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철인삼종 (트라이애슬런) 대회후기 69 (2016.5.15) 철인 이광원
인간은 급작스럽게 자신의 삶이 달라지는 걸 원치 않지만 변화 없는 권태로운 삶도 못 견딘다. 그래서 우린 계속 무언가를 찾고 거기에 가치를 부여하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습성이 있다. 이게 지나치면 종속관계가 바뀌어(소위 중독되면…) 인간이 주인이 아니라 노예의 신분으로 전락하게 된다. 술, 도박, 게임, 운동, 종교 등이 인간의 소일거리가 아니라 우리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주인으로 군림하게 되면 우리의 삶엔 자유가 없어지고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사라져 버린다.
게임에 빠진 부모가 아들을 방치해 죽음으로 몰고 간 뉴스는 극단적인 사례라 할지라도 그 피해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운동이 건강에 좋다 해도 인생의 모든 것은 될 수 없다. 프로선수이상으로 하루의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훈련에 투자하거나 부상이 있어도 훈련을 그만둘 수 없는 상태거나 정해진 훈련을 하지 못하게 되면 죄책감을 느끼거나 우울해 지는 현상은 중독수준이라 할 수 있다. 운동은 건강을 위해서 해야 하고 하는 동안 행복해야 한다. 저 강도의 많은 시간이 투자되는 장거리훈련은 육체뿐 아니라 영혼까지 피곤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난 올림픽코스를 가장 선호한다. 7번의 아이언맨 코스는 해냈다는 자부심보다는 왜 이걸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통스런 기억이 더 크다.
훈련:
운동에 필요한 심폐기능이나 근육은 자극을 준 후 휴식할 때 강하게 만들어 진다. 운동 후 적당한 휴식기간을 주지 않는다면 운동이 아니라 노동이 될 뿐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쉬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기록을 잡으러 더 많은 훈련에 몰입함으로 치명적인 부상이나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풍선을 불면 계속 늘어나지만 한계에 도달하면 터져버리듯이 인간의 육체는 한계가 정해져 있다. 자연에 역행하는 생활은 결코 인간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훈련을 반 이하로 줄여 기록이 더 좋아 졌다는 data를 묵과해서는 안되겠다.
2016.5.14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해야 한다는 게 너무 싫다. 쉬고 쉽다는 와이프를 욱박질러 지옥으로가는 동반자로 삼았다. 대구까지 5시간 더 걸려 수성 못에 도착했다. 등록하고 동생 집으로 갔다.
2016.5.15
6시에 일어나 떡 하나 바나나 하나 먹고 대회가 열리는 수성 못으로 갔다. 화창한 날씨에 잘 정리된 공원의 정경이 명품대회를 예고하는 것 같다. 특이하게 시합 전 아름다운 무희들의 벨리댄스 공연이 있었다. 9시 조금 지나 시합이 시작되었다.
수영 (1.5km)
장거리 자유형은 체력이 가장 많이 소비되는 운동중의 하나로써 물의 저항을 적게 받는 자세를만드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난 주로 원터치 수영과 갈 때 오른쪽/ 올 때 왼쪽 숨쉬기를 훈련한다. 수영이 많이 편해진 건 사실이다. 파도나 조류등이 있는 바다나 강수영보다 호수에서 하는 수영이 가장 기록이 좋다. 기록이 좋은 동호인 선수들을 먼저 출발시켜서 예전 같은 몸싸움은 거의 없었다. 물 온도도 적당하고 수질도 많이 좋아졌다. 750m 두 바퀴를 돌아 큰 무리 없이 수영을 끝냈다. (0:27:15)
사이클(40km)
호수에서 빠져 나와 거리에 만들어 둔 바꿈터까지의 거리가 꽤 멀고 미끄럽고 가파른 계단을 지나게 되어 있다. 언제부터 바뀌었는지 몰라도 예전 좁은 도로보다 더 위험해 진 것 같다. 기다시피 계단을 내려와 바꿈터로 갔다. 슈트가 잘 벗겨지지 않는다. 신천대로를 완전히 막아 완벽한 교통통제가 이루어 져 가장 안전한 대회가 될 것 같다. 훈련량이 적어 걱정했는데 훈련은양 아니라 질의 문제라는 내 생각을 굳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언덕없는 평지, 평탄한 노면, 2바퀴 왕복코스등이 기록을 더 좋게 만든 것 같다. (1:08:39)
런(10km)
수성 못 주위 평탄한 흙 길을 5바퀴 도는 런 코스는 최상이다. 그러나 뛴다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행위는 별로 없다. 더 빨리 뛸수록 고통은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 난다. 분명 우린 고통을 감내하면 기록은 더 당길 수 있다. 숨 넘어갈 것 같은 고통을 당하면서도 기록을 좀더 당겨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영악하다. 고통에 비해 주어지는 이득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 버린다. 마지막 바퀴 결승점을 거의 100m 앞에 두고 작년까지 강력한 경쟁자였던 이상호선수를 만났다.
“ 형님 여전히 잘뛰시네요”
“ 어 아직 여기 있음 어떻하지…”
이상호 선수가 스퍼트를 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바퀴라 이미 속도를 올린 상황에서 더 빠르게 뛰다는 건 엄청난 내공이 필요하다. 그가 나와 같은 에이지 라면 분명 그와 선두다툼을 벌렸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잠재적으로 누군가에게 진다는 사실을 두려워한다. 그건 어쩌면 생존경쟁에서 패배자가 된다는 막연한 심리일 것이다. (0:45:52 Total= 2:21:45)
FINISH LINE:
거리가 멀어 등록 마지막 날 까지 참가를 고민하다 5년 만에 다시 찾은 대구대회는 내게 큰 기쁨으로 보상했다. 청명한 하늘과 맑고 잔잔한 호수, 사이클의 속도감을 만끽하게 만들어 준 완벽히 통제된 신천대로, 더 넓어지고 흙으로 잘 다져진 호수 주변 런코스, 푸짐한 상품, 어느 것 하나 부족하게 느껴 지는 게 없는 명품대회 모습그대로를 보여 주었다. 더욱이 좋은 기록으로 우승까지 할 수 있어 더욱 기뻤고 와이프의 환호성을 들을 수 있어 더욱 보람이 있었던 것 같다.
http://triathlonmania.tistory.com/
제12회대구시장배 전체기록_Results_0516(1).x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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