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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리버 트라이애슬런 대회후기(2011.9.25) 52


원래 인간의 몸은 굶주림, 자연재해, 부족한 자원등과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 잘 견딜 수 있도록 진화되었다. 우리의 DNA에 각인된 이 진화의 시스템은 프로그램화 되어 작동하는데 이 프로그램의 작동방식을 따르지 않으면 각종 질병에 시달리거나 조기 사망할 확률이 높아진다. 흡연, 지나친 음주와 육식. 과식, 스트레스, 운동부족 등은 안락과 쾌락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이 만들어 낸 우리의 진화된 몸을 급격하게 망가뜨리는 암적 존재들이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서 유유자적 살 수도 있겠지만 혼탁한 도시 한가운데서도 척박한 환경을 만들어 생활한다면 건강을 유지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트라이애슬런 경기에 기를 쓰고 참가하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원초적인 척박한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게임, 우리는 이게임을 통해 더욱 강해지고 새로운 생명력을 선사 받는다.

(여주 이포대교의 아름다운 정경 사진: 유성조)


2011.9.25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5시에 어제 저녁 사둔 떡 하나 들고 출발, 6시경 여주이포대교 밑 대회장에 도착했다. 등록하고 검차받고 잔차 거치하고 해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차에서 좀 잘 요량으로 좌석에 누웠는데 날씨가 너무 춥다. 대회시작이 9시라 8시 30분쯤 수영 warming-up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나왔는데 행사가 진행되고 물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시합 전 warming-up이 반드시 필요한데… 난 항상 몸이 늦게 풀린다.

수영(1.5km)


(수영출발을 기다리는 선수들 사진: 유성조)

여주이포보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아 수위가 낮아 출발점부터 몇 십 미터는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바닥이 돌이라 발이 좀 아프다. 예상했지만 Warming-up이 안된 상태라 한 바퀴 돌 때까지 호흡이 안정되지 않았다. 최근에 힘 안들이고 빨리 갈 수 있는 수영자세를 찾고 있는데 속도가 점점 더 느려지는 것 같다. 아마 뉴턴이나 아인슈타인도 모르는 새로운 공식을 찾아내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속도는 힘에 비례하지만 물의 저항을 줄일 수 만 있다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몸이 좀 풀리고 수영자세가 제대로 나올만하자 끝이 났다.(0:29:58 T1:0:2:07)



사이클(40km)


(아직완성 되지 않은 도로, 곳곳에 장애가 도사리고 있었던 사이클코스 사진: 유성조)

사이클 끌고 비포장 도로를 200-300m 정도 끌고 나가야 했다. 돌과 모래 위를 끌고 가는 어려움은 그 다음에 닿칠 난관에 비하면 애교에 불과하다는 걸 그 때는 몰랐다. 새로 만든 이포대교 위에 들어서자 다리 중간중간에 큰 철판이 깔려있었는데 그 두께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사이클이 타고 넘어 가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부닺칠 때의 충격이 금방이라도 펑크를 낼 것 같다. 속도를 완전히 줄여 다리를 지나가야 했다. (펑크난 선수들이 꽤 있었음)

아직 완성되지 않은 도로를 달리게 설계되어 있어 차는 없어서 좋았는데 곳곳에 장애가 도사리고 있어 잔뜩 긴장하면서 타지 않을 수 없었다. 날이 갈수록 허벅지 아프고 힘들게 탄다는 게 너무 싫다. 고통은 신이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마지막 안전장치이다. 이 장치를 계속 무시하면 우리 몸은 망가진다. 그런데 기록을 위해서 우린 몸을 망가뜨려야 한다. 대회 동안 고통과 기록 사이에서 방황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백승엽


사이클을 끌고 들어오는데 백승엽이 달리기 하러 나가고 있었다. 거의 3-4분 차이처럼 보였다. 언젠가는 잡히리라 생각했지만 그날이 빨리 왔다. 그는 몇 년 전부터 나를 잡고 싶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도저히 따라 올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수영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냈다. 특히 혼자서 연습한 사이클실력은 놀라울 정도이다. 그를 통해 강한 집념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엄청난 힘이 있다는 걸 배우게 된다. (1:14:29 T2: 0:01”28)

(사이클, 런출발시 긴 비포장도로를 지나야 한다. 사진: 유성조)


런(10km)


황병주와 황지호와 함께 출발하게 되었다. 흙 길 언덕을 지나자 바로 병주가 날 추월했다. 그러나 거리를 많이 차이(30m) 내지는 못했다. 5km 가까이 되었을 때부터 그와 나사이의 간격은 더욱 좁아졌고 그를 추월하자 그가 따라 붙는 것 같았다. 그는 서버3 주자이다. 그러나 예전에 잘 뛰었다는 건 위로는 되겠지만 그가 날 항상 이길 수 있다는 보증수표는 아니다. 아무리 휼륭한 선수도 훈련 없이는 좋은 기록을 낼 수 없다. 끊임없는 훈련은 고도의 성실성과 근면 없이는 불가능하다. 더욱이 프로선수가 아니고 먹고 사는 문제와 결부되면서 지속적으로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은 정말 찾아보기 쉽지 않다.

