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란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고 느낄 때 까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시합(수영, 마라톤, 철인)만 거의 200회 이상 나갔었는데 도중에 포기하거나 실격된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의기양양하게 피니쉬라인을 통과하여 일위로 들어왔다는 기쁨도 잠시 사이클코스를 한 바퀴 덜 돌았다니 “아니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난 분명 9바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틀림없이 다 돌았다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10바퀴를 돌아야 한단다. 5/22일 게시판에서 “춘천대회 변경사항들”이란 제목으로 분명 9바퀴라고 되어있었는데… 나중에 바뀐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6. 사이클 9lap 의 기록체크 문제는 참피언칩으로 해결될 수 있으리라 판단되며, 1lap이 약 9.8km 이기 때문에 속도계를 참고하시면 바퀴수의 혼동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바뀐 규정을 꼼꼼히 읽어보지 못한 나의 잘못이지만 10바퀴라고 안내판이라도 하나 걸어두지 않은 주최측이 원망스럽다.
훈련:
전주 속초 대회때 테이퍼링을 하지 않아 런 때 무척 힘들었기 때문에 훈련량을 반정도로 줄이고 강도도 반으로 줄였다. 거의 휴식하면서 몸푸는 정도로 한 주를 보냈다. 우리 몸은 연속되는 높은 강도의 자극에 견디지 못한다. 충분한 휴식이 없는 훈련은 결코 기록을 향상시켜 주지 못할 것이다.
7/1(일)
대회를 자주 치루다 보니 대회 참가 전날 움직이는게 시간도 많이 허비되고 잠자는 문제도 귀찮고 해서 새벽에 강동클럽에서 버스로 간다기에 같이 가기로 했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찰밥에 미역국 조금 말아 먹고 짐 챙겨 상일역 앞으로 갔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태워버릴듯한 태양이 내리쬐는 것 보다 비온다는게 얼마나 기쁜일인가? 가는도중 휴게소에서 설렁탕도 한 그릇 먹고 대회가 열리는 춘천 빙상경기장으로 갔다.
수영(2km):
1km 삼각형 의암호수를 두 바퀴 돌게 되어있다. 인원이 얼마되지 않아 동시 출발, 처음에 조금 몸싸움이 심했지만 300m 쯤 부터는 편안하다. 기록이 좀 잘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해 봤지만 별로 달라진게 없다. 인간은 자신의 결점을 외부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 나도 예외는 아닌 것같다. 훈련량을 늘려도 기록이 줄지 않자 그 이유를 민소매슈트로 돌리기로 했다. 빨리 돈벌어 풀슈트를 구입해야겠다. 그 길만이 수영기록을 줄일수 있는 유일한 방법처럼 보인다. (0:42:18) (T1: 0:02:46)
사이클(90km):
철인경기사상 유례없는 9km 코스 10바퀴 도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고 긴 언덕 하나와 몇 개의 언덕이 적당히 어우려져 10바퀴를 골머리 아프게 헤아려야하는 불편함만 없다면 훈련으로는 그지없이 좋은 코스처럼 보인다. 주최측에서도 머리 나쁜 선수를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고무줄 10개를 주면서 하나씩 버리도록 주문했고 버리고 말고는 전적으로 선수 책임이라고… 혹시라도 바퀴 수를 잊어버리더라도 절대 주최측의 책임은 아니라는 경고로 느껴진다. 문제는 처음 공고 때 9바퀴를 돈다고 했고 나중에 10바퀴로 바뀌었어면 최소한 고무줄 버리는 장소라고 크게 써놓은 안내판에 조그만하게라도 “10바퀴”라고 쓰두었더라면, 개회식을 좀더 빨리 시작해서 수영 연습시간과 겹치지 않게 하고 10바퀴라고 한번 방송이라도 했더라면… 9바퀴 돌고 실격 당한 19명의 슬픈 영혼은 구제받을 수있었을텐데…
태양이 비치지도, 비도 내리지 않는 사이클 타기엔 최고의 조건을 제공해 준다. 조금 가파르다 싶은 긴 언덕 하나가 조금 무리다 싶긴 했지만 급경사나 위험한 부분은 거의 없어 보인다. 9바퀴까지 거의 한 바퀴 17분 정도로 일정하게 탔다. 한 바퀴 돈 뒤 고무줄을 하나뽑아 던진다는게 5개 정도가 빠져버려 고무줄로 바퀴수 헤아리는 건 포기하고, 혹시라도 바퀴수를 잊어버릴까 속도계와 시간을 이중체크하며 사이클 타는 것 이상으로 정신을 집중시켰야 했다. (9바퀴 약 81km 2:36:51)(T2: 0:01:45)
런(21km):
런 시작하며 빗방울이 간간히 뿌려 최상의 기상 컨디션을 제공한다. 어디 아픈 곳도 없고 체력도 남아 있고 그냥 열심히 뛰기만 하면 좋은 기록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다. 평소 나보다 기록 좋은 선수들이 나보다 너무 뒤처져있어 조금 의아하게 생각되었다. 내가 사이클을 너무 잘 탔나? 경쟁선수는 나보다 거의 3-4km 뒤쪽에 있다고 생각하니 굳이 힘들게 빨리 뛰어야 한다는 욕구는 생기지 않는다. (01:52:58)(Total=5:16:36)
Finish Line:
여긴 환희와 허무가 함께 머무르는 곳이다. 신은 왜 인간에게 절대 기쁨이나 절대 사랑을 주지 않았을까? 우리가 느끼는 기쁨은 고통과 슬픔 속에서만 존재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 속엔 지독한 미움도 함께 있다. 누구를 사랑한다는 건 지극히 그를 미워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록과 대회를 만들고 Finish Line을 만든 사람은 분명 철학적이고 생각하기 좋아하는 인간의 감정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내가 대회에 참가하는 이유도 터질듯한 심장을 부여안고 마지막을 항해 미친듯이 질주하는 다분히 자학적인 측면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육체는 극한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신은 더 강한 자극을 원하고 있는게 아닐까? 심장이 터져 피가 용솟음치는 걸 보고 싶은지도 모른다.
간간히 뿌리던 빗방울이 굵어졌다. 주최측에서 준비한 식사가 너무 짜고 맛이 없어 몇 숟갈 먹고 그만두었다. 기록증 찾으려 갔더니 일등이라고 나중에 시상할 때 준다고 했다. 그러나 운명은 내게 우승의 기쁨을 더 이상 허락하지 않았다. 태연하려고 노력했지만 알 수 없는 분노가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프로선수가 아닌 다음에야 누구나 운동을 좋아서 하지 우승하려고 하지는 아닐 것이다. 나도 마라톤 시작할 때 서브3 못해서 안달하는 사람을 보면 정말 한심하고 이상하게 보였다. 기록 몇 초 줄일려고 그 고통스런 인타발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초연… 초연… 흔들림없는 도인은 인간세계보다는 산속이 어울릴 것이다. 그는 절대 삼종경기 같은 건 하지 않을 것이다. 나도 산속에 자리 잡을 때 까지는 기록과 순위에 초연해 질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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