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설봉철인삼종경기 후기 74 (2017.7.16) 철인 이광원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나 아닌 다른 생물의 생명을 뺏음으로 생존을 유지한다. 인간의 5만년 역사도 힘 약한 타인을 죽이거나 재물을 빼앗아 생존을 유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약육강식[弱肉强食] 은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유지할 수밖에 없는 진리이다. 문명은 약자에 대한 보호와 배려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 인가하는 전제로 발전되었다. 많이 개선된 문명사회라고 해도 아직 우리의 DNA 속엔 타인보다 더 강해지고 경쟁에서 이기려 하는 강한 욕구가 내재되어 있다.
전쟁에서 패배하여 생명과 재산을 모두 빼앗겼던 지난 과거의 치욕스런 기억이 우리의 잠재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아무것도 생기지 않는 국가간의 친선 축구경기에서 조차 목숨 걸고 이겨야 하고, 친구끼리 하는 작은 게임에서조차 지면 아주 기분이 나빠진다. 패배를 받아드린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것인가?
훈련: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술은 무의미하다. 모든 운동의 기본은 체력에 있다. 체력은 그냥 열심히 만 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먹는 것, 자는 것, 생각하는 것 등 모든 활동이 총체적으로 잘 밸런스를 유지해야만 체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 체력이상의 지나친 훈련은 노동이고 운동능력을 저하시킬 뿐 기록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철인삼종 시작할 때 고수로부터 처음 들은 말은 테니스를 그만두라는 것이었는데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 인지 15년이 지난 오늘까지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 테니스는 한쪽 팔로 하는 운동이라서 인지 관절에 유난히 부상이 많다. 오늘 쪽 어깨와 왼 쪽 아킬레스건이 계속 아프다. 운동을 완전히 안 할 수도 없고, 잠깐 멈춘다고 아픈 부위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 속도는 못 내고 조깅 수준으로 조금씩 뛰다 보니 런 기록이 최근에 너무 나쁘다.
2017.7.16
한여름 밤 지붕을 때리는 거센 빗소리에 잠을 갰다. 시계를 보니 3시를 조금 넘은 시간이다. 어제 후배가 청평지에서 잡은 붕어 가지러 간다고 하루 종일 도로에서 시달려서인지 잠도 오지 않는다. 주섬주섬 짐들을 챙겼다. 행복한 꿈이라도 꾸고 있는지 천진난만한 얼굴로 입까지 벌리고 자고 있는 와이프를 깨워 같이 가자고 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나도 정말 가기 싫은데… 비가 더 심하게 내려 경기가 취소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지며 이천 설봉공원으로 GPS를 설정했다.
펌프소동:
차 안에서 바나나 3개를 먹었다. 떡을 준비하지 못한 게 조금 아쉬웠으나 올림픽코스라… 바꿈터에 둘 사이클을 내려 보니 앞 바퀴에 바람에 많이 빠져 있었다. 뭔가 빠뜨리지 않았나 하는 불안이 현실로 나타났다. 펌프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비 오는 주차장을 뛰어 다니며 펌프를 빌렸는데 바람이 잘 들어 가지 않는다. 펌프가 잘 안 맞는다고 다른 걸 찾아 보란다. 그렇게 많이 보이던 펌프가 보이지 않는다. 주최측에서도 없다 하고, 누가 사이클 검차하는 데서 봤다고 거기로 가보란다. 거기도 없었다. 거지처럼 동호인들이 모여 있는 곳을 뛰어 다니며 펌프를 구걸하고 있었다. 가까스로 빌렸는데 아예 입구에 들어 가지도 않는 것도 있었다. 비는 거세지고 시간은 자꾸 가고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2년 만에 처음 경기에 참가했다는, 차 안에서 장비를 셋팅하고 있는 선수에게서 입구가 고무로 되어 있는 펌프를 발견했다. 허둥대는 네게, 8시부터 시작이라 시간 많으니 천천히하라는 그 한마디가 너무 고맙게 느껴졌다. 도움이란 그런 것이다. 내겐 별 것 아니라고 생각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상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것. 말 한마디가 될 수도 있고 물 한잔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 줄 수 있다면 세상은 살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제23회 설봉철인삼종대회:
화장실 갔다 부리나케 호수로 가서 수영으로 몸을 풀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비는 거의 거쳤고 대회가 취소되지도 않았다. 7시 30분부터 이천 부시장을 위시한 지역명사들의 지루한 축사가 있었다.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 입장에서 제일 참가를 후회하는 시간이 출발 바로 전일 것이다. 출전하는 병사의 심정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긴장된 상황이 너무 싫다.
