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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보령 전국해양스포츠제전 철인3종대회 75 (2017.8.20) 철인 이광원



제12회 보령 전국해양스포츠제전 철인3대회 75 철인 이광원

 

사람마다 단어에서 그려지는 이미지는 다 다르다내게 있어 보령은 브라질의 삼바축제처럼 한국의 대표적인 축제로성장중인 머드축제에 참가 한 비키니 차림의 금발 미녀들이 아낌없이 포즈를 취해 주는… 사진 찍는 사람에게있어 거의 천국 같은 곳이다그 정겨운 단어의 매력에 이끌려 보령 스프린터 철인삼종 코스에 신청서를냈다. 7월의 강렬한 태양아래 젊음의 광기를 뿜어내던 거대한 백사장은 한산하고 풀이 죽은 듯 보였다머드 족속들이 떠난 여기는 우리 철인들이 접수할 것이다.

 





2017.8.19()

빌딩의 숲 속에 갇혀 사는 도시인들은 더 넓은 바다를 보면 이유 없이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급기야 대회 전날 지켜야 하는 절대적인 수칙을 망각해 버리는 우를 범하고 만다. “무한리필 조개구이” – 오늘 같은 경제 대국의 미래를 꿈꿀 수 조차 없었던암울했던 60대를 살았던 백의 민족은 무한 리필의 유혹을 절대 지나치지 못한다소주에 찌들은 조개 영혼들의 복수가 시작되었다한 치의 공간 없이 채워 진 위는 소화는커녕 걷는 것 조차 힘들게 한다.

 

품바타령각설이 타령이라고도 부르는 거지들의 한을 예술로 승화 시킨 나라는 아마 우라나라 밖에 없을 것 같다거지들의 구수하고 애절한 노래 소리피 끊는 하소연불쇼는 저녁 늦게까지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들었다더욱이 비에젖은 땅바닥을 뒹굴며 부르짖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연상하며 절규하는 모습에선 모골이 송연해 지기도 했다.


살아만 돌아 오신다면 이놈의 뼈를 깎아 지팡이로 만들어 드리오리다….”

인간을감동시키는 건 스포츠 보다 예술이 한 단계 위인 것 같다거지(가짜겠지만…)조차도 우리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는 걸 보면




 

2017.8.20()

모델 3층 작은 창문으로 보이는 도로는 비에 젖어 음산하기 조차 하다빵 하나 먹고 6시경 대회장으로 갔다스프린터는 짧은 거리라 상당한 변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바꿈터 시간이 순위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변수로 등장했다.

 

수영(750m)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패각분 고운 백사장과 출렁이는 대천바다가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바다에서 하는 수영은 묘한 감동이 주어진다수 천 배를 확대해야 겨우 확인 가능한 복잡한 반도체 회로처럼 현대인의 일상도 너무 많아지고 번잡해 졌다바다에 뛰어든다는 건 현대인의 복장을 벗어버리고 원시인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일이다물 위에 뜨서 목표물을 돌아 살아 돌아 오는 것 외에 다른 골치거리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


400여 명의 선수들이 7시 호각소리에 맞추어 바다로 뛰어 들었다잿빛 하늘 책임도 있겠지만 물속은 바로 앞도 안보였다고개 들어 부표를 계속 확인하며 스토록을 해야 했다선수들이 얽히고 미친듯이 팔은 휘저었다일초라도 먼저 가기 위해 어떤 일도 할 기세다짧은코스라 쉽게 생각했는데 빠르게 나와야 한다는 부담은 더 큰 것 같다숨을 헐떡이며 백사장을 뛰어 계단을 오르고 다리를 건너 바꿈터로 갔다. (0:15:54 t1: 0:02:40)

 

사이클(20km)



바꿈터에서 최대의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비가 내려 운동화도 젖고 양말도 젖었는데 당연히 맨발로 슈즈를 신어야 했는데 그 두꺼운 양발을 신는다고 30초를 더 소비해 버렸다킹코스에서 30초는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스프린트는 초단위로 승부를 가르는 시합이다2바퀴 코스는 갈 때는 약간 오르막이라 30km/h 정도를 유지하기가 버겁게 느껴 졌고 올 때는 내리막이라 40km/h 이상의 속도가 나왔다비가 좀 내렸으나 인원이 적고 도로가 상대적으로 넓어 크게 위험한 곳은 보이지 않았다. (0:37:42 T2: 0:01:31)

