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인간의 몸은 굶주림, 자연재해, 부족한 자원등과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 잘 견딜 수 있도록 진화되었다. 우리의 DNA에 각인된 이 진화의 시스템은 프로그램화 되어 작동하는데 이 프로그램의 작동방식을 따르지 않으면 각종 질병에 시달리거나 조기 사망할 확률이 높아진다. 흡연, 지나친 음주와 육식. 과식, 스트레스, 운동부족 등은 안락과 쾌락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이 만들어 낸 우리의 진화된 몸을 급격하게 망가뜨리는 암적 존재들이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서 유유자적 살 수도 있겠지만 혼탁한 도시 한가운데서도 척박한 환경을 만들어 생활한다면 건강을 유지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트라이애슬런 경기에 기를 쓰고 참가하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원초적인 척박한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게임, 우리는 이게임을 통해 더욱 강해지고 새로운 생명력을 선사 받는다.
(여주 이포대교의 아름다운 정경 사진: 유성조)
2011.9.25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5시에 어제 저녁 사둔 떡 하나 들고 출발, 6시경 여주이포대교 밑 대회장에 도착했다. 등록하고 검차받고 잔차 거치하고 해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차에서 좀 잘 요량으로 좌석에 누웠는데 날씨가 너무 춥다. 대회시작이 9시라 8시 30분쯤 수영 warming-up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나왔는데 행사가 진행되고 물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시합 전 warming-up이 반드시 필요한데… 난 항상 몸이 늦게 풀린다.
수영(1.5km)
(수영출발을 기다리는 선수들 사진: 유성조)
여주이포보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아 수위가 낮아 출발점부터 몇 십 미터는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바닥이 돌이라 발이 좀 아프다. 예상했지만 Warming-up이 안된 상태라 한 바퀴 돌 때까지 호흡이 안정되지 않았다. 최근에 힘 안들이고 빨리 갈 수 있는 수영자세를 찾고 있는데 속도가 점점 더 느려지는 것 같다. 아마 뉴턴이나 아인슈타인도 모르는 새로운 공식을 찾아내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속도는 힘에 비례하지만 물의 저항을 줄일 수 만 있다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몸이 좀 풀리고 수영자세가 제대로 나올만하자 끝이 났다.(0:29:58 T1:0:2:07)
사이클(40km)
(아직완성 되지 않은 도로, 곳곳에 장애가 도사리고 있었던 사이클코스 사진: 유성조)
사이클 끌고 비포장 도로를 200-300m 정도 끌고 나가야 했다. 돌과 모래 위를 끌고 가는 어려움은 그 다음에 닿칠 난관에 비하면 애교에 불과하다는 걸 그 때는 몰랐다. 새로 만든 이포대교 위에 들어서자 다리 중간중간에 큰 철판이 깔려있었는데 그 두께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사이클이 타고 넘어 가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부닺칠 때의 충격이 금방이라도 펑크를 낼 것 같다. 속도를 완전히 줄여 다리를 지나가야 했다. (펑크난 선수들이 꽤 있었음)
아직 완성되지 않은 도로를 달리게 설계되어 있어 차는 없어서 좋았는데 곳곳에 장애가 도사리고 있어 잔뜩 긴장하면서 타지 않을 수 없었다. 날이 갈수록 허벅지 아프고 힘들게 탄다는 게 너무 싫다. 고통은 신이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마지막 안전장치이다. 이 장치를 계속 무시하면 우리 몸은 망가진다. 그런데 기록을 위해서 우린 몸을 망가뜨려야 한다. 대회 동안 고통과 기록 사이에서 방황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백승엽
(사이클, 런출발시 긴 비포장도로를 지나야 한다. 사진: 유성조)
런(10km)
반환점을 돌아 대교로 들어서는 언덕을 넘어 뒤로 돌아봤지만 병주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보였다면 좀더 기록을 단축했을지도 모르는데… 인간이란 어떠한 순간에도 계산을 포기하지 않는 영악한 동물이다. 고통을 추가해도 더 이상 얻을 게 없다고 판단될 때 우린 좀 더 안락한 쪽으로 가기 마련이다. (0:44:02 Total: 2:32:04)
Finish Line:
(시합후 윙회원들과 한장...)
주최측에서 주는 식당티켓(5000원)으로 해장국 한 그릇 먹고 서울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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