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고 있다.Sony Walkman 가진 친구를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때가 그렇게 오랜 옛날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개념의 IT기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1년 전에 구입한 smartphone 은 벌써 구형이 되어 버렸지만,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면 “인간은 놀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사회적 성공은 불행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자기 삶은 한번도 제대로 살아 보지 못하고 인생을 끝낼 수도 있기 때문에… 내가 트라이애슬런 경기에 참가하는 것은 잘 놀기 위해서이며, 나 자신의 참된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서이다.
단언하건데, 극단의 육체적 고행과 절제없이 진리를 발견한 선각자는 없었다. 예수도 40일간의 금식을 통해, 부처도 고행을 통해 해탈했다. 육체는 영혼의 그릇이다. 육체를 갈고 닦음으로써 시들한 영혼에 생기를 불어 넣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너무 긴장감이 없다는 무얼 해도 재미없다는 친구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철인삼종경기에 참가하는 것보다 더 긴장감 있고 재미있는 일이 있다면 난 그걸 할 것이다.
6/4 능금 꽃 피고지는 내 고향 대구는 어릴 때 추억으로 가득 찬 곳이다. 수성 못에서 배타고 헤엄치던 아련한 옛 추억의 그림자가 각인되어 있는 곳, 그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해도 고향 가는 길은 즐겁다. 최근에 거의 경기에 따라 가는 걸 거부하던 wife가 대구 간다니까 같이 가겠단다. 연휴라 차들이 많아 7시간 걸려 대구에 도착했다. 10:30분쯤 등록하고 동생 집에서 잤다.
(바꿈터: 도로를 막아 바꿈터로 사용하고 있다.)
6/5 대구대회 만큼 좋은 코스를 가진 곳은 작년에 없어진 철원대회 정도일 것이다. 산속에 둘러 쌓인 조용한 수성 못, 최근엔 수질도 많이 좋아졌다. 수영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는 곳이다. 사이클 코스 또한 환상 적이다. 언덕도 거의 없고 차도 아예 통제해 버려 안전하고, 평탄한 노면을 제공한다. 수려한 수성 못 주위 5바퀴 도는 런 코스도 흙 길에다 언덕이 없어 뛰기는 최상이다. 굳이 단점을 얘기하자면, 9시부터 시합인데 8시 이후에는 물에 들어 가지 못하게 했다. 수영하기 전에 warm-up 이 꼭 필요한데… 한 시간 동안의 지루한 행사 정도 일 것 같다.
수영:(1.5km)
9시 정각에 엘리트 선수들이 출발하고 age 단위로 4개조로 나누어 1분 간격으로 출발했다. 수영은 사실 오랜 훈련보다는 정확한 자세가 더 중요하다. 난 최근에 2 beat kick 수영을 연습하고 있다. 장거리 수영에서 속도를 별로 줄이지 않으면서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수영기법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뛰어 들자마자 몸싸움이 시작되자 2 beat kick에 대한 생각은 사라지고 바로 전투수영으로 돌변했다. 다리는 뒤 선수에게 안 잡히려 힘있는 대로 내려 차고 팔은 물에 빠진 사람마냥 허우적거리기에 바쁘다. 언제 쯤에야 제대로 수영다운 수영을 할 수 있을지… (0:27:31)
(바꿈터에서... 일초라도 빨리 수영수트벗고 헬멧쓰고, 신발신고, 번호벨트 메고... 바뿌다.) 사이클(40km)
신천대로를 3바퀴 돌고 오는 코스이다. 장비를 가지고 하는 운동은 자기와 잘 맞는 장비를 고르는 게 경기력 향상에 일조한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Wheel은 사이클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중하나이다. 구입 후 한번도 분해해 청소하지 않아 회전력이 많이 나빠져 bearing을 새로이 교체했다. 그 간단한 작업만으로도 더 잘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2주전에 있었던 춘천대회 때 보다는 확실히 여유가 느껴졌다. 좀더 빨리 달릴 수도 있었으나 여유롭게 탔다. 내 거리계로 41.6km를 찍었다. (01:11:06)
런(10km)
수성 못 주위 흙 길을 5바퀴 도는 한국 최고의 런 코스, 초반은 항상 힘 든다. 우리 몸에 뛴다는 고통스런 행위를 하고 있다는 걸 인식시키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뛰다 보면 빨리 뛰고 싶은 마음과 그 욕구를 차단하려는 상반된 감정의 회오리에 빠질 때가 있다. 기록과 고통 사이에서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누군가의 응원이 절실한 시점이었지만 와이프는 보이지 않았다. (0:46:53)(Total= 2:25:29)
Finish Line:
6월 초순이었지만 분지대구는 벌써 31도의 고온을 기록하고 있었다. 거리의 길고 짧음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한다는 건 죽음과 같은 고통을 동반한다. 그래서 우리는 피시쉬라인을 간절히 사모한다. 여기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고 지옥에서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다. 유진형 선배에게안 잡히면 우승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의외의 복병이 있었다. 소시 적에 사이클 선수였다는 박명하 그가 나보다 7분 일찍 들어왔다.
이등 했다는 사실에 와이프가 안타까와했다. 그러실 분이 아닌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일등에게만 15만원 상당의 보충제를 부상으로 주었다. 아마 후원사가 말한 15만원이란 돈의 액수가 그녀를 막연히 안타깝게 한 것 같다.
시합 후 와이프가 수성 못 주위 가게에서 캔맥주 한잔하자고 했다. 오랜만에 보는 번데기와 고디이 안주로… 반짝이는 물결위로 수십 년 세월을 거슬러 연애할 때 노 젓던 그 아스라한 기억을 와이프도 떠올리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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