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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철인삼종대회를 다녀와서 57 (2013.7.21) 철인 이광원



철인 이광원 
  인간은 감동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우린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감동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엔 영화, 책, 음악,

그림 같은 예술 분야뿐 아니라 스포츠가 주는 감동에 열광하고 있다. 생기는 것도 없는데 류현진이 승수를 하나 더할 때 면

큰 프로젝트라도 딴 듯이 기쁜 건 나만은 아닐 것이다. 난 항상 아침에 읽는 신문 속에서 무한한 감동을 느낄 때가 많다.

주위에 이름없는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는 나를 감동시킨다. 특히 팔 없는 장애우가 철인삼종에 도전하는 얘기는 게으른

내게 무한한 감동을 선사했다. 그 감동의 주인공이 나오는 현장에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큰 기쁨이다. 

훈련: 
  유례없는 폭우가 한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실내서 하는 수영 말고 일주일에 한,두 번 하던 사이클과 달리기는 거의 하지

못했다. 바로 전날 사이클 30km 탄 게 유일한 위안이다. 내가 달리기나 사이클 탈 타임에 비가 온다면 그날 운동은 끝이다.

프로도 아닌데 비 맞으면서까지 운동하기는 왠지 내키지 않는다. 

2013. 7.21 
  같이 가기로 한 와이프가 자명종이 우는데도 일어나지 않고 그냥 누워 있다. 대회에 참가하는 나도 이렇게 싫은데… 그냥 자…

혼자 갔다 올께하고 나오니 따라 나온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혼자되기를 무서워하는지 모른다. 누군가 자기를 돌봐 줄 인간이

 필요하다 비록 나이가 많다고 하더라도… 잔뜩 찌프린 하늘. 덥다는 걸 제외한다면 그렇게 경기하기 나쁜 날씨는 아니다. 


수영: 



  설봉저수지가 작아 출발할 때 너무 인원이 몰려 항상 몸싸움이 심했는데 올해는 출발선을 넓게 확장해 출발 때 미칠 것 같던

몸싸움은 없었다. 세상 모든 일이 조그만 신경 쓰면 다 좋아 진다는 진리를 보여준 것 같다. 수질도 예전보다 좋아진 것 같고

가끔 수초가 잡히긴 했지만 수영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사실 수영은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운동이다. 조금만 더 기록을

줄이려고 해도 힘은 몇 배로 든다. 여기 쏟을 힘이라면 저축해 두었다가 달리기할 때 사용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 0:28:53 ) 


사이클: 


    배려 차원인지 예전 길게 돌던 언덕 2회전 코스를 새로 평지 4바퀴로 바꾸었다. 그런데 계측이 잘못되었는지 4km 정도가

더 긴 것 같다. 평지를 계속 탄다는 건 사실 너무 지루하다. 허벅지에 전해 오는 묵직한 고통은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우리가 하는 훈련은 저축이 되지 않는다. 예전에 잘 탔다는 건 위안은 될지 모르나 지금도 잘 탈 수 있다는 보증은 아니다.

일주일만 타지 않아도 몸이 금방 느낀다. 열심히는 탔지만 기록은 어쩔 수 없다. ( !:18:35 ) 


달리기: 



  가파른 언덕 4바퀴로 구성된 달리기코스는 내가 가본 경기장중 최악이다. 등산코스로는 더할 나위 없어 보이나 여기를

걷지 않고 뛴다는 건 엄청난 인내가 필요하다. 언덕 뛸 때는 평지와 다른 근육을 요구한다.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경직된

다리는 이미 나의 의지를 져버리고 경쟁자에게 이겨야겠다는 생각도 희미해져 갔다. 너무 더워 달린다는 게 고문에 가깝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닐진대 그냥 울고 싶은 심정이다. 

최근에 달리기 기록이 너무 안 좋다. 작년 무릎이 아파 일년 쉬었다는 핑계거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어디가 아파도 항상 아프게 되어 있다. 속도가 느려진 게 그것 때문이라고 계속 최면을 걸고 있는 한 내 속도는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변명은 나약한 인간을 위해 만들어 둔 자기 방어수단이다. 뛰면 항상 고통은 뒤따르고 부상도 따라 오기 마련이다.

우린 성공하기 위해 긍정적인 꿈을 꾸어야 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꿈일지라도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우리의

꿈은 언젠가 이루어질 것이다. 

    한 선수를 지나치는데 귀에 익은 음성이 들렸다. 형님! 강동클럽의 송광근 선수였다. 
그는 날 철인계로 인도한 대부다.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엔 그가 너무 멋있게 보였다. 그림 같은 수영자세하며… 도저히

근접할 수 없을 것 같던 기록. 처음의 열정을 계속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오래 된 많은 선수들이 시합에 나오지 않고 있다.

