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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신안 트라이애슬론 대회 77 (2018.5.20) 철인이광원

 

 

2018 신안 트라이애슬론 대회 77 (2018.5.20)

행운 숫자 두 개가 겹친 77번째 참가하는 트라이애슬론 대회이다. 인간은 숫자나 꿈 등을 핑계로 자신에 대한 최면을 걸어 잘 될 거라는 확신을 심어주기를 좋아한다. 사업이나 시합에서 지극히 낙천적인 사람이 성공하는 경우를 본적은 별로 없다. 세상사는 우리가 낙관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

어떤 일에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회 날 아침은 긴장되고 스트레스로 화장실을 기본적으로 3번은 가야 하는 내가 싫다. 이런 팽팽한 긴장감은 내가 원하는 게 아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긴 수염 한번 쓰다듬고 차가 식기 전에 적장의 목을 베고 돌아 왔다는 관우 같은 배포가 왜 내겐 없을까?

5시경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 대회복으로 갈아 입는데 성질 급한 B 가 밥 먹으러 오라고 성화다. 추어탕과 햇반으로 식사를 하고 대회장으로 갔다.

 

수영연습

650분부터 20분 동안 바다에서 수영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바닷물 온도에 몸을 적응시키지 않고 바로 바다에 뛰어들면 대단히 위험하다. 아직 수온은 15도 정도라 소매 없는 슈트를 입은 나 같은 사람에게 섬뜩할 정도로 차갑다. 적응 안된 심장이 놀라 멈추어 버릴 위험성은 항상 존재한다. 어떤 경우라도 시합 전에 수온에도 적응하고 심장박동도 좀 높여 갑작스러운 변화에 몸이 마비되는 증상은 방지해야 한다.

 

역류성 후두염

그토록 오랫동안 수영했는데도 숨쉬기가 편하지 않다. 몇 년 전부터 목에 가래가 낀 것 같은 현상이 있어 기관지나 폐가 나쁜가 하여 한방병원에서 평강탕도 먹었으나 별 차도가 없고, 최근에 더 심해져 헛기침을 동반한 목의 통증으로 할 수없이 병원을 찾았다.

역류성 식도염 같다고 약을 지어 주었다. 난 의료 마피아의 말을 잘 신뢰하지 않는다. 더욱이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읽고부터는 아주 불신하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진찰도 제대로 하지 않고 내 말만 듣고 약을 처방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 약은 거의 먹지 않고 2주 뒤 예약 일에도 가지 않았다.

인터넷을 찾아 보니 내가 가진 증상이 정확히 역류성 후두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운동하고 배고프니 바로 밥을 먹고 피곤하니 바로 자버리는 습관이 10년 이상 지속되었으니 당연 생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병은 대부분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온다. 내가 가야 할 곳은 시합장이 아니라 병원인지 모르겠다. 이번 시합이 끝나면 병부터 고쳐야겠다.

 

 

수영(1.5km)

엘리트 선수들이 먼저 출발하고 8시부터 1분 간격으로 500여명의 철인들이 나이별로 바다 속으로 뛰어 들었다. 바다는 아무리 오랫동안 수영한 철인에게도 거칠고 험한 동네다. 조류나 파도가 없더라도 짠 소금물이 기도나 눈 속으로 들어올 수 있고 악명 높은 철인수영의 몸싸움은 혼자서 우아한 폼으로 수영하는 걸 내버려 두지 않는다.

 

여기는 수영강습 받는 곳이 아니라 온통 사방에 적들로 가득 찬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와 다름 없다. 수 백 명의 전사들이 좁은 황금코스를 차지하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 곳이다. 주먹에 맞아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더라도 여기를 살아서 빠져 나가기만 하면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수영하는 데 누가 발을 잡아 다닌다든지 몸을 누르고 위로 지나가도 제제할 방법이 별로 없다. 사방이 적인데 그 놈을 붙들고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린다고 뭐 달라질 게 없기 때문이다. 수영은 체력소모가 많은 운동이다. 조금만 속도를 높여도 자승에 비례해서 체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천천히 가야 한다. 수영에서 모든 힘을 빼버리면 사이클과 달리기를 망칠게 뻔하기 때문이다.

 

 

적들의 팔꿈치에 맞아 수경도 벗겨지고 짠 바닷물도 몇 모금 마신 뒤에야 750m 두 바퀴 수영을 가까스로 끝낼 수 있었다.( 0:32:19 T1: 0:02:39)

 

사이클(40km)

해변에서 숨을 헐떡이며 수경 수모, 슈트를 벗으며 바꿈터로 뛰어 갔다. 슈트가 잘 벗겨지게 종아리에 베이비로션을 발랐지만 짝 달라붙는 고무 옷 벗기가 쉽지 않다. 몇 초를 줄이기 위해 이번에 처음으로 양말을 신지 않고 맨발로 사이클 슈즈를 신었다.

