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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철인삼종경기 후기 73 (2017.7.2) 철인 이광원

 

설악철인삼종경기 후기 73 (2017.7.2) 철인 이광원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는 동물이 인간이다. 예술과 스포츠는 아름다움의 진수를 보여준다. 우리가 김연아의 스케이팅 모습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 속에 아름다움과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간단한 동작 하나라도 예술적 차원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철인삼종이 좀더 대중적인 스포츠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참가하는 선수뿐 아니라 관중에게도 즐거움과 감동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대회가 열여도 선수가족 몇 명만이 대회장을 마지못해 지키는 상태로는 대중화되기 어렵다.

더욱이 그늘도 없는 무더위 속에서 몇 시간을 대회 참관하는 관중은 첫 출전에 마음 졸이는 가족에게도 요구하기 어려운 것인데 주최측에서는 전혀 가족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는다. 몇 푼 되지 않는 식사도 선수 외에는 제공하지 않고 결승점에 들어 오는 가족들 사진 찍을 최소한의 공간조차도 제공하지 않는다. 시합에 참가하는 선수만의 운동으로 끝난다면 결코 지역 축제로써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철인삼종이 열리는 날은 그 지역 모든 주민들이 열광하고 감동하는 축제로 자리 잡기를 간절히 바란다. 

난 일년에 한번은 꼭 보령머드축제에 사진 찍으러 간다. 비키니 입은 외국미녀들이 많이 오기도 하지만 다양한 행사로 참가자들을 즐겁게 하기 때문이다. 외국에 유명한 축제가 엄청난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듯이 언젠가는 철인삼종경기를 보고 그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직업을 가진 아마추어 선수에게 있어 뭔가 감동과 아름다움을 줄만한 요소를 갖추기는 너무 어렵다. 우린 고통의 많은 시간을 단순히 자기만족이라는 미명아래 끝내 버린다. 어쩌면 이건 너무 낭비적인 행위일지 모른다. 우린 땀 흘려 노력함으로 돈을 벌거나 뭔가 가치를 부여 받는데…힘들여 오랜 시간을 투자한 행위에 대한 보상이 아무것도 없다는 건 너무 억울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BLOG에 댓 글 하나 달아도 보상을 주는 세상에서 그토록 긴 시간 고통에 시달리며 많은 돈을 투자하고도 아무 소득이 없다는 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2017.7.1(토) 

 


  차 막히고 멀다는 이유로 2009년 이후 8년 만에 속초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새로운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었다지만 차량이 너무 몰려 그냥 국도로 3시간 30분 걸려 속초에 도착했다. 대회장에서 등록하고 근처 모텔을 예약했다.(7만원) 저녁은 같이 훈련하는 동료부부와 근처 먹자골목에서 해물철판구이에 고량주로 대신했다. 술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한 마법의 물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바로 형님, 동생 사이로 만들어 준다. 낼 아침에 먹을 떡과 바나나를 근처 마트에서 사서 모텔로 돌아 왔다.

2017.7.2(일) 

 


  모텔 작은 창문 사이로 쓰며 드는 세찬 빗소리에 잠이 깼다. 소나기 속에서 대회 치르기는 싫지만 가뭄으로 속 타는 농부를 생각하면 감수해야 할 것 같다. 와이프가 갈등하는 것처럼 보였다. 비를 맞으며 대회장에 가는 것보다 그냥 모텔에서 시간 보내다 대회 끝나는 시간에 가면 안되느냐고 물었다. 오기 싫다는 와이프를 반 강제로 데려오며 운전까지 시킨 죄도 있고 해서 그러라고 했는데… 주춤주춤 따라 나온다. 여자 심리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묻지를 말던지…

바꿈터에 사이클 거치시키고 수영이 있는 바다로 갔다. 사이판대회 갔다 회복도 안된 상태에서 군 동기 테니스 멤버들과의 시합과 저녁술자리로 인해 몸 상태가 최악이라 호흡이라도 터 줄려면 대회 전 수영연습은 필수다. 물이 차가웠다. 조금 빠르게 100m짜리 3개 정도를 하고 천천히 400m정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수영(1.5km)

 

 

 

