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본카테고리

홍성 김좌진장군배 철인삼종 O2 대회후기 55 (2013.6.2) 철인 이광원



4회째를 맞이하는 김좌진장군배 철인삼종대회는 올해부터 올림픽코스에 O2 부분을 추가했다. O2 대회는 올림픽코스거리의 두 배가 되는 경기로 상대적으로 수영이 길다. 어느 날 기어서 결승전을 통과하는 철인시합을 보고 바로 철인운동을 시작했다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영이나 마라톤, 사이클을 하다 더 자극적인 것을 찾다 철인삼종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Triathlete 마다 주종목이 있기 마련인데 난 수영을 10년 이상하다 철인경기를 하게 되어 주종목이 수영이다. 그래서 수영이 상대적으로 긴 O2 대회를 선호한다. 첫 금메달을 딴 경기도 O2 대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O2 대회는 일년에 한번도 잘 열리지 않는 경기이기 때문에 바로 신청을 했다.

2013.6.1
오랜만에 같이 훈련하던 몇몇 선수들과 같이 경기에 참가하게 되었다. 한가지 운동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다른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데 더욱이 세가지 운동을 세트로 해야 하는 트라이애슬릿은 정말 많은 걸 버려야 할 수 있는 고독한 운동이다. 어떨 때 문제를 의논하고 하소연할 친구가 주위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퍼지기도 하지만 이미 되돌리기엔 너무나 멀리와 버린 것 같다. 그나마 같이 훈련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유일한 위로처럼 보인다.

차를 타고 사이클 코스를 한 바퀴 둘러보고 마트에 둘러 먹을거리를 구입한 후 예약해 둔 팬션에 자리를 잡았다. 푹 자고 내일 좋은 경기를 하고 싶은 강한 욕구가 잠을 방해하고 있다. 악착같이 자려고 노략하면 할수록 잠은 오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빨리 아침이 밝아 대회가 시작되면 좋겠다. 4시 반에 맞추어둔 알람소리가 차라리 고맙게 생각되었다.

2013.6.2
6시 반부터 군수님을 비롯하여 김을동국회의원, 송일국 대한트라이애슬런 부회장등의 지루한 소개가 있었다. 수영시합이 있을 안개 자욱한 남당항, 출발 시간이 7시지만 시계확보를 위해 15분이나 늦추어졌다. 물은 자기 손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의 흙탕물이고 바닥은 진흙에 날카로운 조개껍질이 섞여있어 발바닥에 상처가 나지 않게 조심해서 물에 입수해야 했다.


수영: (3km) 


(사진: 김작가)


(사진: 김작가)



스프린터, 올림픽, o2 코스가 혼재한 수영코스… 엘리트 선수들이 출발하고 O2 경기자 출발, 18분후 올림픽코스 참가자가 출발했다. 1,5km 두 바퀴를 돌아야 하는데 수위가 낮아 750m 턴 하는 부분은 걸어서 다닐 정도이다. 무의식적으로 앞서 가던 선수 발을 잠깐 잡았는데 난데없이 발이 앞면으로 날아왔다.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억울하기 짝이 없다. 당장 잡아 주의를 주고 싶지만 일초도 아까운 때에 그 선수를 훈계하기 위해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다.

실측을 어떻게 했는지 3km가 길어도 너무 길다. 거의 킹코스정도의 기록에 모두가 당혹해 한다. 이해할 수 없는 거리, 나중에 안일이지만 올림픽코스 참가자들은 너무나 많은 선수들이 코스를 이탈하여 제제가 불가, 시상을 수영기록은 제외해 버리고 시상하는 기상천외한 일이 발생했다.
(1:18:23)


사이클(80km): 


(사진: 김직기)




차량 통제된 도로 10km를 4번 왕복하는 완만한 경사의 사이클 타기 좋은 코스로 구성되어있다. 이 지역 특성이 아침에는 바람이 없고 오후 되면 바람이 거세어진다는 팬션사장의 말처럼 사이클 시작 때는 별로 바람을 느끼지 못했는데 끝날 때 쯤에는 아주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사이클 타고 첫 번째 반환점에 도달하기도 전에 첫 번째 불운이 찾아왔다. 뒷 기아가 마지막 제일 작은기아에 딱 고정되어 버린 후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메카닉도 보이지 않고 언덕도 크게 없어 그냥 한 기아로 계속 타야 했다. 많은 단수의 기아에 익숙되기 전 인간은 기아 하나로도 자전거 타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문제는 계속 습관적으로 장남감 다루듯 변속기를 조작하면 스피드가 높아지는듯한 환상에서 깨어나자 찾아오는 불안감이었다. 20단 최신 자전거 타는 사람과 기아없는 자전거로 시합하는… 바람이 거세어진 마지막 바퀴, 거의 경련이 일어난 다리가 기아 때문으로 치부하기는 좀 치졸스러운 변명이 될 수도 있겠다. 원체 훈련이 부족해서… (02:29:05)