20km 도로 코스를 두 바퀴 돌아야 한다. 약간 가파른 언덕도 있었고 바닷가 도로를 지날 때는 바람도 심하게 불었다. 좁은 2차선 도로를 오고 가는 데 사이클 500여대는 너무 많아 보였다. 나들이 나온 라이더였더라면 여기 보다 더 좋은 조건을 찾기는 어려울 듯하다.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푸른 바다도 보고, 정겨운 시골 풍경의 정취에 콧노래를 부르며 기분을 한껏 낼 수 있는 곳이 여기 말고 또 있으랴?

 

그러나 적들보다 일초라도 먼저 들어 가야 하는 선수입장은 그런 아름다운 경치에 정신을 놓을 겨를이 없다. 바람저항을 줄이기 위해 몸을 숙여 유바를 잡고 허벅지가 터지도록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가는데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더 빨리 탈 수도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을 남기며 바꿈터로 돌아 왔다. (01:12:56 T2: 0:01:07)

 

(10km)

런 시작은 항상 허벅지가 뭉친 상태로 시작된다. 역류성 후두염 영향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제대로 쉬기가 어렵다. 한발 한발 내딛는다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 고통만 좀 참으면 기록은 더 빨라 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참는다는 건 한계가 있다.

고통은 몸을 보호하기 위해 신이 준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이 신호를 계속 무시하면 죽음에 도달할 수도 있다. 시합은 이 고통과의 싸움이다. 우리가 훈련을 하는 이유는 근육을 단련시키는 목적도 있지만 이 고통에 적응하기 위해서이다. 처음 5km와 같은 고통이 10km까지 계속 이어진다면 대회를 포기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나 적응이 되면 고통의 강도는 약해진다.

 

 

5km 반환점을 돌아 속도를 조금 높였다. 예전 같은 마지막 스퍼트는 지나간 옛추억의 아련한 기억 속에서나 존재하는 전설이 되어 버렸다. 같은 클럽 여자선수에게 추월당하고도 멀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시간이 흘러 늙고 죽는 것은 싫지만 시간이 흘러 이런 고통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고 끝이 있다는 게 너무 고맙게 생각되었다.(0:51:34)(Total= 2:40:34)

 

Finish line

지옥과 천국을 나누는 경계가 지구상에 있다면 아마 그건 피니쉬라인 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고통이 환희로 바뀌는 마법 같은 곳이다. 거의 다 왔기에 편하게 뛰는데

누가 먼저 들어 올까요?”

하는 아나운서의 멘트가 들렸다. 옆을 보니 나를 앞지르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려 오는 선수가 있었다. 인간은 심리적으로 누군가에게 지는 걸 싫어한다. 그건 전쟁에 져서 노예가 되거나 죽임을 당한 오랜 역사의 비참한 실상을 우리 DNA가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뇌의 명령이 없었는데도 내 다리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결승점을 통과 후 뒤를 돌아 보니 그는 3-4m 처져있었다. 완주 메달 하나 받고 당신처럼 살면 하루도 못살 것 같다는 슬로모션 와이프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인간은 나이에 관계없이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하다. 한참을 찾다 포기할 단계에 더워서 쉬다 왔는데 벌써 들어왔냐고 천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시상식

시상식이 12시라 민박집으로가 샤워하고 시상식 사진을 찍어 주었다. 같이 온 B는 여전히 우승을 해서 말린 해동 농어 한 마리를 선물로 받았다. 난 대구대회에 이어 또 4등을 했다. 당연히 입상할 거라고 생각한 와이프의 아쉬움을 달래 줄 이유가 필요하다. 역류성인후염이라도 걸리지 않았다면 더 큰 절망을 선사할 뻔했다. 사지에서 겨우 살아 돌아 온지 얼마 되었다고 오기가 치솟는다. 병부터 고치고 다시 보자

특이한 것은 가장 늦게 들어 온 선수에게 주는 슬로시티상이 있었다. 무엇이든지 빨리빨리에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한국인에게 느림의 미학이 주는 평온함을 알게 하기 위한 상이 아닐까?

 

주최측에서 주는 1만원 식권으로 망둥어탕을 먹으러 갔다. 망둥어는 갯벌에 사는 흔해빠진 고기다. 맛은 별로 없는데 양념을 잘해서인지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https://steemit.com/kr/@syskwl/2018-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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