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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설봉트라이애슬론대회 후기 79(2018.7.22) 철인이광원

24회 설봉트라이애슬론대회 후기 79(2018.7.22) 철인이광원

인간이 오늘과 같은 고도의 문명사회와 놀라울 정도의 과학기술을 확보하고도 홍수나 태풍, 지진,폭염 같은 자연재해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인간이 수 만년 동안 이루어 놓은 기술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정말 보잘것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폭염과의 사투

온대 기후대에 속하는 한국의 기온이 아프리카수준을 추월하여 39도라는 최악의 기온을 기록했다. 거리에 서 있는 것 만으로도 땀이 비 오듯 흐르고 거의 녹초가 되어 버릴 것 같은 무서운 날씨에 대회를 치르는 게 온당한 것인가? 이 번 대회는 더위와의 싸움이 될 것 같다.

( 완주 메달 대신 받은 머거컵 )

훈련

선수들이 훈련하는 이유는 더 좋은 기록을 얻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체력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지나친 훈련은 기록향상은 고사하고 부상과 절망만 가져올 수 있다. 공자가 말한 과유불급(過猶不及) Triathlete 가장 명심해야 글귀이다.

훈련을 통해 심폐기능과 근력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강한 자극과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철인들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훈련에 임함으로 근육에 강한 자극을 주지 못하는, 질적인 훈련이 아니라 양으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

강도의 장거리 훈련은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영혼까지 피곤하게 만든다. 특히 나이가 들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체력저하, 기록저하를 많은 훈련으로 극복하려는 무모함은 치명적인 부상이나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2018.7.22

새벽에 일어나 차를 몰고 대회가 열리는 이천 설봉 공원으로 갔다. 24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대회를 개최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참가 선수도 많아지고 명품대회의 반열에 올라 섰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 같다.

7시부터 20분 동안 수영 연습이 있었고 대회 출발 시간인 8시까지 축사 및 몸풀기 체조 등이 있었다. 아무리 대회를 많이 참가해도 대회 출발 전의 팽팽한 긴장감은 극복이 안 된다. 왜 이 더운 날 에어컨 있는 거실에서 수박이나 먹으며 TV나 보고 있지 여기를 나왔는지 후회가 막심이다.


수영(1.5km)

수온이 27도라 슈트를 입지 못하게 했고 꼭 입어야 하는 선수는 시상에서 제외하고 서약서를 따로 쓰도록 했다. 슈트를 입으면 기록이 확실히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수영에 취약한 선수에게 슈트는 구명조끼 같은 역할을 겸하여 심적으로 안정감까지 줄 수 있다.


작은 설봉 호수 한 바퀴를 750m코스로 설계하다 보니 많은 인원이 함께 수영하기에는 턱없이 좁은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구간이 있어 몸싸움이 좀 심했다. 이상 기온 때문인지 물속 수초가 계속 팔에 감겨 신경이 쓰였다.

새옹지마라고 더워서 슈트를 입지 않은 게 상대적으로 내게는 도움이 된 것 같다. ( 0:29:45 )

 

사이클(40KM)

그렇게 가파르지 않은 경사 약한 언덕이 사이클 타는 재미를 더해 주는 최상의 사이클 코스다. 한 차선을 막아 라바콘으로 분리하여 오고 가는 구간을 구분해 주었는데 추월 시 충분한 공간이 나오지 않는 구간이 일부 있었지만 시합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다른 두 종목에 비해 사이클만 자신에게 잘 맞게 셋팅되어 있다면 가장 빨리 기록을 줄일 수 있는 종목이라고 생각한다. 수영은 제대로 된 자세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훈련이 필요하고, 달리기는 체중을 줄이고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훈련해도 좋은 기록을 내기 어렵다.

