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철인삼종경기 후기(2015.7.19) 65 철인 이광원
궁형이라는 남자로써 가장 치욕적인 형벌을 당하고도 130편에 달하는 방대한 사기를 저술한 사마천은 전통과 변화야말로 역사의 기본 틀이며 인류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이 축소된 작은 국가라고 하면 한 사람의 인생도 전통과 변화로 압축될 수 있을 것이다.
권태로운 일상에서 벗어나는 길은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내게 철인삼종경기는 그 짧은 시간에 우주 같은 또 다른 세상에 다녀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만드는 촉매제이다. 육체와 영혼이 이탈되어 허공을 훨훨 날아 다니는듯한 자유를 체험 한 적이 있는가? 무한한 자유는 극단의 고통 없인 느낄 수 없는… 신이 남겨 준 마지막 선물이다.
훈련:
최근 있었던 Frankfurt Ironman 대회에서 우승한 Jan Frodeno 의 기록에 충격을 받았다. 120년만의 무더위라는 살인적인 39도의 날씨에 7:49:48의 신기록을 달성했다. 어떤 악조건에서도 변명하지 않는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우린 항상 변명하기 급급하다. 체계적인 훈련 없이 좋은 기록을 바란다는 건 모순이다.
2015. 7.19
4:20 분에 일어나 떡 하나 바나나 두 개 사 들고 이천설봉공원으로 갔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사이클에서 미끄러지지만 않는다면 비 오는 날씨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수영(1.5km):
뿌연 잿빛 하늘에서 빗방울이 조금씩 휘날리고 있다. 초반에 항상 있는 몸싸움은 있었지만 숨이 금방이라도 끊어 질것 같은 고통은 없었다. 생각보다 수영한다는 게 편안했다. 어느 날 100m에 9초 정도가 늦어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자세교정과 장거리 훈련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수영은 물과의 싸움이다. 미약하게 보이는 고기가 물속에서 빠른 것은 힘이 아니라 물의 저항을 줄이는 기술을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물의 저항을 줄이는 자세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0:27:45)
사이클(40km):
3바퀴 코스로 바뀌었다. 비가 거세게 몰아친다. 허벅지에 가해지는 묵직한 고통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계속 다른 선수들을 추월했다. 오늘 뭔가 잘될 것 같은 느낌이다. 대부분의 경우 훈련을 많이 하면 기록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고 훈련 량과 기록이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해도 더 이상 기량이 항상 되지 않는 한계시점이 온다. 아마추어인 우리는 이때 이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인정하고 순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운동이 생의 전부인 프로의 경우 이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모든 희생을 불사할 수도 있고 그것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도 있다. 나이 많은 아마추어의 지나친 욕심은 감동은 고사하고 사고와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1:10:49)
런(10km):
가파른 오르막 내리막으로 구성된 런 코스는 내가 경험해 본 최악의 코스이다. 부상에서 돌아 온지 2년이 지나도록 달리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최근에 조금 회복세가 보여 이번 대회에는 좀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언덕에 서자 발이 나가지 않는다. 평지에서 뛰는 것과 언덕을 뛰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내리막은 비로 미끄러질까 두려워 빨리 뛰지 못하고…
5km 지점에서 경쟁자 이승을 만났다. 그는 언덕을 사뿐히 뛰어 올라 갔다. 수영에서 벌어 둔 4분을 지키지 못하고 달리기에서 추월당하다니… 그래도 48분 정도는 뛰지 않겠나 생각했었는데 기록이 너무 나쁘다. 56초 차이로 에이지부 우승은 이승에게로 돌아갔다. ( 0:50:07 Total: 2:28:40 )
Finish Line: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꾸뻬씨는 행복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가 경쟁심이라고 했는데… 우리가 경쟁을 하지 않는다면 진정 행복해 질까? 경쟁 없는 세상은 권태로운 세상이 될 공산이 크다. 변화을 통해 발전을 희구할 것인지 변화 없는, 권태로운 편안한 삶을 살 것인지는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반 생애를 같이 살아도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게 인간이 아니든가?
“난 당신처럼 살면 하루도 못살 것 같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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