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과 지옥이 있다고 믿는 크리스찬의 한사람으로써 지옥이 어디있냐고 반문하면 기꺼이 35만원짜리 일일 지옥체험여행코스로 제주에서 열리는 아이언맨코리아대회를 추천해 주고싶다. 쏟아지는 장대비와 우박, 거센 바람속에서 180km를 작은 안장에 의지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전투하듯 달려나가는 사이클링, 삶아 버릴듯한 무더위와 터질것같은 심장의 고동소리, 고통과 기록사이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알랑한 신념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타협하고 절망하는 나약한 자신을 발견할 수있는 유일한 현장, 이곳이 내세에서 맛볼 수있는 데모버젼 지옥이 아닐까? 8/25(금) 언제나 처럼 대회를 앞둔 시점이 가장 긴장되고 생각이 많다. 잘할 수있을까? 사고라도 당하지 않을까? 일년 가까이 뿌린 땀과 눈물과 피의 댓가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있을까? 왜 내가 재수없게 이 운동을 알게 되어 이고생을 할까? 별별 생각이 많은 밤이다. 이번 주는 거의 운동을 하지 않았지만 전주 토, 일요일 운동시 너무 힘들고 속도가 나오지 않아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만찬에 참석하여 많이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8/26(토) 윙멤버들과 7시에 중문해수욕장에 수영하러 갔다. 파도가 심하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멀미가 났다. 바다수영 하루 이틀한것도 아니고... 몸상태가 아주 나뿌다. 내일까지 회복할 수있을지... 대회날까지 베스트 콘디션을 만든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난 항상 좋은 콘디션으로 대회에 참가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 대회진행 설명회 참석하러 잔차로 월드컵경기장까지 갔다왔는데 짧은 거린데도 다리가 아프고 페달링이 잘되지 않는다. 내일 먹을 것과 준비물들 챙기고, 목표시간 수영 1시간 15분, 사이클 6시간 30분, 런 4시간 20분을 생각하며 꿈나라로... 8/27(일) 3시 30분에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 4시부터 밥, 반찬 준비하고 4시40분쯤 방원들과(차순왕, 이채우, 임송운) 밥을 먹고 결의를 다진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퍼부을 것같은 먹구름으로 덮혀있고 바람소리가 심상치 않다. 어제의 멀미에 대비하기 위해 멀미약을 먹고 수영 출발점에 섰다. 수영취소: 파도가 거세고 비가 세차게 내렸지만 수영이 취소되리라고 생각은 되지않았다. 좀 재미있을 것 같다란 생각이 들었다. 수영에 좀 자신이 없는 철인들의 포기가 있으리라... "수영취소"는 내게 조금의 충격이었다. 그나마 자신있는 종목인데 2004년에 이어 2번째 수영이 취소되는 불상사가.... 동해의 거친 파도를 헤치고 독도 횡단에 성공한 임일국씨의 불평소리가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사이클: 번호순서대로 출발하면 순번(973번)이 뒤쪽에 있는 선수에게는 엄청 손해라는 건 2004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나마 5초간격이 아니라 연속해서 출발해 출발 신호 32분후에는 출발할 수있었다. 20km 까지는 다리가 아팠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리가 많이 풀렸다. 초반에 무리하지 말자란 생각에서 90km 까지 너무 늦게 간것 같다. (평속 30km) 중간지점에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가운데 죽한그릇 먹고 출발... 돈네코, 롤러코스트를 올랐다. 나를 추월하는 선수들도 별로 없고 해서 별로 자극을 받지 못한것 같다. 좀 더 기록을 단축할 수있었는데... 공휴일마다 미사리에 모여 검단산 돌았던게 도움이 많이 된것 같다. (bike 6:38:11) 바꿈터: 바꿈터에서 시간을 많이 소비하는 사람을 보면 조금 화가 난다. 기록 경기에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이를 악물면서 바꿈터에서 1-2분을 보통 허비해 버린다는게 얼마나 허무한가?( 0:02:11) 런: 거칠게 몰아치던 소나기는 사라지고 태양이 비치면서 도로를 젖신 비가 수증기로 바뀌면서 습도를 높였어인지 후덮지근한 무더위가 달리기 내내 나를 괴롭혔다. 런때 나름대로 3가지 목표를 설정했다. 1. 어떤 일이 있더라도 걷지말자. (인간은 빨리 적응하는 동물이다. 힘든다고 걷게 되면 걷는데 적응해 버려 뛰는 건 죽기보다 싫어진다.) 2. 보급소에서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말자. 15초내로...( 2km 마다있는 보급에서 시간을 지체하게 되면 상상이상으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 3. 많이 먹자. (인간은 그렇게 긴시간 동안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능이 없다.) 언제나 처럼 몸이 풀릴 때까지는 천천히 뛰었다. 언덕이 많은 제주대회를 대비하여 올림픽 언덕훈련을 한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언덕을 오르는 근육이 생겼는지 언덕오르는 게 그렇게 힘들지는 않는다. 한바퀴를 돌고 시간을 보니(1:29:30) 좀 더 속도를 내야할 것 같은데 속도가 나지 않는다. 두바퀴는 좀더 걸렸다.(1:30:57) 아 이속도면 4시간 30분에도 들어 갈 수없다. 마지막 바퀴의 시작은 박기수와 함께했다. 몇키로를 같이 뛰었다. 보급소에서 지체하는 기수를 뒤로하고 정말 미친듯이 뛰었다. 한구간(14km)에서 4분 줄인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난 빨리 들어가 쉬고 싶다. 일초라도 더 이고통속에서 머물러 있고 싶지 않다. (1:26:01) (4:27:15) (Total= 11:07:37) Finish Line: 월드컵 경기장의 불빛이 멀리서 보이고 아나운서의 목소리, 응원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고통의 끝을 예고하고 있었다. 쏜살처럼 달려 피니쉬라인을 통과했다. 새까맣고 깡마른 동료선수들의 미소가 정겹다. 검단산, 올림픽공원, 미사리에서 쏟은 한드람통의 땀과 눈물과 바꾼 완주메달 하나 받아들고 기념촬영한장 찍고... 이게 그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따지지 말자 인간에게 고통이 없다면 기쁨도 없다. 고통이 클수록 기쁨도 크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3번째 완주를 이루었다. (대표간사님을 위시한 자봉하신분들, 응원하신 가족분들, 같이 고통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해준 윙의 선수들 모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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