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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릉 트라이애슬런 대회후기 (2011.8.13) 51


인간이란 동물의 특징은 놀기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다는 것일 것이다. 스포츠도 결국은 잘 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수 백 년 동안 외침의 고통 속에서 살아 온 우리민족의 DNA엔 논다는 건 사치스럽고 해서는 안 될 일인 것처럼 각인되어
있다. 그래서 놀이문화의 하나로 개발된 스포츠를 극복해야 할 업무로 둔갑시켜버렸다. 영어의 PLAY는 논다, 경기 하다
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데 우리에겐 노는 것과 경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8.12(금)
을릉도에서 경기하고 독도에서 수영할 수 있다는 건 호기심 많고 놀기 좋아하는 호모사피엔스에겐 최상의 유혹이다.
더욱이 백승엽의 wife의 고향이 을릉도라 대회 간단히 하고 산에도 가고 바다도 가서 고기도 잡자는데 거절할 사람이
있을까? 우린 8명의 대 군단을 구성했다. 새벽 5시에 미사리에서 만나 강릉으로 출발, 강릉에서 쾌속정을 2시간 30분
정도 타고 을릉도 저동항에 도착했다.

숙소는 천부란 동네에 있는 백선수 wife 친구의 민박집으로 정해졌다. 오후에 근처 바다로 가 문어도 잡고 소라도 많이
잡았다.

8.13(토)
대회가 6시 반이라 4시 반에 기상하여 찹쌀 떡 하나 들고 차로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바다는
투명할 정도로 깨끗하다.


(대회장으로 가기전에 사이클 바꿈터를 들러 물도 채우고 헬멧, 신발등을 setting 해 두었다.)


수영(2km)


(수영 출발전 코스설명및 주의사항을 듣고 있다. 사진 유성조)

출발점인 저동항 부두에서는 목적지가 보이지 않았다. 망망대해에 조난당하지 말라고 설치해 둔 풍선 두 개만 유유자적
물결에 흔들리고 있었다. 선수도 얼마 되지 않고 라인 같은 것도 없어 트라이애슬런 수영의 상징처럼 되어 버린 몸 싸움
이란 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한참 가다 보니 주위에 아무도 보이지 않고 파도가 치는지 몸이 심하게 움직였다.
아무리 팔을 저어도 계속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인간의 인내를 시험하는 가장 잔인한 방법은 노력에 대한 대가를 즉시 지급하지 않는 것이다. 분명 이 정도로 힘이 들면
어느 정도는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기대에 대한 보상치가 주어지지 않으니 지치고 초조하고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놀러 왔는데… 바다는 투명하여 밑에 지나다니는 고기나 해파리가 보이기도 하고, 한참을 힘들게 파도와 싸우다 오른편
쪽에 인간이 설치해 둔 텐트를 발견했다. 거기가 바꿈터였다. (0:39:21)

사이클(40km)

(수영끝나고 바꿈터에서 사이클을 끌고 나와 출발점에 섰다. 수영실력이 최근에 부쩍 항상된 백승엽이 나와 같이 출발한다.)

사이클 타는 사람은 누구나 관우가 타던 적토마를 그리워한다.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다는 명마를 구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사이클 기록은 놀랍게 좋아지리란 망상을 가지지 않은 triathlete 이 있을까?. 나도 그런 환상에 사로 잡힌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최근에 사이클 기록이 저조해 지자 휠을 탓하기 시작했다. 휠만 바꾸면 힘도 별로 안 들고, 기록이
일취월장할 것 같은 착각에 사로 잡혔다. 며칠 전 백승엽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중고장터에 적토마가 올라왔다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한때 철인용이라고 그렇게 야단을 치던 26인치 사이클은 이제 구 유물이 되어버려 휠 구하기도
쉽지 않다.


진정한 주인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적토마가 관우라는 진정한 주인을 만났듯이, 8년 동안 어두운 골방에서 새로운
주인의 부름을 간절히 기다리던 Zipp 404가 드디어 내 품에 안겼다. 한번 타 볼 여유도 없이 을릉대회에 끌고 나왔다.

언덕은 별로 없었으나 도로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금방이라도 타이어가 찢어 질 것 같다.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새로운
주인의 기대에 부응하려 최선을 다했지만 적토마와 내가 궁합을 맞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1:20:36)

런(10km)
아무런 공해도 구름도 없는 공간을 타고 화살처럼 햇살이 몸에 꽂힌다. 몸이 무겁다 아니 뛰기가 싫다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놀러 온 사람에게 뛴다는 행위는 너무 차원을 넘어 서는 행위이다. 어제 저녁 찬 바다에서 문어 잡는다고
물에서 너무 오래 떨어서인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아무 생각 없이 뛰었다. 반환점을 지나처 100m 이상 간 것 같다. 뒤에서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더운데 짜증나게 누가 오른쪽으로 붙어가지 않는다고 하는 것 같아 오른쪽으로 더 붙었지만 계속 누군가가 소리쳤다.
뒤돌아 보기도 귀찮은데… 10m도 더 뛰기 싫은데 힘이 짝 빠졌다.
“반환점에서 얘기해 줘야지요.”
“여기 표시도 되어있고 불러도 대답도 안하고…”

반환점을 돌자마자 유진형, 유재형선수가 날 바로 추월한다. 마지막 길고 가파른 언덕이 나타났다. 계속 걸었다.
고개를 넘어 터널을 지나 내리막을 달려 내려가니 학교운동장으로 가는 계단이 보였다. 학교에 피니쉬라인이 있었다.
(0:57:54 total= 3:03:30)

(아이언윙회원및 가족들)



순위로 40명 정도 만 독도 가는 배를 탈 수 있다. 전체 20등(50대 7등)으로 독도에 갈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독도


(부두에서 독도가는 배를 기다리며... 더운 날씨에 340분 이상 기다린것 같다.)

독도 평화호를 타고 3시간 이상 달려 독도 동도에 도착 서도까지 500m 정도를 수영하였다. 파도가 좀 있었다. 다음 배가
들어 와야 한다고 해서 급하게 짐을 챙겨 배로 돌아 와야 했다. 일본이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근처 바다에 엄청난 지하
자원이 묻혀있다는 역사적인 이 섬에 대한 고찰도 없이…





(돌아오는 배위에서...)

이강민 2011-08-24 20:08:34
축하합니다. 날씨가 좋았나 봐요. 독도에 까지 가시고... 낭만을 즐기는 마음이 부럽습니다.
임정식 2011-08-30 02:16:07
부럽습니다. 다른 대회는 몰라도 이런대회는 꼭 참가하고 싶군요.
장윤근 2011-08-30 16:31:24
독도가 역시 와 닿네요.
채희영 11-08-25 10:12
답변
내년에 다시오셔~
운좋으면 독도완영 5키로짜리할수도^^
수고했어요~
이광옥 11-08-25 10:19
답변
감동이네요
후기 잘보고갑니다
그나저나 동에번쩍 서에번쩍 대단한체력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