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감이랄까, 상실감이랄까 이름 지우기 곤란한 묘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을 헤매고 있을 때 오랫만에 철인계의 거장 정대회 선배를 만났다. 내가 아는 한 최고의 철인중의 한 명이다. 50대 후반의 나이로 제주 풀 코스를 10 시간 초반에 주파한 전설적인 철인. 대회후기 시작부터 정대회선배를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온몸을 전율하게 한 그의 충격적인 발언 때문이다. (일주일에 800km) 정도 타고 12km를 뛰어 회사에 갔다 저녁에 또 15km 정도 뛰고 마지막으로 2시간 정도 수영을 했다고 했다. 아니 이게 인간으로써 가능한 일인가? 나이 어린 선수도 아니고… 짧은 시간 투자하여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해 몸부림치는 내겐 엄청난 충격이었다. 으로 줄이면서도 기록은 유지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찾은 책이 두 권 있다. Fitness 계에서 너무 유명한 Body for life( Bill Phillips저) 와 최근에 나온 The 4 hour BODY (티모시 페리스저). 책의 요지는 적은 시간 투자로 효율적인 몸과 운동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루 20분, 3개월만 운동하면 100만 불짜리 몸매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 일주일에 4시간만 운동에 투자하면 충분하다는 나의 감성을 무지 자극하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가라는 것이었다. 적당히 오래 운동하지 말고 짧은 시간 한계까지 가라는 것인데… 사실 운동하면서 인간이 한계상황까지 간다는 건 절대 쉽지 않다. 한계상황 바로 뒤에는 죽음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장거리 지구력을 요하는 운동에도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확신은 아직 없다.
고귀한 시간을 빼앗는 불필요한 행위로 생각되어 진다. 그래서 난 장소도 가깝고 새벽에 등록할 수 있는 여주대회가 마음에 든다. 등록하고 버스를 타고 수영 출발하는 위치로 이동했다. 하게 이어졌다. 지원금까지 냈는데 인사 정도는 해야겠다는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시작 시간을 넘기면서 까지 이어지는 높으신 분들의 연설은 반감만 더할 뿐이다.
채 500m 멀리 떠 있는 부표만 계속 찾아 헤매이고 있었다. 내가 신봉하는 Fish like swimming은 고개를 완전히 숙여 바닥을 보게 되어있다. 수영장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부표가 멀리 있는 강에서 하는 수영엔 문제가 좀 된다. 고개를 들어 부표를 확인하려면 자세가 완전히 무너져 버린다. 지름길이 있는데 너무 먼 길을 둘러온 것 같다. (0:24:47 T1: 0:03:47)
4바퀴 도는 코스에서 두 바퀴째 유재영선수를 만났다. 아니 이럴 수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달리기가 안되기 때문에 수영과 사이클에서 5분 정도는 차이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승패는 이미 결정되었다. 수영에서 나보다 2분이나 더 빨랐다. 완전 평지인 사이클 코스에서 차이를 낸다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다. 속도계 보면서 열심히 탔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 뿐 전부들 기록들이 너무 좋다. 거리도 5km 정도 짧은 것 같다.( 1:02:55 T2: 0:03:36)
1분 이상을 까먹었다. 달리기에서 1분이 얼마나 큰 차이인데… 같이 들어 온 유재영선수는 이미 눈앞에서 사라졌다. 찌는듯한 폭염. 10km 도 너무 길게 느껴졌다. 반환점을 돌아 4km 남은 시점부터 스피드를 조금 올렸다. 전번 대회보다는 뛰는 게 나아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은 적응 잘하는 동물이다. 빨리 뛰고 싶다면 빠른 속도로 훈련해야 한다. 아무리 오래 뛰어도 천천히 뛰면 절대 빨리 뛰지 못한다. (0:46:36 total: 2:21:41)
마음이 편하지 않다. 사실 이기고 지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건 부상 없이 오래 운동하는 것이다. 작년 일년 동안 무릎 부상으로 뛰지 못할 때 “뛸 수만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라는 그 마음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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