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70.3 하프아이언맨대회 68 (2015.10.4) 철인 이광원
대부분의 인간은 자유롭게 살기를 원한다. 자유란 자기의지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음도 불사한 호모사피언스는 그 어렵게 쟁취한 자유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심적 갈등을 느낀다. 예전에는 도저히 누릴 수 없었던 존엄과 자유가 도리어 우릴 불안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구속하고자 하는 강한 욕망에 사로 잡히게 된다. Triathlon 은 육체를 극단적으로 구속하여 심적 자유를 희구하는 게임이다. 왜 인간은 스스로 자유롭지 못할까? 그 섬광처럼 짧은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더 큰 고통의 나락으로 자신을 내 몰아야 할까?
2015.10.03
( 구만제 저수지: 수영출발지와 바꿈터가 작년과 달라졌다.)
구리에 사는 백승엽씨 집으로 이동하여 그의 차를 타고 구례로 향했다. 누구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인간의 편하고 쉽고 안락하게 살고자 하는 DNA 속에 숨겨진 code와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승엽씨의 운전으로 책보며 편하게 구례에 왔다는 게 미안하고 고맙다. 구례공설 운동장에서 등록하고 구만재 저수지에 사이클 거치시키고 저녁 만찬에 참여했다. 술도 한잔 하고…
( 전야제에서 프로출전 선수들을 소개하고 있다)
매년 보는 우리또래의 철인들의 수가 계속 줄어 든다는 느낌이 든다. 그들은 아마 신선이 되었을 것이다. 육체의 자학 없이도 진정 자유로울 수 있는 그들이 부럽다. 이순(耳順)의 나이에도 아직 해탈하지 못하고 고행의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2015.10.04
새벽에 일어나 집에서 밤새 달인 오리백숙을 데워 같이 온 식구들을 초대했는데 승엽이만 조금 먹고 그대로 남았다.
수영(1.9km):
작년 짙은 안개로 1시간이나 지체되고 거리도 500m 만 수영했던 악몽을 화창한 한국가을 하늘의청명함이 몰아냈다. 출발코스가 달라지고 바꿈터도 이동되어 수영 끝나고 긴 다리를 뛰어 오는 고통을 줄여주었다. 깨끗한 물과 아름다운 정경이 어우러진 여기 만큼 수영하기 좋은 곳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롤다운 방식으로 두 명씩 출발시키고 부표를 100m 마다 두고 중간에 라인을 없애 버려서 인지 몸싸움이 거의 없어 기록내기는 좋은 조건처럼 생각되었지만 2주 전부터 시작된 감기로 가래가 계속 끓어 올라 호흡하기가 너무 힘 든다. 오른쪽에 라인이 안보이니 스토로크 5번 -10번 정도하고 전방 노란 부표를 확인하며 코스를 이탈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수영은 근력이 필요한 운동이다. 사이클 사고로 왼팔을 다치기 전 이틀에 한번 꼴로 턱걸이 30개씩을 했는데 1년 6개월도 더 지난 지금은 연습해서 겨우 5개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록이 나빠졌다고 변명하고 싶진 않지만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0:41:56)
사이클(90km):
지난 2번이나 참가했지만 사이클코스가 거의 평지라고 믿고 있었던 이유를 모르겠다. 은근히 언덕이 많고 바람도 심심찮게 불어와 당황스럽다. 섬진강의 짙은 녹색물결과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의 아름다운 자태, 인구 27,000명의 작은 구례구민 중 1,000명 가까운 자원봉사자의 열띤 응원이 지친 허벅지의 고통을 조금은 덜어 주는 것 같다. 아이언맨 로고가 새겨진 투명물통을 보급소에서 주었다. 가지고 있던 오래된 물통을 버리고 새 물통 두 개를 전리품마냥 가지고 돌아온 게 이번 대회 최고 소득일 것 같다. (2:48:18)
런(21km):
완전 석고화되어 버린 다리를 이끌고 런이 시작되었다. 목표를 1시간 43분 정도로 잡았다. 그 정도는 충분히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10km 정도를 넘어서자 지치기 시작하면서 속도가 계속 떨어지며 포기하고 싶은 충동이 가시지 않는다. 하루 8km 정도 뛰는 것은 건강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대회에 나와 기록과 경쟁자들과 다투며 뛴다는 건 거의 미친 짓 처럼 보였다. 고통에 비해 얻을 게 별로 없어 보인다.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완주한다고 뭔가 큰 선물을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5km 정도 남은 시점에서 경쟁자 이승선수가 날 앞질러 속도를 높여 나간다. 이미 지쳐버려 도저히 따라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사이클을 평지에서만 훈련해서 언덕으로 인한 데미지가 크고 초반에 내 능력을 너무 과신하여 빨리 뛴 게 후반 고통을 가중시켰고 기록저하를 가져온 것 같다. 하프이상의 거리는 초반 페이스유지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1:49:15) (Total 5:23:13)
Finish Line:
예전처럼 여길 통과할 때 느끼는 불꽃 같은 환희는 느껴지지 않았다. 무언가 억울하다는 느낌이랄까? 내가 길을 잘못 들어선 게 아닌가 하는 착각 같은 기분… 올해 마지막 대회이자 50대 마지막 대회가 끝났다. 인생엔 항상 양면이 존재한다. 우리에겐 절대적인 자유나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린 상대적으로 비교하고 느낄 뿐이다. 철인은 자신의 얼굴에 새겨진 주름보다 기록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드리기엔 아직 너무 젊은 것인가?
3번째 구례대회는 참 많이 변했다. 1회 대회 때 어처구니 없는 사이클 런 거리 계측에 화가 나 다시는 안 오려고 했는데 철인계의 고참 박원요선배님이 대회장을 맡은 이번 대회는 명품대회로써 전혀 손색이 없다.
http://triathlonmani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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