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토) 혼자서 멀리 대구까지 가서 시합에 참가한다는 게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손해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은 있었지만 한번도 참가해 보지 못한 대회이다. 2주전 통영대회에서 세운 저조한 기록과, 연습부족과 첫 출전한 선수처럼 바꿈터에서 지나치게 시간을 끌었다는 자괴감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40대 후반에서 50대로 새로 올라 온 강자와의 기록차이가 10분이나 났다는 게 나의 자존심을 은근히 자극해 왔다.
사실 2주 동안 훈련해서 그 기록을 뛰어 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대회란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그날의 컨디션, 부상여부, 승부에 대한 의지, 대회 중 사고나 잔차 고장 등… 아무리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결과도 나올 수 있다는 걸 나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대구대회 갈 구실을 고심하던 중 “5월 12일 날 아부~지 팔순이라 대구가야 돼” 와이프의 그 한마디가 나의 대구대회 참가를 확정 짓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대구가는 험란한 여정: 남자는 누구나 자신에게 열광하는 광신도를 한 명이라도 갖고 싶어 한다. 나도 그런 남자중의 한 명이다. 와이프 만이라도 나의 열광적인 팬이 되어 주기를 20년 가까이 기대하며 살았지만 선택을 잘못했는지 카리스마가 없어서인지 광신도는 고사하고 날이 갈수록 가장 악랄한 안티 팬으로 변해 갔다.
대회참가를 노골적으로 비난할 뿐만 아니라 과도한 운동이 건강에 나쁘다느니 너무 말라 늙어 보인다느니… 운동하는 것조차 탐탁하게 생각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불만을 표현하는 가장 악질적인 수단이 태업이 아닐까… 와이프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토요일 날 내려 가야 한다는 게 싫은지 할일 많다며 계속 시간을 지체했다.
수영이라도 한번 해 보려면 12시 전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정미소가서 쑥떡도 만들고 청소까지 하고 가야 한다고 버티자 참고 참았던 분노가 폭발했다. 한바탕 승패도 없는 전쟁을 치루고 2시 반이 지나서야 대구로 향하는 차에 시동을 걸 수 있었다. 연휴로 정체가 심해 거의 8시가 되었어야 어둠 자욱한 수성 못 본부에 도착할 수 있었다.
5/11(일) 통상적으로 대회가 있는 날은 일어나면 먼저 하늘을 살핀다. 기상이 그날 시합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날은 청명하고 기온은 적당한데 바람이 많이 분다. 어제도 물에 못 들어가 보고해서 아침에 워밍업으로 몇 백 미터는 수영을 하려 했지만 아예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갑짜기 물에 뛰어 들어 많은 선수들과 몸싸움으로 부딪히면 호흡이 잘 트이지 않아 초반에 애를 먹을 수 있는데… 하는 수없이 조금 멀리 떨어져 몰래 들어 갔더니 보트가 와서 나가라고 재촉한다. 시합은 9시에 시작되었는데 4개 그럽으로 나누어 수영을 출발시키는 바람에 마지막으로 출발하는 나는 6분 30초 뒤에 출발해야 했다.
수영(1.5km): 물에 들어가자 말자 출발신호가 떨어졌다. 출발부터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몸싸움을 피하기 위한 방법은 라인에서 멀리 떨어져 홀로 수영하거나 인간들이 다간 다음 가장 뒤에서 수영하는 방법이 있기는 한데… 라인에서 멀리 떨어지면 거리가 길어지고 방향 잡기가 쉽지 않고, 제일 뒤에서 따라가는 방법은 컷 오프에 걸릴 위험성이 높고 “그냥 완주만…”이라고 외치는 사람에게도 추천할 방법은 아니다.
피해갈 수 없는 몸싸움, 인간들을 장애가 아닌 부표로 보고 적당히 누르기도 하고 슬쩍슬쩍 잡아 당기기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나의 신사적 대결방식에서 벗어나무지막지한 이종격투기 선수처럼 덤벼드는 사람도 가끔 있어서 물도 먹기도 하고 물안경이 벗겨지기도 하고 재수 없으면 눈을 팔꿈치로 가격 당해 눈이 반팅이가 되기도 한다.
