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은총이와 함께하는 희망나눔 트라이애슬론 대회후기 61 철인 이광원
최근에 미디어를 통해 가장 많이 접하는 단어 중 하나가 hardware와 software라는 단어가 아닐까 추정해 본다. 고도의 문명사회로 가면서 hardware적인 요소보다 software적인 요소가 더 중요하게 인식되어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합에서 우승하는 것 이상으로 누군가를 감동시킬 스토리가 필요하다. 긴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철인경기를 통해 희망을 나눌 수 있다는 메시지는 많은 사람을 공감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철인들이 낸 참가비 60,080,000 원 전액이 장애우를 위한 병원건립에 사용된다니 마음 한편 뿌듯한 행복감이 든다.
훈련:
3가지 운동을 고루 섞어서 해야 하는 트라이애슬런 훈련의 최대 과제는 사고와 부상관리, 효율적인 시간 관리라고 말하고 싶다. 기록을 줄이기 위한 강도 높은 훈련은 바로 부상과 직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고로 당한 왼쪽 팔이 7개월이 지나도 계속 스토록할 때 통증을 야기한다. 쉬어야 할지 그냥 적당히 해야 할지를 판단한다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운동이 직업이 아닐진대 경기참가에 이틀을 모두 소비해야 한다는 건 막대한 시간낭비로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대회는 게으른 내게 가장 이상적인 곳이다. 가깝기도 하고 하루 전에 미리 등록하지 않아도 되는… 예전에는 연맹에서 하는 대회도 시합날 아침에 등록할 수 있었는데 위험하다는 이유로 시합 전날 등록을 의무화 해 버렸다. 초심자일 경우는 충분히 납득이 가지만 60회 참가를 넘긴 사람에게 조차 똑 같은 룰을 적용한다는 건 재고해 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2014.9.21
청명한 가을하늘, 짙은 녹색 잔디가 눈에 들어왔다. 공해에 찌들은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놀랄 울 뿐이다. 간단하게 등록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8시 조금 넘어 수영 출발을 시작으로 경기는 시작되었다.
수영(1.5km):
서울 중앙을 가로지르는 한강은 우리나라의 자랑이다. 개울 같은 파리의 세느강보다 몇 배나 크고 아름다운 곳이다. 여기서 수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800여명의 선수들이 5개조로 나뉘어 2분 간격으로 출발했지만 수영 끝날 때까지 스토록 할 최소한의 공간도 확보 못한 선수들의 다툼이 계속되었다. 물도 먹고 수경도 3번이나 벗겨졌다.
그러나 예전처럼 금방이라도 숨이 멈출 것 같은 상태는 아니다. 수영에서 자세는 아주 중요하다. 특히 숨을 쉴 때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린 상태에서도 아주 편안해야 한다. 숨쉬는 동작이 스토록의 빠르기에 영향을 주면 몸의 균형이 무너지고 이 균형을 바로 잡기 위해 왼팔의 스토록이 빨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면 수영은 어려워진다. 나이가 들수록 힘이 아닌 자세로 수영을 해야 한다는 걸 절감하게 된다.
사이클(40km);
완전히 통제된 6차선 자동차도로를 6회전하는 이 코스는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처음의 걱정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언덕도 거의 없고 차선이 넓어 최근에 치룬 어떤 대회보다 안전한 코스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경우에도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관리소홀이나 도로사정으로 시합 중 다친 선수들이 의외로 많고 일부는 죽거나 식물인간이 되기도 한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개인을 망가뜨리는 일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런(10km):
서울 한 복판에 잘 만들어진 흙 길로 조성된 조깅코스가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 나무그늘도 적당히 있고, 언덕도 거의 없어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처럼 느껴졌다. 달리기는 3종목 중 가장 어렵고 힘든 운동이다. 일주일만 뛰지 않으면 자기 기록을 유지할 수 없는 아주 피곤한 운동이다. 예전에 뛰던 기록 생각하면 당장 그만두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부상으로 보낸 1년 세월을 만회한다는 건 영영 불가능해 보인다.
치타처럼 미친듯이 빨리 뛰고 싶은 마음과 고통에 신음하는 육체는 항상 이율배반적인 평행선을 달린다. 예전의 1/4정도의 훈련 량도 문제지만 그 적은 훈련에도 극복되지 않는 피로감이 더 큰 문제인 것처럼 보여진다. 자신을 뛰어넘으려는 강한 도전은 항상 부상이나 사고 같은 벽에 가로막혀 버린다. (Total =2:32:38)
피니쉬라인:
짙은 초록 잔디 위에 깔린 레드카펫, 주위를 장식한 아름다운 국기들이 가을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천국으로 들어 가는 입구가 이렇게 아름다울까? 기록에 관계없이 여기에 도착하면 또 하나의 주어진 숙제를 마쳤다는 해방감이 든다. 기록실에 가 기록을 확인했더니 3등이라고 했다. 조금 있다 입상 수정 발표가 있었다. 에이지부 우승한 이범석 선수가 전체 일등으로 올라가고 김백운 선수가 일위가 되고 내가 이위로 수정되었다. 손자가 있을 나이에 전체 일위를 했다는 것도 믿기지 않지만 기록이 프로 오영환 선수보다 1분이나 더 빠르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 아이언윙 회원들: 오랫만에... 모르는 사람도 많아졌다.)
인간의 노화는 그걸 인정하는 사람만의 편견일까? 나이와 비례해서 기록이 나빠진다는 그 동안의 속설은 재고되어야 할까? 그와 나와의 기록차이는 18분이다. 예전에 우승은 못하더라도 일위와 의 기록 차를 5분 이상 넘기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던 그때의 열정이 그립다.
http://triathlonmani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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