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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게임 2007 이천 철인대회 후기1위 22



난 스펙타클한 전쟁영화나 건국과 멸망을 되풀이 하는 고대 역사 소설을 좋아한다. 죽지만 않는다면 전쟁보다 더 재미있는 게임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인간이 문명화되면서 죽고 죽이는 야만적이고 위험스러운 전쟁을 하지 않고도 인간내면의 투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게 스포츠가 아닐까? 오늘날 스포츠가 이토록 번창한 것도 헤아리기를 좋아하는 인간에게 기록이라는 수치와 전쟁의 기본 룰인 승패를 채택함으로써 가능했으리라 생각해 본다.
강을 건너고 말을 타거나 뛰어서 적을 공격했던 예전의 전투를 현대판으로 스포츠화 시킨게 철인삼종경기라고 추정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난 언제부터 인가 경기를 하면서 마치 내가 전투라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종종 있다. 전투란 한번 승리했다고 자만해서도 안되고 한번 패배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더욱 없다. 준비하고 노력한다면 언제나 승리는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7/15
거의 매주 나가는 시합에 조금 지친 것 같다. 그냥 훈련 삼아 나간다고 최면을 걸어봐도 내 몸은 역시 긴장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새벽 5시 출발하기로 했지만 3시 30분, 지나치게 일찍 깨어 버린 이후로는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장이 안 좋은지 피곤하거나 긴장하면 여지 없이 화장실을 3번-4번 드나드는 버릇이 오늘도 비껴가지 않는다. 몽롱한 상태로 차를 몰아 이천으로 갔다. 철원대회 일주일전이라 많은 철인들이 참가하지는 않은 것 같다. 등록하고 참가선수 명단을 뒤척여 봤다. 이재범과 전윤용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이재범은 속초대회에서 일위를 하며 날 4위로 내몰았던 장본인이 아닌가? 수영실력은 별로지만 사이클과 런은 탁월했다. 그를 이기기 위한 방법은 수영에서 최대한 차이를 벌이고 사이클과 런에서 차이를 줄이는 것이다. 이 작전이 잘 먹혀 들어갈지…

수영(1.5km):
설봉 저수지는 바닥이 진흙이고 물이 더러워 들어 가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는 곳이다. 2개 팀으로 나누어 1분 간격으로 출발했다. 늘상 겪는 일이지만 출발한지 얼마 안되어 누군가가 주먹으로 오른쪽 눈을 강타한 것 같은 충격이 느껴졌다. 수경이 벗겨지고 눈에 심한 통증이 있었지만 그 놈을 찾아 제재하기에는 주위에 인간들이 너무 많고 1초가 아쉬운때라… 그냥 수경을 바로 쓰고 미친듯이 수영했다. 한바퀴 돌고 시간을 보니 12분 33초 이 기록이라면 25분에도 들어오겠구나 좋아하던 기분도 잠시 첫 바퀴에서 너무 힘을 빼서 인지 두 바퀴째는 좀 힘들었다. (0:29:43)

사이클(40km):
태풍 마니가 물러갔다지만 그 여파에서인지 바람이 거세다. 아주 가파른 언덕은 없지만 그렇게 만만한 코스는 아니다. 연습 삼아 적당히 하겠다는 생각은 시합에 나가면 100% 달라진다. 전투에 참가한 병사는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 적들이 뒤에서 우리를 추격해 온다. 그들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허벅지가 터지도록 페달을 밟아 된다. 그렇다고 사이클 타다 허벅지가 터졌다는 사람은 아직 본적이 없다. 시합에서 20km 두 바퀴는 그리 짧은 거리가 아니다. (1:11:14)

런(10km):
이천 설봉대회 최대 난코스는 달리기가 될 것이다. 뛰어서 올라가기엔 너무 가파른 산을 네바퀴 돌아야 한다. 평소에 언덕을 잘 뛰지 않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걷게 되는 코스다. 이글거리는 태양과 무릎에 가해지는 고통과 걸어서 산을 올라 가고픈 욕구가 복잡하게 어우려져 심신을 피곤하게 만든다. 시간을 좀더 줄이기 위해서는 내리막길에서 중력과 가속도의 법칙을 이용하여 내리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그 휴유증으로 육 개월 정도 운동을 접고 정형외과를 찾아 다니며 인대 강화 주사를 맞거나 맛사지를 받아야하는 노고를 감내할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시도 하지 않는 편이 낳다. 이번이 마지막 전투라면 난 내가 존경하는 뉴턴의 법칙을 100% 이용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음주에도 또 철원평야에서 어마어마한 전투가 기다리고 있으니 그럴 수는 더욱 없다. (0:47:29)(Total 2:28:25)

피니쉬라인:
피니쉬 라인을 향해 미친듯이 뛰어갈 때보다 더 기분 좋을 때는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몇십년 만에 만난다 해도 이 보다 더 기쁠 수는 없을 것 같다. 터질듯한 심장을 부여안고 비처럼 쏟아지는 땀방울을 떨구며 마지막 목표로 항해 질주하는 사람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예전에 타임지에서 읽은 기사가 생각난다. 인간이 공기통 없이 바다 150m 까지 들어갔다는… 그 속엔 빛도 없고, 소리도 없고, 그 어떤 스트레스도 없다는…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다이버가 느끼는 무아지경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들어 온 뒤 2분쯤 뒤에 이재범이 들어 왔다. 우승의 확신이 드는 순간이다. 우승이라는 기쁨보다 속초에서 날 패배감으로 몰아 넣었던 도무지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강적을 이겼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승리의 세계에서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 승리했다고 내일 또 승리할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있겠는가?



문철::: 역~쉬!!! 멋진 광원 형님!!! "글레디에이터"의 전투사가 연상되는 군요. 스포츠를 전쟁에 비유한 형님의 후기가 아주 인상적입니다. 축하드리고, 자랑스럽습니다.^^

전교우
::: 무서운 느낌이 듭니다.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전진하세요.

박병식
::: 우아~ 속초에서의 아쉬움 기억납니다.. 전 내린천 산악마라톤엘 갔었는데 내리막에서 축지법을 쓰며 내리쏘는 마라토너들이 많더라구요.. 형님도 이정도는 해야..^^ 축하합니다!!!

조재형
::: 형님....또 좋은 성적을 내셨군여. 항상 꾸준히 변함없으신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더운데 체력관리 신경쓰시고요

이병은
::: 이젠 뭐 입상은 기본이네요...추카드려요....!!

임송운
::: 광원형님 좀 걱정되기도 합니다. 물론 형님의 몸관리에 고수이시니 제가 이야기 해도 알아서 하시겠지만 제 뜻 아시죠 형님 입상 축하드립니다. 형님의 판단력과 추진력은

"
::: 대단하십니다. 올해는 함께 하는 시간이 적지만 내년엔 같이해요. 얼른 회복하세요.

박용수
::: 지칠줄 모른는 힘~....부러워유..글고 형님..이젠 살살하세유...제주대회에서 본가 보여주세요~

박재범
:::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요..입상 축하드립니다.

김수용
::: 대단하신 형님이셔유~~~하여튼 회복 잘허시구...철원에서도 선전하세요~~~

윤재덕
::: 축하 드립니다. 그 동안 엄청나게 노력하시는것 같으니 아무튼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