런(20km): 



마라톤 선수와 철인삼종경기 선수의 차이는 마라톤선수는 달리기를 최상의 조건에서 시작하는 것이고 철인들은 달리기를 최악의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일 것이다. 다리는 이미 돌처럼 굳어 졌고,심신이 모두 치친 상태에서 시작되는 달리기,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아스팔트길 5km 코스를 4번 반복해야 끝이 나는 20km는 절대 짧은 거리가 아니다, 2년 만에 뛰어 보는 가장 긴 거리이다.

달리기 시작하자 500m도 가기 전에 바로 옆에 있던 558번 선수가 날 추월했다. 선수명단을 봤을 때 이름을 아는 선수들은 보이지 않아 쉽게 우승을 예감하고 있었는데… 5km도 가기 전에 그의 페이스는 바로 떨어졌다. 난 그를 잡기 위해 굳이 페이스를 올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먼 거리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사이클을 끌고 바꿈터로 들어서자 런 출발을 하는 백승엽은 첫 번째 반환점에서 300m 정도를 앞서고 있었다. 그와 사이클에서 5분 이상만 떨어지지 않으면 런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5km 지점을 넘어서는 간격이 좀 더 벌어진 것 같았다.

초반에 무리하는 것 같다. 마라톤을 인생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 잘산다고 내일도 잘 산다는 보장은 항상 없다. 나중을 위해 힘을 배분하는게 마라토너의 기술이다. 두 바퀴째부터 조금 페이스를 올렸다. 10km 되기 전에 지쳐있는 백선수와 마주쳤다.

힘내~~~
누구나 힘내어 빨리 달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온 세상 만사가 귀찮은 상태에서 고통을 더 가중시키는 행위를 한다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뛰어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두 번째 불운이 찾아왔다. 예전에 구입해 놓고 한번도 신지 않은 일제 미즈노 시합용 운동화를 기록욕심 때문에 신은 게 화근이었다.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는지 한걸음 옮기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 길거리에서 사진 찍고 있는 제수씨에게 차에 가서 다른 운동화 가져다 달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수도 없이 시합에 나가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걸 무시해 버리는 게 인간이다. 이 대회가 42.195km를 뛰어야 하는 킹코스가 아니라는 게 너무 다행스러웠다. 마지막 바뀌는 좀더 빨리 뛰고 싶었지만 속도를 올리자 바로 다리에 경련이 오려 한다. 경련은 훈련이 안된 상태에서 자기 능력을 무시할 때 무리하지 마라는 신의 경고이다.(1:51:16) (Total: 5:38:43)


Finish Line: 



세월이 흘러 나이가 많아지고 죽는 것은 싫지만, 시간이 흘러 간다는 게 정말 고맙다고 느끼는 건 바로 이 Finish line을 통과 할 때이다. 만일 시간이 흐르지 않고 달리는 상태로 영원히 머문다면 그곳이 아마 지옥일 것이다. 어떤 고통도 여기에 도달하는 순간 환희로 바뀐다. 인간에게 절대 기쁨이 있는가? 절대란 잣대는 인간세상에 존재하는 가치가 아니다. 우린 상대적으로 비교하고 평가할 뿐이다. 그래서 고통이 클수록 기쁨도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 짧은 섬광 같은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우린 얼마나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할까? 이건 자신의 육체를 파멸로 몰아넣는 걸 알면서도 일순간의 쾌락을 떨쳐 버릴 수 없는 마약중독자와 무엇이 다른가?

