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본카테고리

인제 트라이애슬런대회 후기(2011.10.02) 53


우리세대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중의 한명인 스티브잡스가 오늘 하늘나라로 갔다는 발표가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그는 나와 같은 해 태어났다. 난 그가 개발한 최초의 PC Apple computer로 사업을 시작했다. 최고의 성공을 이루고도 Stay Hungry, Stay Foolish.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의 성공은 강렬한 신념과 철학 속에서 생겨났다. 아무리 작은 성취도 강한 정신적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며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뭔가 잃을 수도 있다는 함정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한 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가 가진 열정의 일부라도 육체적 단련에 투자했더라면 더 건강하게 생을 이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오래 산다는 게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닐지 모르지만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데도 건강 때문에 포기해야 한다면 그건 큰 비극이다. 그런 의미에서 육체를 단련시켜 더욱 자신을 강하게 조율하는 우리 Triathletes 는 정말 행복한 존재들이다.

인제대회

( 코스모스 만발한 38대교 사진: 유성조작가)

24만원이나 하는 배낭을 준다기에 신청했던 홍성대회를 취소하고 인제대회에 가게 되었다. 나뿐이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작년 무자비한 사이클코스의 공포로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대회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올해는 코스가 많이 달라졌다. 박병훈 철인이 설계했다는 코스는 가히 환상적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더욱이 누구보다 이 운동을 사랑하고 잘아는 채희영 감사가 대회장을 맞아 운영함으로 사고 없고 매끄러운 대회가 된 것 같다.

수영(1.5km)

(수영출발선으로 선수들이 모여들고 있다 일부는 warming-up 중, 사진: 유성조)




(아렇게 아름다운 수영사진은 처음본다. 우리나라 최고의 철인삼종 사진작가 유성조 작품)

7시경 도착했을 때 날씨가 조금 추웠는데 물속은 따뜻했다(19도). 위용 넘치는 38대교, 아름다움을 맘껏 뽐내는 코스모스,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가을하늘, 남색 물결 사이에서 피어 오르는 물안개까지 한 폭의 아름다운 동양화를 방불케 한다. 오늘 왠지 잘될 것 같은 기분이다.

9시 출발신호가 울렸다. 출발지가 좁아선지 많지 않은 100여명의 선수였지만 초반 몸싸움이 심했다. 물안경도 벗겨지고 물도 몇 모금 마시고 350m쯤 되는 첫 반환점부터는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물도 깨끗하고 수심도 깊고 따뜻해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듯이 편안하다. 수영보다 더 어려웠던 건 바꿈터로 가는 가파른 긴 언덕이었을 것 같다. (0;26:27 T:0:03:39)

사이클(40km)

(서정적인 사이클 코스 사진:유성조)


그렇게 가파르지 않은 적당한 언덕이 연속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평지보다 지겹지 않고 주변 산세가 뛰어나 경기하러 왔다기 보다는 그냥 나들이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선수도 별로 없어서 조용하고 목가적인 분위기다 여기서 거품물고 경쟁한다는 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첫 반환점(10km)을 돌기도 전에 뒤에서 “형님”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백승엽이었다. 머리에 이상하게 생긴 헬멧을 쓰고 미친듯이 질주해 나아갔다. 순간 가벼운 현기증이 났다.

에이지부 유력한 경쟁자 유재형은 처음 만났을 때 4분 정도 차이가 났었는데 점점 차이가 벌어지는 느낌이었다. 아침에 절대 추월하지 않을 테니 천천히 가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런이 좋아 사이클에서 시간차를 많이 내어 두지 않으면 불안하다. 런에서 한 바퀴(2km) 돌았을 때 그가 다시 보였다.(그는 사이클에서 안테나에 걸려 넘어졌다.) 내가 걷지 않는 한 그가 날 추월하기는 불가능하다. 자본주의가 발전한 건 자유로운 경쟁덕분이다. 경쟁 없는 사회는 편할지는 모르지만 발전은 없다. (1:18:52 T:0:01:40)

(사이클 마치고 런을 위해 바꿈터로... 사진: 유성조)


런(10km)



완전 평탄한 38대교를 5바퀴 돌도록 되어 있다. 5바퀴 헤아리는 걸 잊어 버리지 않는다면 여기 보다 더 좋은 코스를 찾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 어디 동호회에서 나왔는지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아무리 힘들어도 사진기가 눈앞에 번뜩이면 힘이 난다. 속도도 빨라지고 자세도 좋아지는 느낌이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달리던 선수들의 질주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그렇게 멋지게 총알처럼 달리고 싶은데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뒤에서 날 잡아 당기고 있는 것 같다.

수영에서 시계를 잃어버려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예전에 난 내가 어느 정도의 스피도로 달리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많은 훈련량이 그걸 가능하게 했으리라 생각한다. (():44:17 Total: 2:34:55)

(마지막 결승점을 향하여 사진: 유성조)


Finish Line:


이 곳은 지옥에서 천국으로 들어서는 문이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런 경기라도 여기에 들어서는 순간 환희로 바뀌는 묘한 매력이 있다. 올해 마지막 대회, 무한한 해방감이 밀려왔다. 인간에게 제일 필요한 건 자유라고 했다. 그러나 진정한 자유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엄격한 절제와 인내, 고통 속에서 만이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다. 그게 인간이다. 에이지부 우승의 트로피를 하나 더 추가 했다.


대회 끝나고 백승엽부부가 준비한 고기파티가 있었다. 오랜만에 윙 식구들과 술도 마시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http://blog.paran.com/syskwl

문철 2011-10-07 11:39:49 [답글]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린 형님의 에이지부 우승, 그래도(?) 축하드립니다!!^^
박용태 2011-10-07 17:59:41 [답글]
광원형님의 일상적 우승 축하드리구요...
한국형님과 제형형님의 일전도 무진장 재미있었습니다...
수영을 2분 정도 빨리 나온 한국형님이 주특기 싸이클에서 무지하게 밟는 것을 보고 보고나선
첫바퀴 유턴지점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으려고 하다 안테나에 걸려 꽈당....하신 제형형님.
주특기 런에서 엄청 달렸지만 역시 자빠링때문에 날린 시간만큼 한국형님께 잡혔습니다...
담 대회 기대하겠습니다, 두분도 홧팅 !
김승구 11-10-17 16:20
답변
멋진 글입니다. 멋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