한번 대회에 나오지 않으면 대회 나오는 게 너무 싫고 힘들게 느껴진다. 싫더라도 내가 대회에 기를 쓰고 참가하는 이유는

이번에 안 나가면 다음엔 더 나가기 싫어 영영 철인대회와 이별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인지 모른다. ( 0:52:53  Total: 2:40:20 ) 


Finish Line: 



  마지막 언덕을 올라 코너를 돌면 바로 피시쉬라인이 있다.  가뿐 숨을 몰아 쉬며 여길 들어서면 아늑한 어머니 품속 같은

안락함을 느낀다. 더 이상 고통을 느낄 필요도, 누굴 이겨야겠다는 피 말리는 경쟁심도 사라진다. 죽음도 이 피니쉬라인

같을까? 아무 미련도, 아무 원망이나 안타까움도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면 그 인생은 아주 멋진 인생이 될 것이다. 

http://triathlonmania.tistory.com/


서형영 13-08-23 17:16
 
11, 12년 이천을 갔었는데.. 
이번년도는 참석을 못했어요. 
항상 그 지옥같았던 4회전 언덕.. 
그리고 꿀맛같은 피니쉬.. 

우리가 이 운동에 빠져드는 이유는 
아마 저 순간이 아닐까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이광원 13-08-24 20:07
 
리플 감사합니다. 서울에서 가까와서 특별한 일없음 참가합니다. 내년에 주로에서 뵙죠
박덕찬 13-08-23 19:20
 
광원선배~잘 봤습니다~ 
깔끔한후기는 항상보는이들을! 감동으로이끄는군요~~~
     
이광원 13-08-24 20:09
 
덕찬씨 정말 오랫간만이네요. 대회에 안나오시나 봐요. 답글감사합니다.
강승규 13-08-23 23:27
 
올림픽코스 임에도 IM 대회처럼 느껴지는 후기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이광원 13-08-24 20:11
 
강교수님 감사합니다. 교수님 리플 처음 봅니다. 리플에 댓글 잘안다는데 교수님 리플보고 안달수가 없네요...
유영근 13-08-24 11:38
 
잘지내고 있지요?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보니 부럽습니다. 자주 주로에서 보기를 바랍니다.
     
이광원 13-08-24 20:12
 
정말 오랫간 만이네요. 게시판에서라도 소식 전하게 되어 반가와요. 얼굴한번 봐야죠...
이승 13-08-24 14:07
 
이형 글을 읽다보니.. 수영기록이 참 부럽슴다. ㅎㅎ 
저도 다음엔 후기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바쁘다는 핑계로 후기를 남긴다는 건 생각도 못해왔거든요. 
늘 건강하시고 다음 주로에서 만나보겠습니다~ ^^
     
이광원 13-08-24 20:15
 
같이 시합하면서도 주로에서 못뵙네요. 후기 꼭 쓰보세요. 지난 후기보면 이런일도 있었나 쉽기도 하고 재미있어요. 다음 대회때 이승님 후기읽을 수 있게 해 주세요.
홍기철 13-08-26 09:56
 
형님 
형님글을 주말에 모두다 읽었습니다 
읽고나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새벽에 수영장에서 뵙고 
아 저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큰힘이 나오는지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이번주 
인천해양경찰청장배 
형님의 기운을 받아 저도 좋은 성적 거두도록 
힘내겠습니다 
새벽에 같이 수영하는 홍기철
     
이광원 13-08-26 11:02
 
철인삼종 같이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제가 쓴 글이 꽤 많은데.... 재미없는 글읽는다고 고생많았습니다. 운동은 재미있게, 즐겁게, 부상없이, 건강하게 하면 됩니다. 너무 잘할려는 욕심이 부상과 좌절을 경험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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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26 12:07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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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멋지내요...
    돌아오는 주말 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이글은
    불씨가되어주내요....
    고생하셧어요.....

  • 2013/08/26 12:20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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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인선배님의 연륜이 흐르는 글에 잠시 시간이 멈춘 느낌이었어요. ^^
    저축이 되지않는 훈련.. 크흐.. 운동만큼 정직한 것이 있을까요~
    정신력으로 이겨내는 부분들도 준비된 자만이 뛰어 넘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것.
    대회참가 할 때마다 느끼곤 잊고 있던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

    한달여 시간이 흘러서 회복은 되셨지요?
    환한 웃음, 운동장에서 보여주세요~ ^-^

  • 곳곳에 담겨있는 이광원님의 감성이 느껴지는 후기입니다.^^
    항상 느끼지만, 열정이 있다면, 상황과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거 같습니다.
    대회준비하는 철인비기너들에게 도움이 되는 알찬 후기 감사드려요~
    쉽게 도전할 수 없어서, 그 성취감도 가볍지 않은 거 같습니다.

  •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하였습니다. 이광원님의 생각과 느낌!! 기쁨.고통~
    모든것을 글과 사진으로써 모두 느낄수 있었습니다.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서 몰입하고 보았네요!!!
    정말 수고많으셨구요. ^^ 이광원님 힘힘! ^^

  • 2013/08/26 20:09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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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저의 곁을 빠르게 스쳐지나가셨을거 같군요.
    모든 것이 그렇듯이 한번 쉬기 시작하면
    다시 돌아오기는 너무 힘든것 같습니다.
    하루 하루 열심히 사는 것이 답인 듯 합니다.
    삶이 다큐멘터리 인거 같습니다.멋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