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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쿠아슬론 대회 후기(2011.5.15) 46


살은 에는 듯한 혹한의 겨울을 보내고 어머니 숨결 같은 따뜻한 봄을 맞이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은 트라이애슬런 게임이 시작되는 달이기도 하다.
시작이란 단어는 항상 두려움과 기대를 준다.

훈련:
작년 12월부터 올림픽 헬스club에 가입하여 하루에 30분 정도씩 weight를 시작했다.
처음 Inbody라는 측정기로 몸 상태를 점검받고 충격에 빠졌다. “복부비만” 순식간에
자랑스럽게 몸에 달고 있던 철인이란 단어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격일로 상체, 하체운동을 하고 복부운동은 매일 했다. 한달 뒤 겨우 1kg 정도 몸무게가
줄었고 복부비만율도 별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조금씩 강도를 높여나갔다. 근육을 만든다는 건 자극과 회복의 반복과정을 통해 이루
어진다. 짧은 시간이지만 난 항상 한계를 생각했다. 한계는 죽음과 가까이 있다. 한계에
가까워 질수록 죽음 같은 고통이 뒤따른다. 3개월 뒤, 3kg 감량… 그 뒤로도 몸무게는
계속 내려갔다. 몸무게 하강과 비례하여 와이프의 잔소리는 늘어났다.
"나이 들어 살 빠지면 빈티나고… 어쩌고…"

격렬한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제일 무서운 적은 감기바이러스이다. 이놈은 언제나 우리
몸 속에 도사리고 있다 우리의 면역체계가 약해지면 바로 공격을 감행한다. 격심한 운동은
면역체계를 깨뜨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우린 우리 몸을 유리그릇 다루듯 조심하지
않으면 바로 깨어져 버린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훈련은 어렵다. 몸에 충분한 자극과 회복을
주면서도 바이러스의 공격에도 이길 수 있는 면역체계를 유지하는 것.

사람마다 운동의 목적은 다르겠지만, triathlete 에게 운동의 목적은 건강이 아니다.
건강은 운동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산물 같은 것이지… 우리의 목적은 시합에서 좋은
기록을 얻기 위한 최상의 몸을 만드는데 있다. 이 목적을 위해 어떨 때 우린 건강에 위배
되는 행위를 할 때가 많다. 두 번의 감기와 친구와의 여행 동안 방탕한 생활이 몇 달 동안
간신히 버티던 나의 몸 상태를 완전히 망쳐버렸다.

2011.5.14
등록하러 갔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살 빠진데다가 피곤한 기색이 완연한 모습을 보고
동료들이 걱정했다. 병원가서 검사를 받아보라는 등… 물에도 들어가지 않고 등록만 하고
집에 왔다. 내일 첫 시합인데 걱정이 많이 된다. 잠도 거의 자지 못하고 새벽 4시경에 일어 났다.

2011.5.15
운명의 아침이 밝았다. 밥 먹고 시합이 있는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갔다. 물은 흙탕물이고
차가웠다. 시합 전은 항상 후회와 번민의 연속이다. 안 해도 되는 일을 왜? 해야만 하는지…
전생에 무슨 큰 잘못을 했길래…

수영(1.5km):

7시에 1분 간격으로 100명씩 나누어 출발했다. 750m 코스를 두 바퀴 돌게 되어있었다.

처음 턴지점 까지는 긴장해서 인지 숨이 좀 찬 것 외에는 큰 어려움 없이 간 것 같다.

반대로 올라오는 길은 완전히 다른 코스였다. 유속이 빨라서인지 선수들이 가지를 못하고

라인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앞서간 선수들 후미와 계속 부닿치기 시작했다.

한 바퀴 돌고 시계를 보니 20분이 지나고 있었다. 난 시계가 뭔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했다.

