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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악몽 2005 제주대회 후기 13


8월 말의 강렬한 태양이 들어가 버린지도 꽤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주변은 어둠에 잠기고 달은... 하고 싶지만 달은 보이지 않았다.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의 감미로운 바이올린의 멜로디가 12시간 이상 온갖 고문에 시달리는 네게 꿈결처럼 스처간다. 견디기 어려운 육체의 고통 속에 동참하지 못하고 자유로이 꿈을 꾸는 정신이란 놈은 도대체 적인가? 아군인가?

8/26
15:40 KAL로 제주엘 갔다. 저녁에 만찬에 참석.

8/27
7시에 중문 앞 바다에 들어갔다. 해파리가 여러마리 보였다. 팔라호 호수 해파리떼가 생각났다. 거기 해파리는 독이 없어 손으로 잡고 놀았는데... 천천히 한바퀴 돌았다. 시합전 수영은 도움이 된다. 잔차 거치하고 호정씨가 해주는 밥먹고 잠. 긴장때문인지 잠이 잘 온지 않는다. 자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다 새벽에야 잠이 들었다.

8/28
5시경 일어나 김밥을 먹었는데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6시 50분이 다 되어서야 바다 앞에 설 수 있었다. 바다는 잔잔하고 따뜻해서 시합하기는 더 없어 좋은 상황이다. 사이클, 런때 비가 조금 뿌려준다면 더없이 좋은 날씨가 될터인데... 그런데 그런 행운까지는 신이 허락하지 않았다.

수영:
10.9.8.... 카운터 다운이 시작되고 긴장감은 최고조가 된다. 1000여명의 선수들과 바다 속으로 돌진했다. 라인을 따라 수영했다. 예전엔 몸싸움이 무서워 멀리 돌았었는데... 속초대회 이후로는 작전을 바꾸었다. 몸싸움도 철인이 치루어야할 경기의 한 과정으로 생각하고 받아드리기로 한것이다. 조류나 파도는 없었고 해파리가 몇마리 보였지만 지루함을 달래주는 장남감은 되었을 망정 위협은 되지 않았다. (1:12:01)

T1:
중문바다에서 바꿈터 까지가 멀고 가파르다. 모래사장을 뛰어 언덕을 올라 바꿈터로 항한다. 주변에 늘어선 응원하는 사람들의 환호성과 박수소리를 들어며 사이클을 시작한다. (T1: 0:07:23)

사이클:
철인경기에 사이클이 없다면 좀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중의 한명이다. 최근에 바꾼 사이클이 몸에 맞지 않아 사이클 포장하는 날까지 핸들 높이 조정하고 유바 길이 바꾸고... 시합 두달전에는 절대 셋팅 바꾸면 안된다는 고참들 얘기에 내심 불안하기 그지없다.

스템을 짧은 것으로 바꾸야했지만 구하기도 어렵고 시간도 너무 촉박하여 그냥 타기로 했다. 제주에서 조립하면서 핸들을 1cm 정도 높이고 핸들각도를 거의 수평되게 설정 함으로 콘트롤레버가 몸에서 3cm 정도 가깝게 만들었다.
타는 내내 끊어 질것 같은 허리의 통증을 걱정했지만 신기하게 허리는 아프지 않았다.

좋은 자전거가 아니라 자신의 몸에 잘 셋팅된 잔차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하게 된다. 처음엔 허리가 아파도 훈련이 덜되어서 그런 것으로 생각했고 잔차가 내몸에 맞지 않는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이 간단한 진리를 깨우치는데 3년이 걸렸구나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90Km까지 평속 30km로 탔다. 중간에 용환이가 기아가 너무 높으니 약하게 놓고 타라고 한다. 항상 그렇게 탔었는데... 기아를 낮게 내리니 속도가 많이 떨어진다. 준비해간 호박죽과 복숭아 통조림을 먹고 돈네코를 향해 출발....

엉덩이와 허벅지, 어깨의 통증이 심하다. 내리막이 나타나면 유바를 잡고 기아를 최대로 무겁게한뒤 무지막지하게 밟고 언덕이 나타나면 기아를 최대한 얕게 놓고 천천히 올라갔다. 그 길만이 고통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처럼 보였다. 120km를 넘어 서며 고통이 고문으로 바뀌었다. 180Km 잔차로 이동하기엔 내겐 너무 먼 거리(7:02:26)

마라톤:
VAAM, 아미노바이탈 한봉지씩 입에 털어넣고 뛰어나갔다. 사이클에서 늦은 시간을 보충하려 첫바퀴를 4시간 페이스에 맞추어 뛰었다.(1:22) 후반에 조금만 더 페이스를 당기면 4시간에 들어 올수있을 것 같은 착각도 잠시. 두바퀴부터 앞서간 양자와 점점 멀어졌다. 대상도 없는 원망과 욕설이 뛰어 나왔다. 돈들여 가면서 왜 이 미친 지랄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내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게 운동이야 고문이지... 우아하게 테니스나 치면서 산에나 가고 사진이나 찍어야지... 이게 이제 마지막이야를 외치며...