예전에 사이클을 타면 왼쪽무릎 오른쪽 위 부분이 계속 아파 그 부분이 약해서 그런가 했는데 안장을 5MM 정도 올렸더니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만큼 사이클 셋팅은 예민하고 중요하다. 하여튼 안장을 높이고 스템 95mm 짜리를 40mm로 바꾸고부터 사이클 타기가 훨씬 편안해 졌다.

장비로 하는 운동은 자신의 몸에 맞게 setting하는 게 많은 훈련보다 훨씬 중요하다. 특히 크랭크암 같은 경우도 체격을 무시하고 대부분 170mm 짜리를 표준으로 사용해 버리는 데 키에 따라 조정하지 않으면 부상의 위험도 커지고 기록도 나아지지 않는다.

그 동안 올림픽코스에서는 에너지젤을 먹지 않았는데 달리기를 위해 후반부에 GU를 하나 먹었다. 아무래도 먹는 게 심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1:09:31)


(10km)

설봉대회의 런코스는 거의 최악이다. 평지는 전혀 없고 가파른 언덕과 내리막만 존재한다. 바꿈터를 나오자 바로 급경사의 언덕이 버티고 있다. 서있기만 해도 땀이 비 오듯 하는 더위에 언덕을 뛴다는 건 말로 설명하기 힘든 고통이다.

다행히 주최측의 배려로 두 군데 보급소(1.25km 마다)에서 충분한 물을 보급해 주고 주로에 두 군데 샤워기를 설치하여 뛰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평지를 뛰는 것과 언덕을 뛰는 것은 완전히 다른 운동이다. 적은 훈련으로 최대의 기량향상을 추구하는 서형영코치의 언덕 뛰기 훈련이 도움이 되었다. 300m 정도 되는 언덕을 빨리 뛰어 올라갔다 내려 오는 것을 반복하는 일종의 인타벌 훈련인데 일주일에 한번씩 반복하다 보니 올라가는 속도는 별로 줄어 들지 않고 내려오는 회복시간이 줄어 들었다.

오르막에서 빨리 오르는 것은 중력을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에 다리뿐 만 아니라 심폐 쪽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 무릎에 문제가 없다면 내리막에서 빨리 뛰어야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 문제는 체력이다. 무더위를 버티고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심장의 고통을 참을 수 있는 것도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예전에 달리기는 정신력이라고 생각했다. 체력 없는 정신력은 죽음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체력은 훈련한다고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훈련보다 먹는 것, 먹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건 먹는 방법, 수도승 같은 생활 습관 등을 꾸준히 실천함으로 얻을 수 있다. , 담배, 무절제한 생활을 하면서 체력을 배양하겠다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 0:55:43 )(Total = 2:34:59 )



Finish Line

사이클 마치고 바꿈터에 돌아 왔을 때 우리 에이지부 선수들의 사이클이 한대도 안보여 런에 강한 주자가 달리기 중 날 추월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뛰었는데 끝날 때까지 안 보여 우승을 예감했다.


우승해서 기뻤다.”

10일간의 우주여행 비용으로 180억을 지불하고 여행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기사를 보고 참 이해가 안 되는 사람도 있구나 생각했던 적이 있다. 경기를 하지 않은 사람은 내가 말한 기쁘다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 무더위에 뭐 생기지도 않는데 돈 들여 시간 들여 대회 참가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단 한번의 대회를 위해 한 드럼통의 눈물과 땀을 쏟는 선수에게는 그 한 경기가 인생의 전부일 수도 있다.

시상식 중 오랜만에 나온 에이지부 강자 PH가 느닷없이 헹가래를 처 주었다. 시상대에 여러 번 올라 갔지만 헹가래 받기는 처음이다. 경쟁자의 우승을 진정 축하해주는 그가 진정한 우승자다. 완주메달 대신 예쁘게 만든 머그컵을 주었다. 둘 때도 없는 수 백 개의 완주 메달보다 훨씬 참신해 보였다. 일등 상품으로 5kg 이천 쌀과 6만원 상품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