반환점을 돌아 대교로 들어서는 언덕을 넘어 뒤로 돌아봤지만 병주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보였다면 좀더 기록을 단축했을지도 모르는데… 인간이란 어떠한 순간에도 계산을 포기하지 않는 영악한 동물이다. 고통을 추가해도 더 이상 얻을 게 없다고 판단될 때 우린 좀 더 안락한 쪽으로 가기 마련이다. (0:44:02 Total: 2:32:04)



Finish Line:


세상엔 시작하기는 좋아도 끝이 나쁜 경우와 시작하기는 싫어도 끝나면 좋은 경우가 있는데 철인삼종은 후자의 대표적인 경우이다. 대회가 다가오면 안 해도 되는 고생을 왜 사서 하는지 고민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대회가 끝나면 하늘을 날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금방이라도 멈출 것 같은 심장을 부여안고 Finish line을 향해 달려 오는 그 짧은 감동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에이지부에서 우승하는 영광을 얻어 더욱 기쁘다.

(시합후 윙회원들과 한장...)


주최측에서 주는 식당티켓(5000원)으로 해장국 한 그릇 먹고 서울로 올라왔다.


윤광종 2011-09-29 11:32:50 [답글]
수고 많으셨어요. 저도 이제 맨날 승엽형에게 싸이클에서 잡혀요. 4바퀴째 잡혔는데... 갈수록 차이가 벌어지더구만요. 역시 노력한 사람에게는 그에 합당한 결과가 나오는듯.... 인제에서 뵈요
백승엽 2011-09-29 15:09:32 [답글]
아이구...이런 과찬의 말씀을 해주셨네요 고맙습니다.

예전 형님 대회 후기 한번보고 신발 사놓고 다른후기 보고 옷 사놓고....
마지막 08년에 자전거 구입하고 서울대회에 형님 따라나섰으니 벌써 4년째네요....

이번 대회후기도 어느 누군가에게는 또다른 철인의 입문으로 다가 올거라 봅니다.
그래서 형님의 후기는 참 소중하구요....

운동이야 따라서 하면 늘기야 하겠지만
형님의 묵묵하고 진지한 삶의 모습은 곁에서 두고두고 더 배워야겠습니다...아직 멀었어요...

- 형님글이 KTS 게시판에도 같은글이 있어서 복사해서 붙입니다...낄낄...
신완철 2011-09-29 16:35:29 [답글]
늘 멋지다는 생각을 많이 한답니다.
한번 도전하는것도 전 힘들어하는데
우승을 밥먹듯이 하시고...
모든것이 열정이 뒷받침된 땀과 노력의 결과물이겠지요
다시 한번 축하 드립니다.
허익준 2011-09-29 18:19:39 [답글]
멋지십니다,
작은체구에서 나오는 형님의 에너지,열정,후기까지
승엽형님도 드뎌 광원형님을 넘어서셨군요,,
축하 드립니다..ㅋㅋ
병주는 언능 sub3 면모를 보여 줘야 할텐데...^^
김승용 2011-09-30 08:53:23 [답글]
운동을 통해 삶을 관조하고 채찍질하시는 모습이 정말 멋져보이십니다.
저도 이젠 서서히 즐겨야한다고 속에서 말하는 또 다른 나를 사정없이 머리통을 갈겨대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들어와보니 제일 앞에서(연세가 좀 있으시니...ㅋㅋ) 묵묵히 헤쳐 나가시는
형님의 건강하고 당당한 모습을 뵙게돼서 좋습니다.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입니다.
임정식 2011-10-01 01:16:24 [답글]
신천지에서 금광을 캐셨군요.
꾸준한 연습과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축하드립니다.
백승엽 11-09-29 13:26
답변
아이구...이런 과찬의 말씀을 해주셨네요 고맙습니다.

예전 형님 대회 후기 한번보고 신발 사놓고 다른후기 보고 옷 사놓고....마지막 08년에 자전거 구입하고 서울대회에 형님 따라나섰으니 벌써 4년째네요....

이번 대회후기도 어느 누군가에게는 또다른 철인의 입문으로 다가 올거라 봅니다.
그래서 형님의 후기는 참 소중하구요....

운동이야 따라서 하면 늘기야 하겠지만
형님의 묵묵하고 진지한 삶의 모습은 곁에서 두고두고 더 배워야겠습니다...아직 멀었어요...
박영준 11-09-29 13:33
답변
눈팅만 하고 갈려다 finish line의 글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글 남깁니다.
무사완주와 에이지부 우승 추카드립니다. ^^
유희란 11-09-29 15:22
답변
변함없이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이번대회에서는 가벼워 보이던데요~^^
그리고 언제나 사진 많이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성분 11-09-29 15:52
답변
에고...불쌍한 병주~~ㅎㅎ
주원규 11-09-29 16:15
답변
에구...증말 불쌍한 병주~~~~~~ㅋㅋㅋ
김기현 11-09-29 16:33
답변
에궁...불쌍한 병주선배님 ~~~~ㅋㅎㅋ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