7시에 한일교류전 선수들이 먼저 들어 가고 age별로 약간의 간격을 두고 바다로 뛰어 들었다.우리 조는 1조의 마지막에 투입되었고 2조는 40분 이나 더 기다려야 했다. 수영을 좀 편하게 하게 위해 두 조로 나눈지는 모르겠으나 새벽부터 나와 비 맞으며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선수입장에서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뭍에 사는 동물에게 있어 물은 아무리 오랜 시간 훈련해도 극복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바다물의 밀도(1025kg/m3)는 공기(1.28kg/m3)보다 무려 800배나 크기 때문에 움직일 때 상당한 저항을 받게 된다. 결국 수영은 물의 저항을 얼마나 적게 받는 폼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우리 몸을 배로 생각하여 항상 길게 만들어 부력을 유지해 주고 팔을 노로 생각하여 물과 직각이 되게 하여 물을 완전히 잡아야 강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이론을 몸에 체득시키기 위해서는 오랜 훈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동환코치의 “물속 손 모양 만드는 게 예술이죠” 란 말의 뜻을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린 그냥 대충한다. 정확한 자세보다 빨리 배우고 힘으로 밀어부처 기록에 도전한다. 젊을 때는 그게 어느 정도 통하지만 나이가 들어 파워가 떨어지면 필연적으로 기록이 급강하하게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초보들은 제대로 된 코치로부터 정확한 자세를 익히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30년이 지나 은퇴를 고려할 시점에 깨닫게 되었다는 게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다.

사이판에서 코스를 잃어버려 너무 호흡을 올려 힘들었는데 몸싸움이 조금 있긴 했지만 그때 보다는 편안하게 수영을 마쳤다.(0;32:30)

사이클(40km)

 

 


비에 젖은 도로에서 사이클 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나는 시합 때 외에는 절대 비 오는 날에는 훈련을 하지 않는다.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해 고통 받는 선수들이 너무 많은 게 현실이다. 그날도 도로에서 넘어져 헬멧이 박살나고 머리를 심하게 다처 앰블런스에 실려간 선수를 본 와이프의 잔소리가 서울 오는 내내 이어졌다. 건강과 취미로 시작한 운동이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진다면 그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순위나 기록보다 안전에 더욱 신경을 쓰야 할 것 같다.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의 소나기 속에서 치루어진 대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심한 소나기가 내릴 때는 대회를 취소하는 방법도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다.

왜 그런지 처음 10km 정도 까지는 제대로 페달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허벅지가 뭉쳐 있다. 훈련량이 적어서 인지 아니면 회복이 안되어서 그런지 도통 감이 안 온다. 미끄러지지 않고 무사히 끝냈다는 데 만족해야 할 것 같다.(1:15:25)

런(10km)

 


호수 주위를 3바퀴 도는 코스는 오밀조밀하게 설계되어 있어 그렇게 지루하지는 않다. 첫 바퀴는 너무 힘들었다. 무엇에 막힌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왼쪽 종아리 아래 부분이 너무 아팠다. 전부터 조금씩 아팠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사이판대회 이후 심해졌다. 괜히 완주한다고 무리해서 부상으로 올해 시합을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되었다.

현대의 초정밀, 수 천대의 수퍼컴퓨터로도 인간의 몸을 설계할 수는 없을 정도로 우리 몸은 정말 잘 만들어졌다. 아픔이 있음 그것을 이길 홀몬을 만들어 낸다. 그걸 우리는 런러스하이라고 부른다. 뛰는 중에 고통은 조금씩 사라지고 속도를 조금씩 높여 시합을 마무리했다. (0:49:30) (total = 2:37:24)

FINISH LINE

 

 

 

세력이 많이 약해진 빗줄기가 여전히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2시간 이상 비를 맞으며 이 결승점을 항해 고통스런 경주를 질주한 선수에겐 뭔가 위로가 될 보상이 필요하다. 당연히 결승점에서 기다려야 할, 당신처럼 살면 자기는 하루도 못살 것 같다는 와이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절뚝거리며 와이프를 찾아 주로로 내려오다 어제 밤 저녁을 같이한 훈련파트너 남편을 만났다.