그냥 적당히 훈련이라 생각하고 즐기자고 다짐 다짐해도 시합에 나오면 끓어오르는 경쟁심을 억누르기 어렵다. 인간 본성 깊은 곳엔 다른 이들 보다 우월하기를 요구하는 DNA가 숨어 있을 것이다. 원래 Happiness 란 행복이 아니라 행운이라고 한다. 애초에 인간에겐 행복이란 단어가 없었단다. 오늘 또 하나의 우승을 추가한 건 행복이 아니라 행운일 것이다.

http://triathlonmania.tistory.com/


김선응 13-06-03 18:45
답변
참 감동적인 후기입니다
평소에 이기고 싶어하는 DNA가 내게는 없다고 생각해온
저에게도 승부욕을 불러 일으키네요
롱런하시기 바랍니다 ㅎㅎ
이광옥 13-06-03 20:40
답변
갑자기 안보여 궁금했는데 만나 반가웠습니다...
입상축하드리고 자주봐요....
박군호 13-06-03 22:51
답변
안녕하십니까! 박 군호입니다.
호흡기에 반복된 문제가 생겨 비염수술을 했는데요,
이 글일 읽고, 더욱 더 빨리 치료가 마무리 되어 밖에 나가 뛰고싶은 심정입니다...

예전 직장 상사께서 늘 하시던 말씀중에 인생과 직장은 choice and choice !
마지막 글귀의 행운이란 단어는 운이 아니라, 행복을 위한 선택에 집중하신 결과라 생각됩니다.
좋은 선택 부럽습니다. ㅎㅎ
김승용 13-06-04 08:26
답변
항상 형님의 경기후기를 읽고나면 뭔가 깊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전 아무 생각없이 뛰는데...
저야 뭐...깊은 생각은 커녕 제발 올해는 출발할때 시계 스타트 버튼이라도 제대로 눌러보자는 소망만 있을뿐...
참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나 뭐... 형님 덕분에 좋은사진 가져갑니다.
1위 입상 축하드리고요.

경기하랴 사진찍으랴 정말로 사명감 없으면 하시기 어려울텐데
덕분에 좋은 추억을 간직할 수 있습니다.
사진찍어주시는 분들도 경기의 중요한 한 부분입니다.
주로에서 배고픔과 더위와 싸워가며 사진 찍으시는 분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또 시상식에서 전 아주 깜짝 놀랬습니다.
오랜만에 컴백하시자마자 바로1위 입상하신 형님도 그렇지만...

엄청난 거구이신 송일국 회장님을 보고 더 깜짝~놀랬습니다.
(저 아래 3위시상대에서 선 모습이 1위보다 큽니다.)

키크면 잘 생기지나 말지...잘나셨으면 성격이나 좋지나 말던지 ...^^
이건 뭐 남자좋은 점은 다 가지고 계시니...
더욱이 독립군영웅 백야장군의 후손이시니 혈통과 정신과 몸이 최상위권 레벨이신듯...

더운날 시상에 싸인에 사진공세에 짜증날 법도한데 한번도 싫은표정 안보이고
모든이들을 편하게 대해주시는 모습에 아 참 정말 품이 넓고 크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화룡점정의 장면은... 철인의 마음을 대신해서 시상대에서 변영* 여자선수를 안아 올려주고 ....
도싸의 여신같은 분을 안고 시상대에 오르는 일은 지금까지 보지못했던 멋진 모습이였습니다.

하여간 모든 남자들을 한방에 초라하게 만들어버린 이 상식에서 ^^
참 나쁜사람~! SONG, YOU ARE DOCK ZONE!
이광원 13-06-04 10:38
답변 수정 삭제
ㅋ 그래서 전신 나온 사진은 절대 못올립니다. 송일국님이 변영숙씨 들어 올린 사진은 완전 작품입니다. 사진전에 출품할 예정입니다. 입상하고 나면 그때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문정미 13-06-04 10:58
답변
참!!!멋진선배님이십니다~~~^^
이광원 13-06-04 11:16
답변 수정 삭제
군호씨 비염수술했구나.... 빠른 회복 바라고... 미사리 훈련(토요일 6시)나와 얼굴너무 오래 못봤네
김용구 13-06-04 13:01
답변
세월이 흘러 나이가 많아지고 죽는 것은 싫지만, 시간이 흘러 간다는 게 정말 고맙다고 느끼는 건 바로 이 Finish line을 통과 할 때이다. 만일 시간이 흐르지 않고 달리는 상태로 영원히 머문다면 그곳이 아마 지옥일 것이다. 어떤 고통도 여기에 도달하는 순간 환희로 바뀐다. 인간에게 절대 기쁨이 있는가? 절대란 잣대는 인간세상에 존재하는 가치가 아니다. 우린 상대적으로 비교하고 평가할 뿐이다. 그래서 고통이 클수록 기쁨도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정말 멋진말로 표현할수없는 인간의 욕구 ... 그자체인것 같습니다. 멋진글 감동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