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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환희 2008 춘천트라이애슬런 대회 후기 29



요리와 트라이애슬런
난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 먹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러 재료와 양념를 조합하여 맛을 창조한다는 게 마치 트라이애슬런 경기와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리에서 맛의 비밀은 재료와 양념의 배합에 있다. 좋은 요리사는 직감적으로 어떤 식 자재를 얼마만큼 넣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철인삼종도 요리처럼 세가지 종목을 적당한 강도로 배합하여 가장 좋은 기록을 만들어 내느냐가 승리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사이클에서 무리하게 몇 분 더 당긴다면 필연적으로 런에서 기록저하내지는 경우에 따라서는 완주도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런을 위해서 사이클을 마냥 늘늘하게 탈 수도 없고, 크게 부담 가지 않으면서도 기록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가장 에너지소모를 줄일 수 있는 적절한 강도 그 포인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훈련
스포츠는 과학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많은 시간 투자한다고 좋은 기록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지나친 훈련은 부상의 첩경이다. 충분한 영양과 적당한 강도의 훈련과 휴식을 반복함으로써 가장 효율적인 운동능력 향상을 만들어 가는 것은 주위 고참이나 감독이 아니라 바로 선수자신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기 몸을 자기보다 더 잘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전략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무작정 시합에 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시합 전 출전선수를 보며 어떻게 시합에 임할 지 전략을 세우는 버릇이 있다. 올해 50대로 진입한 강자 황준오와 1위, 2위 순위싸움이 될 것 같다. 수영, 런은 비슷하고 사이클은 그가 나보다 항상 빨랐다. 그가 나보다 상체가 크기 때문에 달리기에서 장거리로 가면 내가 좀 유리하지 않을까? 사이클에서 좀 손해 보더라도 무리하지만 않는다면 런에서 승부를 걸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6/22
시합날 등록을 인정해 주는 유일한 대회- 바쁜 현대인에게 하루 전날 미리 가서 등록해야 한다는 건 대회참가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비 소식이 있어 걱정이 많이 된다. 새벽 5시30분에 집을 출발, 청평을 넘어서자 가랑비가 폭우로 바뀌었다. 재작년 폭우로 취소된 철원경기의 악몽이 떠올랐다. 이렇게 쏟아지면 경기시작도 하기 어려운데… 다행히 춘천도착 무렵에는 비가 그쳤다.

등록하고 의암호수로 수영 연습하러 갔다. 10년 이상 매일 아침마다 하는 수영이지만 할 때마다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시합 전에 호흡을 튀어 놓아야 수영할 때 좀 편하다. 200m 3-4개 정도를 빨리 수영하여 심박을 올릴 필요가 있다.




수영(2km)
의암호 1km 삼각부표를 2바퀴 돌게 되어 있는데 거리가 아주 멀어 보인다. 물속은 전혀 보이지 않고 수온은 수영하기에 적당하다. 9시 출발신호와 함께 349명이 일제히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 아무리 천천히를 외처도 많은 인간들과 같이 출발하게 되면 호흡이 잘 안되고 물에 빠진 사람처럼 팔 돌림이 엄청 빨라진다. 한 바퀴쯤 끝날 무렵부터는 힘이 빠지면서 팔 놀림도 둔해지고 호흡도 안정되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수영에서의 핵심은 코스에 있다. 라인을 따라 똑바로 가면 거리는 제일 가깝지만 인간들이 많아 몸싸움이 많아지고 몸싸움이 싫어 라인과 멀리 떨어지면 거리가 길어지고 방향잡기가 어려워 좋은 기록을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은 적당히 몸싸움하면서 라인에서 1m 이상 떨어지지 않는 코스에서 수영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데 몸싸움엔 변수가 많아 얼마나 많은 적들과 맞아 싸워야 하는냐가 그날 기록을 좌우한다. (0:40:33) (T1= 0:02:37)



( 수영끝내고 사이클있는 바꿈터로 가는 장면 유성조촬영)



사이클(91km)
긴 언덕을 포함한 몇 개의 언덕이 조화를 이룬 9.1km 짜리 코스를 열 바퀴를 돌도록 되어 있다. 작년에 넉넉하게 일위로 들어오고서도 한 바퀴를 들돌아 내 생애 처음으로 실격처리 된 뼈 아픈 기억이 있어 사이클 속도보다 바퀴 수 헤아리는 데 신경이 더 쓰였다. 조금 더 빨리 갈 수도 있지만 다리에 무리를 주기 않기 위해 속도를 높이지 않았다. 사이클에서 몇 분 더 빨리 가려다 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빼앗긴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기록도 그렇게 손해 보지 않는 절묘한 강도를 찾는 것이 시합의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언덕이 가파르고 길어서 기록이 잘나오지 않는다. 작년보다 6분 정도 느리게 사이클을 끝마쳤다. (2:59:07) (T2=01:58)