“ 아니 다리 다쳤어요?”
“ 좀 아파요”
“ 그러면서 시합은 왜 나가요 나이도 많으신 분이…”
“ 예…”

나이가 뭔 상관인데.. 그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처다 봤다. 우리는 모두 서로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이다. 다 제각기 살아 갈 뿐이다. 이해할 필요도 없고 이해 시킬 필요도 없다. 공자가 말한 중용은 가장 지키기 어려운 개념이란 사실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치우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상태는 이론일 뿐 우린 모두 한쪽에 치우쳐 있다. 운동하는 사람과 않는 사람이 있을 뿐 중간에 걸쳐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백운에 이어 2등 해서 Comport 란 회사에서 지원하는 상금 7만원을 받는 행운을 얻었다. 주최측에서 주는 8000원 식권으로 근처 식당에서 굴 국밥 한 그릇 먹고 입상의 여운을 즐길 여유도 없이 서둘러 서울로 올라왔다.

 

 


http://triathlonmania.tistory.com

 

 

순위 이름 배번 소속 Swim t1 Bike t2 Run Tot
1 김백운 866 NEO 00:33:34 01:12:36 00:47:00 02:33:09
2 이광원 880 드래곤라이더 00:32:30 01:15:25 00:49:30 02:37:24
3 김원영 869 제천클럽 00:34:02 01:14:58 00:49:09 02:38:07
4 강창수 863 00:31:15 01:17:22 00:51:07 02:39:43
5 박형석 874 대전철인회 00:35:05 01:14:44 00:54:32 02:44:20
6 최동현 887 용인철인클럽 00:35:25 01:18:20 00:52:59 02:46:44
7 주연중 886 고양철인클럽 00:35:19 01:18:38 00:53:03 02:46:59
8 조만수 885 분당철인클럽 00:38:45 01:20:54 00:48:53 02:48:31
9 유진형 878 평택시철인3종협회 00:35:39 01:33:55 00:48:11 02:57:44
10 이명준 881 10under 00:43:06 01:21:36 00:55:17 02:59:59
11 김세진 868 도싸철인 00:40:54 01:21:45 00:58:56 03:01:34
12 전우경 883 영주클럽 00:35:23 01:29:18 00:58:00 03:02:40
13 김규영 865 00:41:44 01:19:59 01:03:32 03:05:14
14 오정국 876 미추홀철인클럽 00:48:08 01:24:58 00:57:19 03:10:24
15 양현모 875 속초클럽 00:43:45 01:26:32 01:01:24 03:11:40
16 이종원 882 00:44:09 01:28:43 01:06:12 03:19:03
17 정일환 884 00:51:07 01:34:57 01:02:59 03:29:03
18 김재진 870 00:48:51 01:30:44 01:13:24 03:32:58
19 김환 872 00:48:06 01:34:05 01:14:54 03:37:04
20 김남호 889 00:59:28 01:33:02 01:07:24 03:40:08
DNS 권순용 864 NEO
DNS 김상택 867 경주철인3종클럽
DNF 김춘길 871 00:48:21
DNS 박인석 873
DNS 오한국 877 건국에이스
DNS 윤희중 879 이천철인클럽
DSQ 맹호승 888 08:58:04 01:04:50 02:55:15


한판석 17-07-08 00:23
답변  
좋아서 하는 운동이지만
대회를 위해
나름 시간을 아껴가며 가족과 주위의 사람들과의 소중한 기회도
감수하며 훈련하여 참가하는 대회이지요.
서론의 글에 공감을 하며
훈련중에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며  대회를 마치는 과정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잘 해왔다는것에 마음이 놓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즐겁게 하는 운동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광원 17-07-10 13:57
답변 수정 삭제  
댓글 감사합니다. 나이가 들어선지 대회 한번 나가는 것도 아주 신경이 쓰입니다.
너무 많은 시간을 운동하는데 소비하다 진정 중요한 걸 놓처버리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운도은 건강과 취미를 위해서...
강승규 17-07-08 05:25
답변  
매번 실감나는 후기 잘 읽고 있습니다.
이제 60대에 들어서니 마음먹은대로 몸은 움직여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항상 즐기는 맘으로 경기에 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광원 17-07-10 14:00
답변 수정 삭제  
항상 감사합니다.
교수님도 벌써 60대? 정말 세월 빠르네요. 대회 몇번 더 참가하다 보면 금방 70대가 될 것 같습니다. 체력이 뒷받침 안되니 대회나가는 것도 부담이 되고 시간이 아깝기도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대회장에서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