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은 정말 긴 세월이었다. 거의 매일 뛰다시피하던 런너에게 뛰지 못한 일년은 너무 길고 고통스러운 세월이었다.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사고와 부상은 항상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 2011년 겨울 마라톤 교실에 등록하여 새로운 달리기 기법을 배우던 중 무릎 오리발 인대을 다쳤다. 회복시간을 갖지 않고 계속 강도 높은 훈련에 방치했기 때문이라 추정된다. 조금 쉬면 낳겠지 했던 긍정적 사고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영원히 못 뛸 수도 있겠구나 하는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훈련:
3월, 아직 완전하지 않은 다리를 끌고 미사리 한강뚝방을 절뚝거리며 뛰어봤다. 뛴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단언컨데 속도에 관계없이 뛸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수영만하다 조금씩 달리기까지 하게 되니 체력이 부딪힌다. 인간만이 수 많은 동물 중에 진화의 단계를 거처 오늘날과 같은 고도의 문화를 영위하는 생물로 존재하게 된 것은 강한 적응력 때문일 것이다. 더 많은 운동량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같다.
함연식선수가 주관하는 오픈케어 수요일 훈련에 나갔다. “운동은 부상없이 즐겁게” 라는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가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운동하는 것은 건강과 즐거움 때문이다. 지나친 경쟁의식과 잘할려는 욕심은 부상을 수반하고 즐거워야 할 운동이 고통으로 느껴질 수 있다.
2013.5.18
편히 쉬고 싶다는 와이프를 부추겨 철인삼종 경기가 열리는 구미로 갔다. 구미보(좌완)에 설치된 본부에 등록하고 버스정류소부근에 모델을 잡았다. 시합 전날은 항상 긴장과 후회 속에 빠져든다. 안 해도 되는 일을 억지로 하고 있다는 생각… 사실 생각해보면 철인삼종 시합에 나가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
2013.5.19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한여름도 아니고 비 맞으며 경기하기가 너무 싫다. 폭우라도 쏟아져 대회가 취소되기를 기원해 보지만… 나의 간절한 바램과 무관하게 대회는 정상적으로 열렸고 보슬비는 경기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게 증명되었다.
수영(1.5km)
구미에서 처음 열리는 철인삼종경기, 낙동강에 띠워진 노란 부표가 저 멀리서 우릴 손짓하고 있다. 8시부터 30분까지 워밍업 시간이라 물에 들어 가려 했더니 9시 경기 시작 전에 10분 정도 몸풀게 해준다는 말만 믿었는데 그냥 바로 출발시켜 적잖이 당황했다.
인원은 많지 않았지만 두 그룹으로 나누어 출발시켰다. 몸싸움이 심하지 않았지만 2 년 만에 참가하는 대회인지라 그마저도 신경이 쓰였다. 두 개의 부표를 돌아 출발점으로 돌아오는데 라인이 보이지 않는다. 방향이 잘못된 것으로 판단 라인있는 곳으로 열심히 갔다. 가이드가 날 밀어낸다. 갈 때 라인은 아예 없었다. 시합 전에 미리 인지해 주었으면 좋았을 껄… 거리가 1.5km 보다 더 긴 것 같다. 바꿈터까지는 거리가 제법 길었다. (0:34: 46 T1: 0:03:09)
사이클(40km):
자동차전용도로를 막아 한 바퀴 돌아오는 코스로 비바람만 없다면 아주 이상적인 코스처럼 느껴졌다. 처음 10km 까지는 허벅지가 많이 아팠지만 탈수록 다리가 편안해 졌다. 난 사이클타기가 두렵다. 달리는 사이클에 바짝 붙어 지나가는 화물트럭도 무섭고, 내리막 급경사를 만나면 넘어져 다친 기억이 되살아나 섬뜩한 기분을 지우기 어렵다. 공휴일 외에 시간 내어 자전거 타기도 어렵고, 일주일에 한번 타는 사이클로는 앞으로도 정 붙이기가 어려울 것 같다. (1:13:21 T2: 0:00:56)
런(10km):
난 런이 항상 승부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종목보다 더 잘하고 싶은 대상이다. 2km 코스 5바퀴를 도는 평지로 구성된 코스… 비도 거의 그쳐가고, 비에 젖은 운동화만 아니라면 최상의 기록을 낼 수 있는 조건이다. 한 바퀴 돌고 기록을 보니 예상외로 저조하다. 몸 풀리면 시간단축이 가능하리라 생각했지만 그건 훈련 잘된 옛날 일이란 걸 깨닫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조금 더 빨리 뛰고 싶은 건 마음뿐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일년의 공백이 이토록 크다는 걸 절감하면서… (0:48:50 Total= 2:41:00)
피니쉬라인:
누군가가 카메라 들고 날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큰 위안이다. 올림픽코스가 거리가 짧아 상대적으로 쉽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야 하는 선수 입장에서 보면 10km 도 절대 짧은 거리가 아니다. 내가 괴물이라고 부르는 두 선수가 빠져 우승을 하나 더 추가했다. 10번의 우승… 처음 입상하고 10번 우승하면 그만 둬야지하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정말 마음 편히 경기하고 싶다. 지나친 훈련은 몸뿐 아니라 영혼까지 멍들게 한다.
“부상없이 즐겁게” …
http://triathlonmani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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