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정점에 오른 철원의 폭염을 정신력으로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도로따라 흐르는 작은 개천으로 뛰어들고픈 충동이 대회 끝나는 시간까지 계속 나를 괴롭혔다. 덥다라는 단어로 당시상황을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토요일 2번째 철원대회는 마음씨 착한 임송운.이호정부부가 운전하는 트라제에 무임승차하는 행운으로 시작되었다. 혼자보다 여러명이 같이 이동할수있다는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수영 1km하고 잔차거치하고 숙소로 왔다.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하늘을 보니 구름이 낮게 깔려 있고 빗방울도 몇방울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늘이 우릴 도우는구나! 소나기는 말고 가랑비가 내려준다면 좋겠다는 망상이 얼마나 사치스런 것이었는지... 수영(2km:) 레인에 붙어서 가리라 비록 몸싸움심할찌라도 그길이 가장 빠른 길이니... 너무 붙어가서있지 부표로 처둔 공에 얼굴을 부딪혀 눈주위와 코에 상처가 생겼다. 물도 깨끗하고 파도도 없고 몸싸움이야 어디선들 없나... 작년보다 조금 빠르게 바꿈터로 나왔다. 수영에서 3분 시간을 당기기는 절대 쉬운일이 아니다. 그런데 바꿈터에서 4-5분을 소비하는 선수를 보면 안타갑다. 뭐 관광모드라고 하지만... 그 전쟁터같은 저수지보다 관광을 위해서는 더 아름답고 편안한 곳이 얼마든지 있을텐데... (0:39:50) 사이클(90km) 시작과 더불어 시작되는 내리막길 사이클 코스는 거의 환상적이다. 처음 만나는 급커브만 주의한다면 초보자라 할찌라도 20km 까지 시속 40km는 그리 어렵지않다. 가끔 언덕도 있지만 평지가 대부분이고 완만하기 때문에 사이클 기록 내기는 참 좋은 것 같다. 가장 취약한 부분이 사이클이라 새로 잔차도 구입하고 송치오님이 주관하는 토요일 새벽 출발하는 은고개 유명산코스도 몇번 동참해서 근육이 생겨서인지 탈때마다 아프던 허벅지와 허리도 안아프고 90km가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선천적으로 사이클 못타는 사람은 없는가 보다. 어느순간 upgrade된 자신을 발견한다는 건 큰 기쁨이다. 작년보다 9분 빠른 기록으로 골인(2:41:54) 런(21km) km당 5분 속도로 뛰면 1:45에 들어오는데 그 정도는 뛸 수있을 것처럼 느껴졌다. 천천히 뛰었다 5km정도 뛰다보면 몸이 풀릴것이고 그때 가서 속도를 높이면 된다는 생각... 윤원철이 앞서 나가고 유희란도 나를 추월한다. 그래 가봐라 후반에 잡으면 되지 5km 가 지나도 몸은 풀리지 않고 더위에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을 발견. 2.5km마다 있는 보급소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여겨진다. 21km 가 아니라 2.5km 짜리 코스 8개를 하는 것 같다. 왜 이 미친짓을 하고 있는지 금방이라도 도로 따라 졸졸 흐르는 개울속으로 뛰어 들고 싶다. 더우기 이 고통이 마지막이 아니란 사실이 더욱 나를 절망시킨다.10km, 5km, 2.5km ... 200m 멀리서 팡빠레 연주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작년보다 10분이상 늦은 기록으로 골인 (2:10:18) 치열한 전쟁에서 살아온 사람이 느끼는 환희가 이보다 더할까? 같이 참가해서 같은 고통을 겪었다는 한가지 사실만으로 우린 깊은 동지애를 느낀다. 아무나 끌어안고 싶다. 세상을 다가진 듯한 희열- 아마 이게 없다면 오늘부로 잔차팔고 두번 다시 대회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다. (Total 5:32:01) 절뚝거리며 메달하나 물한병 받아들고 분수대로 뛰어들었다. 시원하다. 대회때 받은 모든 고통이 일순간 사라지는 순간이다. 런때 아이스케키통매고 설레임, 수박 전해준 이상영, 대회때마다 간사 자청하여 어려운일 도맏아 하는 최용환, 이명숙 갑짜기 나타나 날 기쁘게 한 이혜정과 그녀의 친구 차운전, 사진으로 밤늦게 까지 봉사를 아끼지 않은 임송운. 이호정부부, 송치오. 위승희부부, 이병은님를 비롯한 많은 응원단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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