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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철인삼종(트라이애슬런) 경기 후기 71 (2017.4.30) 철인이광원


대구 철인삼종(트라이애슬런) 경기 후기 71 (2017.4.30) 철인이광원 

인간이 완전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문화는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항상 만족하지 못하고 우울하고 금방 싫증내고 

뭔가 다른 자극적인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불완전한 동물이 변태적으로 만들어낸 스포츠중의 하나가 철인삼종일 

것이다. 사실 극단의 고통을 유발하는 3가지 종목을 쉬지 않고 10시간 이상 지속한다는 건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불가능하다. 고통은 더 이상 육체적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신의 선물이지만 Triathlete은 신의 섭리에 도전하여 

극복하는데 이상한 희열을 느끼는 족속들이다. 

우린 항상 도전은 아름답고 꿈을 크게 가져야 크게 성공한다고 배워왔다. 그래서 목숨을 거는 무모한 도전도 마다

하지 않았고 그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즐거움을 희생했지만 결국은 좌절과 패배감만 남았다. 아무리 꿈을 크게

 꾼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성공을 이룰 수는 없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지나친 

경쟁사회의 교육이 나은 병폐중의 하나이다. 먹고 사는 문제뿐만 아니라 취미에서 조차 우리는 목숨을 걸고 있다. 

훈련: 


우린 항상 크고 작은 부상과 사고에 시달린다. 기록은 운동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몸 관리에 달려 

있다. 주말 사이클 달리기훈련 후 테니스치는 게 너무 힘 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테니스로 다친 오른쪽 어깨가 

계속 아프다. 모든 걸 다 잘하고자 하는 건 욕심일 뿐이다. 겨울 동안 적은 운동량으로 기록향상을 추구하는 국내 

유일의 명 코치 서형영의 지도로 사이클 훈련을 주 3회 받았다. 힘이 아닌 페달링으로 사이클 타는 방법을 연마했다. 

겨우 몸을 만들었다고 자부했는데 3월 들어 2주 동안의 호주자동차 여행, 팔라우 다이빙 여행으로 균형이 모두 깨져 

버린 느낌이다. 

2017.4.29 



연휴 꽃놀이 가는 차량 때문인지 5시간 더 걸려 어둠이 짙게 깔린 대구 수성 못에 도착하여 등록하고 동생 집으로 갔다. 

대회 전날은 아니라고 부정해도 우리 몸은 긴장하고 있다.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그나마 남은 기력을 모두 소진해 

버렸다. 

“대회에 형님보다 더 나이 많은 사람은 없지…” 
“아니 나보다 더 나이 많은 사람도 많아…” 
“에이 말도 안되… 이제 좀 그만하지…” 
“그래야 되는데…” 
(안 되는 이유가 뭘까? 나도 모르겠다.) 

도저히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우는 동생의 배웅을 받으며 새벽같이 집을 나왔다. 

2017.4.3 



바람이 불고 수온이 조금 낮았지만 하늘은 청명했고 대회 치루는 데는 이상적인 날씨처럼 느껴졌다. 900명 가량의 

선수들의 참가로 주차할 공간 찾는데 시간이 걸렸다. 애초에 주차장이 따로 없어 도로에 주차해야 하는데 수성 못 

주위 도로도 만원이다. 행사의 하나로 작년에 이어 벨리댄스 공연이 있었다. 열심히 준비한 무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곧 차가운 호수 속으로 뛰어 들어야 하는 선수입장에서는 별 감동이 없다. 

수영(1.5km) 


수온이 수영하기에는 많이 낮아 보였다. 팔이 아파 준비해 온 소매 없는 슈트를 포기하고 소매있는 슈트를 입었다. 

