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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시아컨티넨탈컵 철인삼종대회 후기 42


지금 중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입구에서 눈물 닦기 위한 손수건을 나누어 주는 영화가 있다.
“탕산대지진”은 지난 1976년에 무려 24만 명이 숨진 중국 허베이성 ‘탕산대지진’과 2008년 8만7000명의
희생자를 낸 ‘쓰촨대지진’을 소재로 한 재난 블록버스터다. 고도의 과학 기술이 발달된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홍수나 지진 등의 자연재해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없다.

2010년 8월 22일 인천에서의 하루는 무한한 대자연의 힘을 거슬리려는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깨우친 하루였다. 가만히 서있기도 힘든 무더운 날씨, 강렬한 태양이 작열하는 그 도로 위를 뛴다는 건
대자연의 위엄에 도전하는 행위가 아닐는지… 왜? 뛰어야 하는가 란 물음은 뛰는 내내 계속 되었다.

사고(2010.6.19)
원하던 원치 않던 사고는 항상 우리 주위에 머물고 있다. 부주의한 성격 탓도 있겠지만 일년마다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사고가 육체의 고통뿐 아니라 영혼조차 병들게 한다.

춘천대회 일주일전 잦은 비로 토요일 한번 있는 사이클 훈련을 거의 못해 비로 노면상태가 안 좋았지만 한번은
타고 나가야 될 것 같아 조금 무리해서 미사리로 갔다.가랑비가 내리고 있었고 바닥은 물 고인 곳이 여기 저기
보였다. 바깥으로 가기엔 그렇고 해서 그냥 미사리 조정경기장을 몇 바퀴 돌고 끝낼 생각이었다.

거의 40km/h 속도로 두 바퀴째 건널목으로 그려 놓은 하얀 페인트가 칠해진 도로 위에 들어 서는 순간 앗 하는
소리조차 낼 여유도 없이 사이클이 미끄러지며 오른쪽 철제난간과 부닿쳤다. 오른쪽 어깨에 강한 충격이 느껴지며
어깨뼈가 완전히 박살 난 영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그 동안 사고를 당해도 운이 좋았는데 이번 만은 그냥 대충 넘어 가지 않을 것 같은 강한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일어나 팔을 움직여봤는데 뼈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피도 나지 않고… 생각보다 많이 아프지도
않고 해서 정말 내 자신이 철인이 된듯한 착각에 약간 우쭐해 지기도 했다. 다음날 수영장에도 정상적으로 가고,
문제는 그 다음날부터 시작되었다. 어깨주위가 일주일 이상 계속 욱신거리며 아프기 시작하는데 잠을 이룰 수 없다.
병원에 갔더니 어깨 인대에 문제가 있다고 두 달 이상 갈 것 갔단다.

두 달이라…. 두 달이면 올해 운동 끝인데… 조금 심란해 지기 시작했다. 신청했던 춘천과 이천 대회를 포기 해야 했다.

인천대회 (2010.8.22)


오랜 부상의 충격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나가는 대회이다. 대회에 나간다는 게 약간의 공포로 다가왔다.
적당히 피하고 싶은 마음과 이번 대회를 통해 재기를 해야겠다는 두 마음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철인운동 시작하고
얼마간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대회만 있으면 무조건 나갔다.
세월이 흐르면서 무념이 다념으로 변했다. 온갖 번뇌가 머리 속을 지배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대회가 있는 송도 뉴타운으로 갔다. 아침부터 무덥지근한 날씨가 오늘의 어려움을 예고해
주는 것 같다. 대회는 7시에 시작되었다. 새로 조성된 송도 뉴타운의 아름다운 정경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수영(1.5km)


바다에서 할 줄 알았는데 도시 한가운데 인공적으로 만든 호수 위에 부표를 띄워 출발대를 만들고 두 바퀴
돌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물 온도가 31도 슈트를 못 입게 했다. 갈 때와 올 때를 구분하는 라인이 중간에 하나
밖에 없어서 인지 몸싸움은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문제는 물이 너무 더웠고 똑바로 수영하기가 어려웠다.
목욕탕에서 수영하듯 숨이 막혀왔다. 여긴 지옥 그냥 살아서 여길 나오면 성공(0:30:10)

사이클(40km)


아직 도시가 완전한 기능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서 인지 적당히 막아놓고 통제 인원이 없어도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도로는 넓고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외에는 크게 문제 삼을 게 없었다. 훈련을 많이 못했다고
해도 짧은 거리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힘닿는 대로 밟았다.
한 통의 물을 다 먹을 때쯤 바꿈터로 돌아 왔다.(1: 11:58)

런(10km)
2.5km 코스를 4바퀴 돌아야 한다. 뛴다는 게 너무 힘 든다. 가만히 서있기도 힘든 폭염 속을 달린다는 건
바로 고문 그 자체였다. 한 바퀴가 너무 길게 느껴졌다. 두 바퀴째 백승엽이 포기를 선언했다. 간신히 버티던
내겐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나도 그만 두고 싶었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달린다는 게 미련스런 일처럼 보였다.


