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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제주 아이언맨 참가기 8



따가운 햇살,
잔차를 넘어뜨릴 듯한 강풍,
말로만 듣던 올라가도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눈물의 돈네코언덕,
혼미한 정신을 가다듬어며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내내가졌던 생각은
두번의 포기할 수있는 기회(?)를 놓친데 대한 후회였다.

한번은 런훈련도중 자동차와의 접촉사고였다. 뼈를 다친 큰사고는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휴유증이 오래갔다. 두번째 완벽한 기회는 대회를 4일 앞둔 날 갑짝스런 장모님의 별세였다. 그때 참가취소만 했더라도...

8/25밤 장모님의 죽음앞에 참가/ 불가를 고민고민하다 한숨도 못자고 사이클을 꺼내어 하드케이스에 포장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못간다면 내년에도 어렵겠구나하는 비장한 생각이었다. 어느게 더 중요하고를 따지고 싶지 않았다. 1년동안의 모든 준비가 허사로 돌아가는듯한 착각(?)에 사로잡힌 편집광과 같은 심정이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8/26 비행기티켓을 비롯한 숙소, 렌트카등 모든 예약을 취소, 일부는 변경했다. 고맙게 서울에서 대구까지 내려온 문상온 친구들이 주는 술을 거절할 수없었다. 오랜 몇달간의 식이요법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다. 밤새 고기와 술이 오고 갔다.

8/27 장례식을 치루고 슬픔에 젖은 wife에게 제주 갔다 오겠다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는다. 이해를 구하는 건 정말 어려운 얘기이다. 나와 너가 서로 다른 가치관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내 입장을 이해해 달라는 건... 이기심의 또 다른 형태일 뿐. 철인경기가 한번 뿐인 장모님의죽음보다 더 가치있고 중요하냐고 당신 아버지 돌아가셨다고 해도 가겠느냐고 다그칠땐 정말 할 말이 없다. 부하를 모두 잃어 버린 패장의 참담한 심정으로 대구공항으로 갔다. 밤늦게 제주지인에게 부탁하여 급하게 잡은 서귀포의 작은 모델에 도착했다.

8/28 월드컵경기장에서 선수등록하고 오후에 중문에 마련된 사이클 거치대로 갔다. 파도가 좀 있었지만 취소할 정도는 아닌것 같다. 그나마 조금 자신있는 수영이 빠진다면 김빠진 대회가 될게 뻔하다.

8/29 새벽 5시에 일어났는데 현기증이 심하다. 지금까지 없었던 현상이라 좀 걱정이 된다. 몇달동안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이틀동안의 밤새미와 절제되지 않은 과식으로 한순간에 몸상태가 무너져 버린 느낌이다. 파도때문에 수영은 취소되었고 8시 부터 5초간격으로 출발.

사이클:
번호가 뒤쪽이라 거의 한시간 반이상이 지난 뒤에 출발하게 되었다.
태풍의 영향으로 강한 바람이 사이클을 날려 버릴 것 같다. 말로만 듣던 악명높은 돈네코언덕... 이게 어떻게 사이클로 올라가야할 곳이란 말인가? 차로 드라이브왔다면 환상의 코스였겠지만... 돈네코 언덕에서 빵구. 햇살은 마냥 내리쬐고 뒷타이어 갈기가 쉽지 않다. 낑깅거리고 있는데 아이언윙파이팅!~ 어 이광원씨 하며 유희란님이 휙~ 지나간다. 올라가도 올라가도 언덕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다리는 물론이고 어께, 허리, 목, 엉덩이 어디 한곳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150km 정도를 지나자 이제 더이상 탈수없을 것 같다. 포기를 생각하며 내려서 잔차를 끌고 하염없이 걸었다. 한없이 처량하게 느껴졌다. 혼자서 한강에서 최장거리 108km를 타본 내게 180km는 너무 먼 거리였을까? 이틀 밤새미로 콘디션이 최악인 상태로의 출전이 무리였을까? 아무리 늦어도 6시간반 더 늦어봐야 7시간이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거의 7시간 48분간의 혈투끝에 기진 맥진하여 180km를 마감했다.

런:
지처버린 육체는 달리기 전부터 영혼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이몸으로 42.195km를 달릴 수있을까하는 의문을 계속 던지면서 달리기는 시작되었다. 2km마다 실치된 보급소에서 물을 덮어서고 마시는 게 유일한 희망처럼 느껴졌다.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5시간만에 완주했다.

산 자와 죽은자의 차이는 시간의 차이일뿐. 기록경기에서 기록의 의미는 중요하다. 자신이 목표한 기록을 달성하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기 때문이다. 이제 좀 쉬고 싶다. 여행도 가고, 사진도 찍고,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싶다. 이제 철인운동이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주로상에서 멀리까지 날라와 응원해준 윙의 서포터들... 강오식님, 박영삼님, 김대익님, 최용환님, 서윤경님, 서기정님... 그리고 길거리에 쪼그리고 않아 늦은 시간까지 함께한 많은 가족분들, 선수이면서 어려운 준비를 함께한 박인석, 김상길 대표간사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병은 ::: 여러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신 아이언맨 많이 축하드립니다.

김국화 ::: 좋지 않은 상황과 여건... 마무리 잘 하시고 빠른 쾌유 바랍니다. 완주 축하드려요!

김승용 ::: 여러모로 어렵고 힘든경기를 해내셨습니다. 아이언맨의 정신으로 모든일이 잘 풀려나가실 겁니다.

문성철 ::: 어려움 속에 첫 완주 축하드립니다,, 강하시네요//

이경록 ::: 무사히 잘 완주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이호정 ::: 세상사는일이 맘 같이만 되면 좋을텐데요.. 힘든일, 어려운일함께 격으셨으니 심신이 피곤하시겠네요, 가족과함께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임정식 ::: 철인등극을 축하드리고 家和萬事成입니다.

서기정 ::: 어려움 속에서도 무사히 완주하셨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최정수 ::: 어려운일 속에서 완주하심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