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 이광원
우뚝 선 최신식 빌딩이 즐비한 도시 한가운데에서 철인삼종경기를 할 수 있는 곳은 한국에서 여기가 유일하다. 서울과 가까워서이겠지만 1200명이나 되는 선수들이 북새통을 이루었다. 인공호수의 물 깊이가 조금만 더 깊었으면 하는 아쉬움 외에는 평탄한 사이클, 런코스등 명품대회로 치부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시합은 훈련을 충분히 끝낸 사람이 자신의 훈련결과를 평가 받는 곳이라는 예전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시합도 훈련의 하나로 보는 경향은 최근에 너무 훈련을 소홀히 하다 보니 생긴 사고같다.
2013.9.1
새벽에 일어나 떡과 바나나 챙겨 인천으로 향했다. 밥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소화도 보장할 수 없다. 차 안에서 먹는 떡과 바나나가 시합날 아침엔 제일 좋은 것 같다.
수영(1.5km):
12000명이나 되는 선수를 수용하기엔 호수가 너무 작아 보였다. 라인은 없고 중간에 선을 하나치고 갈 때 올 때를 구분 지웠다. 예상은 했지만 몸싸움도 심하고 많은 선수들이 물위에서 걸어 다니는 바람에 제대로 수영을 할 수 없다. 거리에 관계없이 편하게 수영하는 코스가 있는데 인천은 수영이 많이 힘들었다. (0:32:20)
사이클(40km):
대부분의 선수들도 느꼈겠지만 여기보다 더 평탄하고 좋은 조건을 가진 사이클코스를 만날 수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인원이 많아 걱정했는데 도로가 넓어 사고도 거의 없었다. 일주일에 두 번 하는 사이클 훈련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도서관에 오래 있는다고 공부 잘하는 게 아니듯이 오래 탄다고 빨라지지는 않는다. 짧은 거리일지라도 빨리 타는 훈련이 필요하다. 같은 코스를 타면서 평속을 높이려고 계속 노력하는 게 훈련의 기본이라 생각한다.
인생은 굵고 길게 사는 게 좋지만 운동은 계속 굵고 길게 하면 기록 향상은 고사하고 부상을 당하거나 조기 사망할 수도 있다. 적당히 길게 하는 건 기록향상이나 근육발달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정설이다. 굵게 짧게 하는 인터벌훈련이 가장 이상적인 훈련방식이다. 사이클 훈련도 지속적으로 같은 힘을 사용하는 평지보다는 언덕이 유리하다. 올라갈 때 최대한 힘을 집중하여 허벅지를 버스트한 뒤 내리막에서 회복하는 과정을 거치면 훈련효과가 배가 된다. (01:07:30)
런(10km):
공원 주변 도로 2.5km 코스를 4바퀴 돌게 설계된 달리기 코스는 아주 무난하다. 런너에게 제일 큰 장벽은 속도에 대한 저항감이다. 빨리 달리려고 할 때 느껴지는 마음의 부담감이 육체의 고통보다 어쩌면 더 크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결승점에서 쓰러지는 프로선수를 본적은 많지만 아마추어선수가 쓰러질 정도로 뛰는 건 거의 본 적이 없다. 누구나 고통을 인내하면 자기 기록을 더 당길 수 있다. 그러나 속도에 비례하여 제곱으로 크지는 고통에 대한 보상이 별로 크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승점이 눈앞에 보였다. 누군가가 날 추월했다. 올림픽 수영장의 황코치였다. 본능적으로 바로 따라 갔다. 그녀를 추월하고 더 빨리 달렸다. 달리기는 굉장한 심리적인 운동이다. 추월할 때는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추월 후 상대가 따라 올 엄두를 못 낼 정도로 차이를 내지 못하면 피 말리는 경쟁을 각오해야 하거나 재 추월 당하는 쪽 팔림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다행히 그녀는 따라 오는 걸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0:52:39 total: 2:32:28)
Finish Line:
많은 사람들이 남편이나 친구를 기다리며 열 지어 피니쉬라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열광적인 박수소리는 안 들렸지만 이들 사이를 달리면서 묘한 우월감이 느껴진다. 사실 트라이애슬런 경기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운동도 많이 있다. 그런데 누군가가 Triathlon을 한국말로 해석하면서 앞에 철인이란 말을 붙임으로써 마치 이 운동이 보통 인간이 아닌 슈퍼맨이나 철인들이 하는 운동으로 착각해 입문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수영만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올림픽코스 정도는 하프마라톤보다 훨씬 쉽다. 에이지부에서 2위를 했다.
http://triathlonmani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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