물에서만 빠져나가면 이제 살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삼종에서 수영은 항상 목숨을 건 모험이다. 여기서는 수영장에서 익힌 고급스런 우아한
폼은 잊어버려야 한다. 사이클 도중 사고 난 동료를 도와주었다는 아름다운 미담을 수영
중에 들어본 적은 아직 없다. (0:39:42)

(수영끝나고 바꿈터로... 사진: 황병주)


런(10km):

(런... 사진: 황병주)


매년 몇 시간씩 서울 강북도로를 막아 놓고 시합한다는 게 쉽지 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몇 건의 사이클 사고로 실추된 연맹이 명예회복을 위해 해결방안으로 채택한
행위가 사이클취소? 작년 1,200명 이상의 선수가 참가했었는데 올해는 400명 정도 밖에
참가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 이다.

언덕도 없고 평탄한 2.5km 코스를 4바퀴 뛰면 된다. 다리를 빨리 움직이면 속도는
빨라지고 특별한 기술도 필요 없는 가장 원시적인 행위지만 조금만 속도를 높여도
당해야 하는 고문 같은 고통을 참는다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난 뛰면서 유제형씨를 찾아봤다. 그가 일찍 보였으면 기록은 좀 더 좋아졌을지 모른다.
그는 수영에서 얼마나 늦게 나왔는지 거의 한 바퀴 돈 후에나 볼 수 있었다.

인간은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간다. 아마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면 정해진 수명을
다 채우지 못할지도 모른다. 우린 최선을 다하던 동료 triathlete을 잃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최선이란 경쟁에서 항상 이기기를 강요하는 절박한 사회에서 가장 이상적인
단어일 수 있지만… 이제 바뀔 때도 된 것 같다. 적당히… 안 죽을 만큼 적당히…
(0:47:35)(Total=1:27:17)

피시쉬라인:
내가 모진 고통을 무릅쓰고 대회에 참가하는 이유는 바로 이 피시쉬라인 때문이다.
여기를 통과할 때 느껴지는 짜릿한 감동의 순간을 잊지 못해서 일 것이다. 이제 마음대로
쉴 수 있다는 행복감, 집에 가서 목욕할 수도 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자체 만으로도 큰 축복이다.

운 좋게 올 첫 시합에서 우승을 했다. 반짝거리는 금메달을 목에 걸어 주었다.
올림픽메달도 아니고 돈으로 따져도 몇 푼 안될 게 뻔하지만 기분은 좋다.

백승엽 2011-05-16 19:35:21
아...올해도 형님 다 쫒아갔다....
뭔 세월을 거꾸로가요....ㅎㅎ...항상 건강하세요.
박군호 2011-05-17 09:07:00
안녕하십니까! 박 군호입니다.
경기장에서 잠깐뵙고 사진만 찍고 바로 헤어져....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이번 아쿠아슬론대회 1위의 입상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황기룡 2011-05-17 10:08:32
축카! 축카 합니다! 일등 하셨군요.
형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곧 쪼차갑니다. ㅎㅎ
문철 2011-05-17 15:12:30
우~와~ 또 일등 하셨군요. 왕 축하 드립니다!!
이젠 입상은 광원형님에게는 너무나 일상화 된 일입니다.

형님과 함께 훈련하면서 느끼며 존경하지만,
실력뿐만이 아니라 특별히 정신력의 산물입니다.
한호경 2011-05-17 18:02:10
형님! 축하드려요 저의 싸부님을 이기셨네요
완주뒤 사진까지 찍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태웅 2011-05-17 18:15:56
이번 서울 아쿠아슬론대회는 흙탕물과 빠른 유속 때문에 다들 고생하셨다고 하던데..
역시 선배님의 저력은 여전하시네요..^^

에이지 1위 입상, 감축드립니다..
진재형 2011-05-18 07:44:29
축하드립니다. 몸조리 잘 하세요
박국남 2011-05-18 18:25:50
형님~
1위 입상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춘천대회때 뵙겠습니다.
박용태 2011-05-19 11:42:44
형님의 열정...
그걸 좀 어케 받아와야 하는 데. 기 전수 받으러 산성훈련 꼭 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