 

(5km)


물에 젖은 양발을 사이클슈즈에서 벗어 운동화로 갈아 신는데 잘 들어 가지를 않는다아무래도 여기서 20-30초는 더 걸린 것 같다나이가 들며 가장 기록 저하를 나타내는 종목이 어쩌면 짧은 코스 달리기일 것 같다마음은 22분대는 충분히 뛸 것 같은데 가슴이 답답하고 몸이 앞으로 나아 가지 않는다거의 반환점에 왔을 때 백전노장 유진형선배가 날 추월했다경쟁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래서 경쟁 없는 유토피아를 꿈꾸며 건설한 공산국가는 모두 망했다인간은 태초부터 불평등하게 태어났고 서로 싸우지 않으면 살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아 간다승자와 패자는 항상 결정되기 마련이다


결승점500m 정도 남았을까 이제 마지막 피치를 올려야 하는 시점이라고 느끼는 순간 몇 년 동안 중국에 나가 있어 대회를 못 나왔다는 정남식 선수가 날 빠르게 앞질러 치고 나갔다그는 금방 앞서 가던 유진형 선배를 추월해 버렸다우승의 막연한 환상이 무참히 깨지는 순간이다에이지부 강자 둘이 안 나와 은근히 금메달을 자신했는데… (0:24:43 Total= 01:22:27)

 

Finish Line


비가 오니 모델에서 머물다 대회 10분 전에 나와 사진 찍으라고 했더니 수영 나올 때도 사이클 탈탈 때도 보이지 않던 슬로모션 와이프가 결승점 근처를 통과하는 날 뒤늦게 발견하고 따라 온다인간은 가지고 태어난 DNA를 인위적으로 바꿀 수 없다.세포 핵 속 깊숙이 숨겨진 유전 정보는 어떤 경우에도 바뀌지 않는다그래서 인간 성격을 좋다 나쁘다고 구별 짓는 것은 일종의 신에 대한 반항이다 5번 마지막 철인대회를 마쳤다대회에 나가는 것은 일종의 스트레스다모든 사람들이 피하는 스트레스를 돈 들여가며 억지로 받기 원하 triathlete 은 어쩌면 정말 한가로운 사람일지 모른다러나 긴장이 없는 곳엔 권태와 우울이 차지한다.

 

안경 너머 실눈을 치뜨는 비쩍 야윈 그가 긴 손톱에 새빨간 매니큐어를 바르고 허리가 휘어질 것 같은 하이힐을 신은 ‘야한’ 여자를 노골적으로 욕망하며 온갖 성적 망상을 쏟아내는” 이라고 중앙일보 기자가 표현한 마광수의 자살은 내게도 큰 충격이었다고통스럽지만 주기적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철인에게는 우울이 머무를 시간이 없다. 생각해 보면 그것 만이 유일한 보상인 것 같다.


 

순위    이름               배번          소속                           Swim        t1               Bike          t2               Run           Tot

1         정남식           398            온양클럽                   00:18:47    00:02:17    00:37:46    00:01:15    00:21:45    01:21:47

2          유진형           394            평택시철인3종협회 00:16:50    00:02:14    00:37:48    00:01:08    00:24:20    01:22:19

3          이광원           396            드래곤라이더           00:15:54    00:02:40    00:37:42    00:01:31    00:24:43    01:22:27

4          김홍년           392                                               00:16:52    00:03:32    00:41:47    00:01:30    00:28:55    01:32:34

5          이정오           397            ST철인                       00:17:15    00:05:37    00:42:31    00:02:00    00:25:53    01:33:15

6          강창훈           391            보령철인클럽           00:17:52    00:04:54    00:44:07    00:02:07    00:27:44    01:36:43

7          김홍배           393            천안카리스철인       00:26:05    00:07:21    00:45:27    00:02:14    00:29:29    01:50:35

DNS    최원규           399

DNS    김상택           400            경주철인3종클럽

DNS    이광옥           395            도싸철인


보령해양제전기록2017.xls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