아무튼 2바퀴 내내 몸싸움이 계속되었고 뒤에서 계속 잡아 당기는 한 인간하고는 정말 피 튀기는 싸움이 일어날 뻔 했다. 몸푸는 정도가 아니라 좀 힘들게 수영이 끝났다. (0:27:32)
바꿈터: 대구대회는 특이하게 바꿈터가 도로 일부를 막아 만들어졌고 바꿈터에서 수영이나 런이 있는 수성못 까지는 조금 가파른 계단을 2분 정도 뛰어 올라가야 한다.
사이클(40km): 신천대로를 막아 3바퀴 도는 코스다. 평지라고 해서 어렵게 부탁해서 지인에게 zipp404 휠 을 빌려 달았다. 아무래도 이 짚 바퀴가 속도를 줄이는데 더 좋은지는 사실 확신이 없지만 이걸 달고 나타나는 선수를 보면 조금 기가 죽는 것은 사실이다. 사이클의 진행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바람과 언덕이 아닐까? 내 경우는 언덕보다 바람이 더 무섭다. 언덕은 올라 갈 때 힘들어도 내리막이라는 보상이 기다리고 있지만 미친듯이 불어 제끼는 바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허벅지가 터지듯이 아프다. 바람을 헤치고 화살처럼 날아가고픈 욕구와 고문 같은 고통 사이에서 번민하면서 지루한 사이클코스를 끝내고 바꿈터로 돌아 왔다. 통영에서 내게 패배를 안겨준 황준오가 사이클 위에서 신발을 벗고 맨발로 뛰어 바꿈터를 먼저 벗어났다. 이런! 바꿈터엔 내가 먼저 들어 왔는데… 사이클 위에서 신발을 벗고 맨발로 바꿈터로 들어오는 연습이 꼭 필요할 것 같다. (1:16:30)
런(10km): 수성못을 5바퀴 뛰는 코스인데 언덕도 없고 경치도 좋고 흙길이라 뛰기엔 거의 환상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고 해도 누가 시비 걸지는 않을 것 같다. 기록을 위해서라면 나중을 생각하지 말고 초반부터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진실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근 전환이 꼭 필요하다는 논리를 믿음처럼 가지고 있었던 게 기록을 줄이지 못하는 요인중의 하나였다. 몸 풀린 후 빨리 뛰어야지… 몸 풀리는 동안 게임은 끝나버린다. 올림픽코스는 숨쉬는 시간도 줄여야 한다. 4바퀴째 지쳐 보이는 이번 대회 50대 동호인부의 최고의 강자 황준오를 추월했고 마지막 바퀴는 정말 미친 개에게 쫒기는 사람처럼 빨리 달려 피니쉬라인에 들어섰다. (0:44:49) (Total 2:28:51)
피니쉬라인: 동호인에게 더 많은 수상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동호인 엘리트부를 만들어 연령대 최고의 고수는 동호인 엘리트로 쫒아 버리는 바람에 통영에서 탁월한 실력으로 일등 했던 부산철인클럽의 조규관은 경쟁상대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 우승을 꿈꾸며 기록실로 갔다.
전혀 의식하지 않았던 선수, 김상택 (2:27:17)이 우승했다. 작년까지는 순위 안에 드는 선수들 중 수영만큼은 내가 제일 빠르다고 생각했고 사이클과 런에서 뒤지더라도 수영에서 많이 벌려 놓으면 성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올해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올해 새로 50대로 올라온 선수 몇몇은 수영, 사이클, 런 모두에서 나보다 좋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앞으로 대회에서 입상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싸움이 될 것 같다.
