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본카테고리

2019 취저우 Tri Factor 철인 삼종경기-4 (2019.9.22) 84 철인 이광원

2019.9.22

주최측에서 아침을 제공해 주었다. 찰밥 하나 먹고 대회장 버스를 탔다. 우리 쪽 선수 5명은 전부 동호인부가 아닌 프로로 등록되어 있었다. 아무리 중국이라고 해도 프로로 등록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세계적인 선수들과 프로로 뛴다는 게 참 어처구니없기도 하고 새로운 경험처럼 여겨 지기도 했다. 카메론이 바꿈터 내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다니

 

TRI FACTOR

싱가폴에서 만들어 졌다는 TriFactor는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브랜드다. 성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우리고 있는 듯 보였다. 제주에서 개최할 수 있다면 교통이 불편한 취저우보다는 훨씬 유리할 것처럼 보인다.

 

수영(1.5KM)

6 30분 프로부터 슈트없이 출발하게 되었다. O2 같은 경우 수영이 3KM 인데 여기서는 ENDURO라고 이름 붙여 수영이 상대적으로 짧은 1.5KM. 한 바퀴 때 까지는 인원이 별로 없어 편안히 수영했는데 두 바퀴째부터 등에 풍선을 맨 스프린터 선수들이 대거 몰려들어 평형를 하는 바람에 가슴도 얻어 맞고 수경도 벗겨지고 물도 먹는 불상사가 있었다. 슈트를 입지 않는 경우는 저항력을 줄이기 위해 시합복 상의를 벗는 게 일반적이나 그냥 해 버린 게 원인 일까 끝나고 시간을 보니 엄청 시간이 많이 걸려 당황했다. ( 36:30:26 )

 

사이클(80KM)

10km 도로 왕복 4바퀴를 돌아야 한다. 도로는 넓어졌다 좁아졌다를 반복하며 조금 복잡한 시내도 통과했지만 언덕은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이었다. 최근에 거의 올림픽코스 외에는 참가를 하지 않아 80km도 내겐 긴 거리다. 인간의 정신력이란 참 무서운 것이다. 훈련 때 아무리 힘들게 타도 평속 31km/h 이상 타기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대회 때는 보통 33-34km/h는 나온다.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를 쓴 미국의 유명한 성공학 강사, 앤서니 라빈스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 몸 안에는 우리도 모르는 초인이 살고 있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일도 해치워 버리는 초인적인 능력이 우리 안에 있다. 거리는 75km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2:16:22 )

 

(20km)

강을 가로지르는 긴 목재 다리, 공원 잔디밭을 지나는 조금 복잡한, 한 바퀴 5km 코스를 4바퀴 돌아야 한다. 전번 대회에서 초반 런이 너무 안 좋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초반에 생각보다는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10km는 좀 천천히 뛰고 후반에 속도를 좀 높여 기록을 당기고 싶었는데 체력이 바쳐 주지 않았다. 여자프로 H와 거의 한 바퀴나 차이가 낳고 B와도 차이가 조금씩 벌어지는 느낌이었다.

자기는 한 사람만 잡으면 된다고 큰소리치던 K는 마지막 바퀴 1km 남은 지점에서 나에게 추월당하자 갑자기 멈추어 걷기 시작했다. 조금 언덕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충격이 큰 것 같았다. 20살 많은 내게 한 바퀴 이상 추월 당하리라고는 아마 상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달리기는 훈련도 중요하지만 소질을 타고나야 한다. 내가 그에게 골프나 스쿠버 같이 잘하는 거 하지 뭐 하러 힘 드는 철인삼종하느냐고 빈정되었더니나를 잡아 본때를 보여 주고 싶었나 보다. (1=28:00:36  2 =26:43:88  3=27:48:90  4=28:37:35  run: 1:51:10 Total 4:44:03 )

 

Finish Line:

웅장한 성문을 통과해 Finish Line을 통과했다. 84번째 똑 같은 관문이지만 느낌은 항상 다르다. 그 동안 훈련도 많이 못하고 몇 년 동안 짧은 코스만 뛰다 하프코스를 뛸 수 있을지에 자신을 못하고 있었는데, 나름대로 좋은 성적으로 완주할 수 있어서 기뻤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고통회피와 행복추구라고 하지만 Triathlete 에게는 맞지 않는 말이다. 우리는 고통을 통해 행복을 찾는 족속들이다. 고통이 클수록 기쁨도 크고 성취감도 크다. 고통도 중독되는지 안락한 자극 없는 삶은 권태로울 뿐이다.

