수들에겐 큰 보탬이 된다. 대부분의 철인경기 코스엔 거리표시가 없고 거리도 제 맘대로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반환점을 돌아 2분30초 정도 왔을 때 같은 에이지부 강자 두 명을 만났다. 그들이 나를 추월하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 마지막 1km 지점에서 나의 전매특허 스파트를 해야하는데… 인간은 영악한 동물이다. 고통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을 때 인간은 더 이상 고통을 받아 드리려 하지 않는다. 마지막 1km 거리가 정확하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 전체10.4km ) ( 0:46:58 Total: 2:33:26 )
Finish Line:
서울에서 열리는 경기라 강자들이 다 나와 잘하면 5등정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운 좋게 김진섭 선수에 이어 2위를 했다. 나만 수영에서 힘든 게 아닌 모양이다. 유속이 그렇게 안 빨랐다면 수영에서 그렇게 많은 차이가 나지 않았을 것이고(3위와 5분차이) 사이클에서 2분, 런에서 2분 차를 절대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게임하는 모든 사람은 이기기 위해 노력한다. 그게 게임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순위가 없고 기록이 없다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굳이 시합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항상 승자가 될 수는 없다. 소유가 아닌 존재적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승패보다 더 큰 의미를 그 순간의 추억을 더욱 오래도록 간직하고 음미함으로 성취의 감동을 유지시키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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