"QUITTERS NEVER WIN" 영어 속담을 곱씹으며 달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적응이 되었다. 첫 바퀴에서 날 추월했던 선수들을 하나 둘 다시 잡으며 바퀴 수를
추가 하고 있었다. 이제 한 바퀴만 더… 모두들 힘든 상황에서 조금 더 앞선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든지

어느 단계 까지는 도달한다. 그러나 그 한계를 넘어서는 사람은 많지 않다. 조금만 더… 그 조금을 이기기 위해서는

엄청난고통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0:52:00) (Total=2:34:08)

Finish Line:
피니쉬라인을 앞에 두고 터질듯한 심장을 부여 안고 미친 듯이 달려 가는 그 몇 초의 짜릿한 감동이 없다면
난 절대 두 번 다시 대회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다. 찰라 같은 그 희열이 그 긴 고통을 잊게 해 준다.
기록에 관계없이 여기를 통과한 모든 선수들은 다 승리자이다. 에이지부에서 이등을 했다.
입상이 중요한 건 아니나 누군가로부터 축하를 받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임엔 틀림이 없다.

박용수 2010-08-25 16:37:22 [답글]
입상 축하드립니다..이젠 더이상 부상없이 롱런하세요..형님....
백승엽 2010-08-25 18:11:17 [답글]
형님한테 너무너무 죄송했습니다.
고통의 순간에 누군가 걷고...그것도 매일 얼굴 맞대고 훈련하는 제가 있으니... 멈추고 싶은 유혹이 크셨을텐데...
(대회를 2주간 뛴다는게 부담스럽더군요.끝까지 뛰기에는 영암대회까지 후유증이 갈거같고...)
처음으로 포기했습니다.
아뭏튼 형님의 지독한 승부욕은 알아줘야겠어요....축하합니다.....
박군호 2010-08-26 08:48:31 [답글]
운동 & 노동...
작년 철원대회 종료후, 이광원선배님 상장을 보면서 저도 한 번 받아보았으면 .....
(주변 선배님의 말씀 "그 생각하면서 부터 이 운동은 노동이 된다" 라는 조언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이광원 선배님은, 진정 3종운동을 즐기고 계시는 운동가??? 이시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아마도 입상 자체가 목표가 아닌, 진정한 triathlete 아닌가 싶습니다.
바닥 페인트? 유의하시고, 저도 열쉼히 따라가겠습니다.
문철 2010-08-26 09:52:21 [답글]
'어느 한계를 넘느냐, 넘지 않느냐'의 차이가 크게 느껴집니다.
형님!! 입상을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이성분 2010-08-26 10:34:32 [답글]
중단없는 열심! 이십니다.^^ 감축드립니다~~
박용태 2010-08-26 11:02:27 [답글]
그 찌는 듯한 날씨에 고생하셨습니다.
축하드리구요...
올려주시는 후기 항상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박군호 2010-08-24 13:25:53 [답글]
이광원 선배님!
입상 축하드립니다.
나갔다하면 입상대에 올라가시니, 부러움은 둘째치고 대단하십니다.
문철 2010-08-24 13:35:49 [답글]
형님!!
무척 더운 날씨였는데, 입상 축하드립니다.
4녀 1남 무척 귀엽네요.
임송운 2010-08-24 15:11:49 [답글]
이열치열 하시면서 더위에 승리를 하셨군요. 형님 입상 축하드립니다.
위분은 저렇게 할수 있다는게 참 부럽네요. 5남매 으미 쌍둥이 귀엽네요.
정승현 2010-08-26 13:40:49
불볕더위에 많은 선수들이 고생하셨던데...
선배님도 고생많으셨습니다.입상 축하드립니다~~
장영미 2010-08-26 14:37:28
"찰라 같은 그 희열이 그 긴고통을 잊게해준다" 역시 선배님은 진정한 철인이십니다..
입상 축하드립니다^^~~
유태웅 2010-08-26 17:16:05
선배님의 꾸준함과 성실함은 정말 알아주어야 합니다..ㅎ
참가한 대회 때 마다 단상이나 후기를 남긴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인데,,
항상 선배님의 후기를 접하다보면, 느끼고 배울 점이 참 많습니다.
에이지부 입상도 감축드리구요,.ㅎ
황기룡 2010-08-27 10:43:08
더운 날씨에,.. 입상까지,..축하드립니다.
함께하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지만, 땀내음이 진동하고 열정이 넘치는 경기후기를 보면서
다시 한번 이 운동의 매력에 흠뻑 빠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