( 대회후 주최즉에서 주는 도시락 먹고 대회 참가한 아이언윙회원들과 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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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춘 | ::: 광원형님...역시 멋지십니다요ㅋㅋ 입상 축하드리고 저도 형님처럼 되고 싶으니 잘좀 가르쳐주세요^^ | |
박용수 | ::: 우와~~멋쟁이 형님은 욕심쟁이~우우우~~축하드립니다...양띠만세!!! | |
유태웅 | ::: 이 분위기,,..올해 쭈~~~~욱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왕 축하드립니다...ㅎ | |
반세훈 | ::: 수고하셨어요... 좋은성적 축하드립니다. | |
조수연 | ::: 또 한건 해내셨네요.. 축하드립니다. '대구가는 험난한 여정' 내 얘기 같네요...ㅎㅎㅎ | |
조재형 | ::: 감축 드립니다 행님.....^^ 역쉬 <<<<힘>>>> | |
김상태 | ::: 입상을 축하드립니다 홧^*^팅((((힘)))) | |
선현수 | ::: 형님 축하드립니다. 동춘이는 입상하는 날이 코앞인데 머~ | |
송치오 | ::: 크산티페가 있음으로 소크라테스가 맘놓고 뜬구름 잠고 다녔겠죠. 그래도 형수님만이 제일 열렬한 최후의 팬 일듯싶네요.축하드립니다. | |
이병은 | ::: 후기 재밋써요...추카드리고요... | |
여상훈 | ::: ㅎㅎ 멋지십니다~~다음 대회가 점점 흥미로워 집니다~~저두 50대가 되면 형님처럼 될듯~~ㅎㅎ | |
황희상 | ::: 윙가의 한사람으로써 축하드립니다. | |
나영선 | ::: 축하드립니다~ 너무 존경스럽습니다^^ | |
민복기 | ::: 저도 형님처럼 할수있을까요? 불가능한 일이겠지요?..멋지세요. | |
문종호 | ::: 입상 축하드림니다. 가족과 함께 기쁨을 나누시길..... | |
손영식 | ::: 대단하십니다..어떻게 몸 관리하시면 50대 에도그런파워가...선배님 축하드립니다.. | |
임남주 | ::: 후기읽는내내 뜨거운 열정이느껴지네요..입상 축하드리고요..선배님 대단하세요~~!! | |
홍순국 | ::: 진심으로 입상을 축하드립니다^^ 돌아오는 길이 순탄치못할 것 같아 시합 끝내고 바로 돌아왔습니다^^미안합니다.. | |
김태선 | ::: 축하드립니다. 노력의 결과라 생각됩니다. | |
이수동 | ::: 형님 축하드립니다.사진도고맙습니다. | |
장윤근 | ::: 축하드립니다. 상훈쓰는 40대에 시상대에....ㅉㅉㅉ | |
박인석 | ::: 축하합니다. 사실 먼길 운전해서 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데. 김상택? 내가 아는 '경주 머스마'는 아닌 것 같은데. 동명이인인가? | |
부산 전태선 | ::: 장문의 글을 읽으니 그날의 순간순간들이 생각납니다...마누라의 안티...거의 저하고 같은 수준이군요...우리 마눌님도 여태껏 철인운동 하면서 같이 동행했던적은 딱 한번.. | |
전태선 | ::: 그것도 중간에 교회 갔다오더군요....우리 나이에 와이프와 더불어 산다는거...이것이 가장 어려운거 같읍니다...좋은사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자주 뵙기를..저의 시합후기도 | |
전태선 | ::: 부산클럽 훈련일지 보시면 있읍니다..그리고 김상택씨는 경주 머스마 맞습니다..이번에 달리기 연습 억수로 많이 했다고 하더군요... | |
이광원 | ::: 태선님 후기잘읽었습니다. 리플 달 수없어 축하도 못드렸네요~~ 대단하십니다. 저도 올해는 어렵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새로 올라온 선수들이 원낙기록이 좋아서... | |
위승희 | ::: 형님의 솔직하고 열정적인 후기 잘 읽었습니다.입상 축하 드립니다.^^ | |
문철 | ::: 광원형님 입상 축하하구요. 수형, 수동 라이벌의 진면목을 보여주었구만!! 근데...서로 봐 준거 아녀?? 마지막에 손잡고 골인한거 같은데... |
주원규 | ::: 광원형님 발목 안 좋으실 텐데, 입상 축하합니다!!...수형형님 싸이클 좋아 지셔서 수동형님 긴장되시겠네...모두 수고하셨습니다.^^ | |
이수형 | ::: 광원형님의 입상출발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보여주시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저좀 잘가르쳐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