 

시상식

같이 온 여자선수 두 명은 프로 1등과 4등을 했다. 왠지 이국하늘에서 대한민국 선수가 좋은 성적을 얻었다는 게 뿌듯하다. 훈련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H의 우승도 대단한 거지만 50대 후반의 B가 자기보다 훨씬 어린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보여준 투혼은 감동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주최측에서 상금(110,000위안, 41,500위안 세금 20% 공제)을 주었다.

 

동포 J

호텔에서 만난 LG 거래처에서 밧데리에 들어 가는 양극제를 취급한다는 주재원 J 는 우리 시합내내 응원을 아끼지 않았고 시합이 끝나자 자신이 잘 아는 한식당으로 우리를 초대했다. 삼겹살과 목살을 배불리 먹었다. 아무리 동포라 해도 한 두 명도 아닌 8명의 대 식구를 초대해 식비를 대신 지불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주 옛날, 여권 만들기 조차 어려웠던 시절에는 가끔 외국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너무 반가와 어디서 왔는지 묻고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명함도 주고 서울 오면 연락하라고 생색이라도 내고 싶었지만 나이 많은 나 말고도 누군가가 그 일을 대신 할 것 같아 그만두었다. 하루 종일 스크린만 보며 일하는 나 같은 엔지니어는 처음 보는 사람과 바로 친해지는 게 아무래도 어색하다. 소주 한잔에 금방 형님 동생이 되어 버리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소주까지 한잔하고 자전거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만찬

1720분에 로비로 내려와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려했으나 자전거를 실을 공간이 없어 그 버스가 다시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야경이 멋진 고성이 있는 고즈넉한 400년 전의 청나라 어느 거리 같은 곳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고색창연한 식당

에는 중국풍 주마등이 천청을 가득 메우고, 무대에서 가야금 같은 중국악기를 연주하는 분위기 좋은 곳이었고 음식 빛깔도 정말 맛있어 보였는데음식까지 맛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짜고 맵고 도저히 먹을게 거의 없다. 난 포도주만 줄기차게 마셨다.

조코치가 내게 나이가 제일 많다고 발언기회를 주었다. 나이 많은 게 벼슬은 아니지만 아직 우리사회에서는 그럭저럭 통하는 구석이 아직 남아있다. 꼰대라고 비난 받는 부분도 있지만 경험을 통한 지혜는 젊은이들의 패기와 겨눌만하다. 술에 취한 영향도 있겠지만 대회보다 관광을 목표로 온 나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 일정이 너무 빠듯하다고충고를 가장한 불만이 튀어 나왔다.

일전에 같이 갔던 사이판 대회를 통해 그가 성실하다는 걸 잘 안다. 그도 잘하고 싶었겠지만 여기 처음 오고, 일주일 전 시작된 쿤밍 전지훈련과 겹치다 보니 신경 쓸 틈이 별로 없었을 것이란 것을아마 다음에 똑 같은 여정이 생긴다면 더 여유롭게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20시에 식당을 나와 조코치와 그의 고등학생 제자와 이별하고 버스로 상해로 이동했다. 그때 까지만 해도 일정이 몇 번이나 바뀌고 해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작은 버스 안에 놓인 자전거케이스로 움직이기도 불편한 공간에서 밤을 새워야 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더욱이 새벽 3시부터 5시까지는 운전수를 보호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대책 없이 차 안에서 머물러야 했다. 35분만 더 가면 공항인데 우리가 19 30분에만 버스를 탔어도 3시 전에 도착하여 쉴 수가 있었을텐데

 

2019.9.23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지는 대회를 치르고 잠을 제대로 자지 않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이다. 물론 체력이 좋은 철인에게도 엄청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535분경 공항에 도착했다. 짐을 두고 아래층 발 맛사지를 받고 샤워를 하고 식사를 했다. 9시 체크인을 하고 11시 비행기로 서울로 왔다. 포장 자전거, 옷 가방, 카메라 가방 3개의 짐을 이리저리 이동하고 공항에서 기다리고 할 때는 몰랐는데 긴장감이 풀어지자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끝으로

목이 따갑고 팔다리가 심하게 아팠다. 전형적인 감기몸살 증상이다. 자고 나면 낳겠지 했지만 며칠이 지나도 회복이 되지 않았다. 몇 십 년 동안 한번도 이런 경우는 없었는데인간은 늙고 죽는걸 제일 두려워한다. 나이가 들어도 항상 자신은 젊다고 자부하며 자신감을 충전시키는 게 인간이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운 여행 기억도 지나고 나면 다 아름답다. 우리의 메모리에 쌓인 취저우에서의 힘들었던 기억이 언젠가 추억이란 이름의 환희로 바뀌어 있을 것이라 믿는다. 4 5일 동안 함께 했던 철우들의 체취가 그리워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