긴 슈트는 팔의 움직임을 상당히 제약하여 기록이 더 나쁘다. 우선 출발자는 동시 출발이었고 나머지 선수들은 롤링

스타트였다. 아무 방해도 없는 수영장에서의 수영과 적들과 살을 부딪치며 하는 전투 수영은 많이 다르다. 물도 먹을 

수 있고 여기저기서 날라오는 적들의 팔과 다리를 방어해야 한다. 수영장에서 그렇게 연습한 팔 꺽기가 왜 안 되는지 

모르겠다. 자세를 생각하기에는 너무 여유가 없다. 빨리 이 전쟁터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뿐이다.(0:28:08) 

사이클(40km) 



어디서 부는지도 모르는 바람이 세차게 신천대로로 몰아쳤다. 기아를 가급적 올리고 페달링으로 갔다. 30km 까지는 

그럭저럭 탔는데 지치기 시작했다. 불어 오는 바람을 헤쳐 나가기가 너무 힘든다. 정상을 항해 도전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그러나 정상에 도달한 사람은 이제 내려 올 일만 남았다. 매 번의 똑 같은 시합이 도전일 수는 없다. 

조금 기록을 당긴다고 해도 별다른 감동은 없다. 특별한 일도 되풀이 되다 보면 일상화 되어 버린다. (01:11:55) 

런(10km) 


바꿈터에서 3일 동안 누워있었다는 age부 최강자 김백운씨를 만났다. 출발하자 말자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온몸이 천근만근이다. 예전 같았으면 따랄 갈 흉내라도 냈겠지만 체력도 안되지만 열정도 없어 진 것 같다. 

이제 대회 나오는 건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만 머리에 가득하다. 3바퀴째 익숙한 거친 숨소리와 발 자국소리가 

뒤에서 다가왔다. 훈련파트너였다. 날 추월하여 조금씩 거리를 벌려 나갔다. 따라 가야 한다는 건 우리의 머리가 

내리는 명령이고 이 명령을 받아 실행 해야 하는 육체가 움직여 주지 않는다. 

“No pain, No gain” 은 투지에 넘치는 운동선수들에게는 잊어서는 안 되는 구절이나 흥미를 잃어버린 아마추어 

선수에게는 아닌것 같다.  투자와 고통에 비해 얻을 게 뭔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겠다.(0:49:24) (Total= 2:29:25) 

Finish Line 



작년보다 무려 8분이나 늦은 기록으로, 특히 런에서 4분이나 늦었다는 자괴감이 여기를 통과할 때 순간적이나마 

느꼈던 짜릿한 희열을 가로 막고 있었다. 아마 인간이 제일 싫어하는 일은 늙고 죽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애써 늙고 죽어 간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잊고 있었던 그 슬픈 현실을 일깨워 주는 게 기록이 아닐까? 올해 에이지

부에서 올라 온 김백운, 이재범에 이어 3위로 입상했다. 운동시간을 더 줄이고 회복에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할 것 같다. 

http://triathlonmania.tistory.com


최경수 17-05-10 20:50
 
아우님 마침 법원애 갓다 왓는대 변호사가 나보고 누가 글을 씃냐고 뭇기에 
아무말도 못헷네 제판 끗나고 한번 더 도싸게시판에 올리라고 권유 하던대 
변호사(국선)는 별로 변호를 안하더라고 아우님 글솜씨 기가 죽언 모양이야
     
이광원 17-05-12 22:01
 
댓글 감사합니다. 말도 안되는 소송 꼭 이기시기바랍니다.
장분선 17-05-11 15:31
 
멋진 후기 읽어면서 
그날의 생생함을 다시 한번 되살려 봅니다 

저도 미리 가서 친구들과 밤을 새며 놀았드니 
그 보상을 축~ 쳐진 기록이 말해 주더군요.. 

선배님 
멋지십니다 ~~~
     
이광원 17-05-12 22:04
 
감사합니다. 겨울 로라훈련 덕좀 보셨나요? 기록보다 줄겁게 운동하면 되죠
윤오중 17-05-12 16:09
 
잘 읽었습니다. 
대구에서 먼지바람을 맞으며 뛰었던 추억이 되살아나는 듯해서 
감사하네요 

멋진 
선배님께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최고예요
     
이광원 17-05-12 22:06
 
댓글 감사합니다. 작년보다 바람이 심해서인지 기록들이 다 안좋다네요.

대구대회+기록.xls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