런(20km)
허벅지가 많이 아프다. 그러나 달리는 데는 그렇게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 같다. 첫 반환점을 돌자마자 그 동안 보이지 않던 황준오가 나타났다. 나하고 간격은 10초 차이 밖에 되지 않는다. 그는 내 바로 뒤에서 날 쫓아 온 게 틀림 없다. 속도를 내어 계속 달렸다. 두 번째 반환점에서 시간을 보니 대충 1분 정도의 차이가 났고 세 번째 2분, 네 번째 3분, 다섯 번째 4분… 많이 지쳐 보였다. 나를 보자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워 주었다. 그가 날 추월하는 걸 포기하는 신호로 보였다. 4분 차이는 거의 1km의 거리, 내가 걷지 않는 한 그가 날 추월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인간사회에서 경쟁은 중요하다.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능가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승자와 패자를 구분 지웠기 때문이다. 황준오가 계속 따라왔다면 런 기록이 더 좋아졌을텐데… 그가 일찍 포기해 버림으로써 고통스런 영혼은 조금이라도 더 편하기를 원하는 인간본연의 본능적 요구에 순응하면서 골인점을 항했다. (1:34:17) (Total= 5:18:30)




Finish Line
220번 이광원 선수 들어오고 있습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아리따운 목소리가 마지막 피치를 올리게 만든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여기에 들어서면 고통이 끝났다는 안도감보다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인간에게 절대자유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란 속박이란 반대되는 개념 없이는 이해될 수 없는 개념이다. 처절한 고행을 통해 도를 깨우쳤던 선각자의 가르침을 조금은 이해가 될 것도 같다. 심장을 불태워 버릴 것 같은 고통을 통해서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은 다른 어떤 방법을 통해서도 얻을 수 없는 황홀한 환희이기 때문이다.




우승
“50대 일위 아이언윙의 이광원”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고 피가 역류하는 듯한 충격이 가슴을 타고 흐른다. 승리는 항상 바뀔 수 있다. 피 말리는 경쟁자가 있어 게임은 더욱 재미있다. 운동도 중독되듯이 입상의 짧은 환희도 내 생애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 시합보다 더 어려운 자봉에 참여해 주신 박인석형님외 김장묵, 조재형, 윤승환, 영식씨 열광적인 응원 감사합니다. 대회 최고였어...)

http://blog.paran.com/syskwl



조재형
::: 당당한 1등 입상을 축하 드립니다. 어렵게 잔차타고 빗속을 헤쳐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응원하고자 부지런히 갔는데 다행이 무사히 도착해서 응원도하고 많은분 입상해 뜻깊었슴다.

박용수
::: 멋지십니다..이 환희 쭈욱~~~멋지게 본고장 하와이까지 펼치시길 기원합니다..

손영식
::: 대단하십니다..50대 일등 축하합니다.사진도 잘찍으시고 ..만능철인 이광원님 다시하번더 축하합니다..

문철
::: 역시, 광원 형님에게는 배울 것과 본 받을 것이 많습니다. 다시 한번 확실한 1위등극 축하드립니다.

황희상
::: 최고의 자리! 축하드립니다~

임남주
::: 1등...그기분은 어떤걸까요~ 축하드립니다^^*

안재호
::: 감사합니다, 한수 배웠습니다. 꾀라는 놈과 싸워 매번 ko 패 당합니다

박재범
:::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 보기좋습니다. 입상 축하드립니다.

선현수
::: 축하드립니다. 형님!

임송운

::: 당일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이 만빵이였는데 다행이 조금오다 그처 안도의 한숨 형님의 고행 드디어 승화를 일구어 내셨네요. 한순간 한순간 형님의 고행 잘극복하셔서 추억의 탑을 쌓으시길 바랄께요.

늘건강하시고 휴식도 필요로하니 컨트롤 잘하시구요. 일등축하드립니다


장영미
::: 감동~~~!!..축하 드립니다..


박병식
::: 드뎌... 해내셨군요... 축하축하 합니다 !!!

김종국
::: 축카 드림니다.. 항상 건강 하십시요..

이수동
::: 형님, 왕창 축하드립니다..

이호정
::: 글이면 글 운동이면 운동 거기다 요리까지 잘하세요, 만능이시네요

반세훈
::: 이대로~!!! 쭉~~~!!! 1등 하세용^^

전태선
::: 광원씨~~ 축하합니다..언제나 입상은 좋은거...그리고 피말리는 순위경쟁은 세월이 지나다보면 우정까지 쌓여서 시합장에서 보면 전투력이 쌓이지만 시합장 밖에서보면 왜그렇게 정감이 가

전태선
::: 는지..이틀전 투르드 코리아 출전차 오십대 절대강자 정대회와 채희영선배 부산에 내려와서 밤늦도록 술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시간을 보냈읍니다..벌써 작년에 이어 두번째

전태선
::: 만남입니다...실력도 중요하지만 우리나이에 공감할수 있는 인생관이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것이 어디 있겠습니까...늘 성실하신 모습을 존경하며 자주 만나기를 기원합니다...

전태선
::: 한번씩 들어와서 박인석선배님의 글을 읽으면서 많이 감동받읍니다...박선배...참 부부간의 정이나..후배들을위한 사랑..등등..너무 배울것이 많더군요...존경한다고 전해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