마지막 반환점을 돌았다. 이제 6km가 남았다. 다 죽어 가던 육신이 갑짜기 어디서 그런 힘이 생겨났는지 달리기 시작했다. 미친듯이... "808번 이광원선수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 음악 같은 목소리가 고통의 끝을 알리는, 또 다음 시합에 의지를 불태우게 하는 신호탄이다. (4:38:54) (Total 12:53:21)

결승점:
물한병, 메달하나 받아쥐고 절뚝거리며 결승점을 벗어나면서 왜 연례행사 처럼 이런 고문을 당해야 하는지를 곰곰히 생각해 봤다. 심심해서? 과시욕? 건강을 위해? 자기 존재확인? (출사표에다가는 그렇게 썼지만 꼭 이렇게 해야 내 존재 확인이 될까? 허무하다...) 도무지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순간 인간이 전쟁은 왜 할까? 하는 생각에 미치자 풀리지 않는 문제의 실마리가 어렴풋이나마 잡히는 것 같았다.

(고생하신 박영삼, 윤원철 간사를 비롯한 자원봉사자 호정이, 기정이, 이성분님 그리고 밤늦은 시간까지 마음 졸였을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진만복
::: 고생 많으셨습니다. 대회 때마다 좋은 사진 찍어 주시고. 그리고 저도 최소 3년은 해야 겠네요.

윤재덕
::: 성님 너무 깊게 생각치 마시고 그냥 그렇게 편하게 마음 잡숫고 어차피 내년에도 하실거잔슈 암튼 고생 마이 했어요

임희석
::: 고생많이하셨습니다..선배님의 이천기록과 제주기록을 보면 감탄사만 나올뿐입니다..내년엔 저좀 잘 이끌어주세요..ㅎㅎ 모래 미사리에서 뵙겠습니다..

임송운
::: 형님 후기가 이제야 도착했네요. 형님 수고 하셨습니다. 문어회 잘먹었습니다. 광원형님 부부와 한방을 같이 써서 좋았습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최용환
::: 주로에서 언제나 같은 생각을 한답니다. 도데체 왜?다시는 안한다.그러면서 골인하고 다음번 어떻게 할까 고민하죠... 수고하셨습니다.

위승희
::: ㅎㅎ 공감되는 부분이 많군요.두번째 완주를 축하 드립니다.

박재범
::: 광원형님 만약에 아이언맨대회를 나가지 않는다고 생각해봐요? 사는게 재미없어져요....내년에도 같이갑시다^^ 좋은기록으로 완주하심을 축하드립니다.

박재범
::: 참 그리고 번거롭지 않으시다면...제 사진 이메일로 부탁드립니다. ironman0418@hotmail.com

장윤근
::: 전 욕 할 힘도 정신도 없던데.ㅎㅎㅎ.축하합니다.연례고문을 이기신 거네요.ㅋㅋ

윤승환
::: 형님 내년에 씨포S의 위력을 함께 보여 주자구요 수고하셨습니다.

손용식
::: 광원형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언제나 좋은사진 촬영해주시고....혹시 골인지점 사진 구할수 없을까요? 그리고 완주 정말 축하드립니다

유제형
::: 수고많이 했고 좋은기록으로 무사완주 축하 합니다.

박인석
::: 산성파 뒷풀이도 해야지. 애 많이 쓰셨어요.

정윤용
::: 완주 축하드립니다.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이 좋습니다. 내년에는 첫도전 예정입니다. 많은 지도바랍니다.

문성철
::: 저같이 대회과정이 복기가 되지 않는 사람은 형님 후기를 읽다보면 어렴풋하게 기억이 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선현수
:::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사진 감사합니다

허익준
::: 항상 변함없는 우리 산성파 수장 광원 형님 감사드리고 수고 하셨습니다

여상훈
::: 형님 수고하셨습니다~ 완주 축하드립니다~

박국남
::: 산성파 수장님 완주 축하드립니다. 내년엔 산성파 새내기들과 같이 고문한번 당해보시는게 어떠하실런지요....

이강민
::: 수고하셨습니다. 완주하신분들이 부럽습니다.

임오현
::: 수고하셨습니다 땀흘리시는 동안에 느끼신 보람들이 제주대회 하루의 기록보다 큰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