수영(1.5km)
8시 조금 지나 엘리트 선수들이 들어 갔고 이어 1분 간격으로 에이지 그룹 선수들이 출발 했다. 호수가 작아 무리하게 750m 코스를 만들다 보니 입구가 좁아 출발지에서 몸싸움이 심하다. 바로 앞도 불 수 없을 정도로 탁한 흙탕물 속을 허우적 거리던 선수 한 명이 몸에 이상이 생겼는지 보트한대가 그를 싣기 위해 앞을 가로 막았다. 어둠은 막연한 공포를 준다. 파도 치는 검푸른 바다로 뛰어든 다이버가 공포로 숨을 못 쉬는 걸 여러 번 봤다. 극단의 공포는 우리 신체 기능을 제약해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인간에게 경험 보다 더한 자산은 없다. 초보시절 수영출발하자말자 미친듯이 허우적대던 그 단계는 지나간 것 같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 흥분된 스토로크가 엄청나게 체력을 고갈시켜 기록을 저하시킨다. 출발은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해야 한다. 우리 몸이 움직임에 적응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호흡을 서서히 올려야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우린 100m 단거리 선수가 아니다. 1.4km 를 더 물속에서 버둥거려야 한다.( 0:26:04)
사이클(40km):
뿌연 잿빛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도로에서 미끄러지지만 않는다면 비 오는 날 시합하는 게 햇빛이 쨍쨍 비치는 무더위 속보다야 몇 백배 낳다. 전번 두 번의 시합에서 출발하자 말자 다리가 뭉쳐 속도를 낼 수 없어 걱정했었는데 이번엔 생각보다 잘 나갔다. 장비를 갖고 하는 운동은 장비에 따라 경기력이 많이 좌우되는 게 사실이다. 15년도 더 된 낡은 26인치 사이클을 타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꺼 라는 놀림도 많이 받았지만, 프로선수들 보다 더 비싼 사이클로 무장한 아마추어 선수들이 부럽지 않는 건 나만의 지나친 자만심일까? 사이클은 못 바꾸더라도 기아변속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고물잔차 언제 수리라도 해야 할 것 같다.(1:09:33)
바꿈터:
바퀴 바람 넣는다고 정신이 없어서 확인 못했는데 바꿈터 입구는 두 개로 나누어져 있었다. 사이클 끝나고 아무 생각 없이 가까운 쪽으로 들어 갔는데 아무리 찾아도 내 번호가 보이지 않아 입구 쪽으로 나오니 다른 입구가 있어 그쪽으로 들어가 미로처럼 여러 번을 돌아 겨우 내 자리를 찾아 사이클을 거치시키고 운동화를 갈아 신고 들어 갔던 입구로 다시 나왔다. 출구는 따로 있는 것을 그때야 눈치챘다. 달리기에서 1분을 줄이기 위해서는 얼마나 어려운데 거의 2분 이상의 시간을 바꿈터에서 까먹어 버렸다. 이것이 얼마나 뼈아픈 실책이었는지 당시엔 알지 못했다.
런(10km):
설봉공원 가파른 언덕을 4바퀴 돌아야 하는 런 코스는 내가 경험한 최악의 난코스다. 출발하자마자 마주 친 언덕, 아픈 아킬레스건이 뭉쳐 금방 쥐가 날 것 같은 충격이 왔다. 걷듯이 천천히 뛰며 근육이 풀어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2바퀴 정도가 지나서야 런러스하이라는 홀몬이 나와서인지 고통이 경감되며 뛸만한 상태가 되었다. 마지막 바퀴째 결승 300-400m 정도를 남기고 5살 더 많은 박종섭 선배가 날 추월했다. 4-5m를 두고 따라갔다. 재 추월하여 치졸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싶지는 않았다. 추월 당했을 때 난 이미 패배를 인정했다. 내가 그렇게 늦게 뛰었다는 걸 나중에 기록보고 알았다. 훈련은 정말 정직하다. 우리 기록이란 건 훈련한 만큼 나온다. (0:57:29) (Total= 2:33:05)
FINISH LINE:
비와 땀에 흠뻑 젖은 새앙쥐 같은 모습으로 finish line을 통과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사람들은 감동을 받는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지 못한 선수는 실망감을 가질 뿐이다. 인간은 간사한 동물이다. 힘들 때는 그냥 완주라도 하면 좋겠다고 하다가도 시합이 끝나면 좀더 최선을 다하지 못한 걸 후회한다. 이재범, 강창수, 박종섭에 이어 4위를 했다. 상품 많이 준비했으니 한 사람도 가지 말고 시상식 끝나고 가라는 주최측의 목소리를 들으며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http://triathlonmania.tistory.com/
순위 | 이름 | 배번 | 소속 | Swim | t1 | Bike | t2 | Run | To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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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이재범 | 481 | 경기 | 00:26:44 | 01:05:20 | 00:49:11 | 02:21:15 | ||
2 | 강창수 | 484 | 경기 | 00:24:33 | 01:10:27 | 00:57:14 | 02:32:14 | ||
3 | 박종섭 | 505 | 경기 | 00:26:44 | 01:15:30 | 00:50:47 | 02:33:01 | ||
4 | 이광원 | 487 | 서울 | 00:26:04 | 01:09:33 | 00:57:29 | 02:33:05 | ||
5 | 정남식 | 491 | 충남 | 00:29:46 | 01:10:50 | 00:52:58 | 02:33:34 | ||
6 | 박양수 | 493 | 전남 | 00:30:53 | 01:12:49 | 00:51:38 | 02:35:20 | ||
7 | 최동현 | 476 | 경기 | 00:26:38 | 01:11:21 | 00:59:02 | 02:37:01 | ||
8 | 조만수 | 477 | 경기 | 00:32:59 | 01:14:03 | 00:56:45 | 02:43:46 | ||
9 | 정풍우 | 503 | 경기 | 00:29:25 | 01:19:58 | 00:59:21 | 02:48:43 | ||
10 | 박종표 | 488 | 경기 | 00:30:22 | 01:17:12 | 01:03:06 | 02:50:38 | ||
11 | 임형섭 | 490 | 충북 | 00:34:12 | 01:21:13 | 01:01:55 | 02:57:18 | ||
12 | 이길동 | 499 | 대전 | 00:29:31 | 01:26:45 | 01:07:32 | 03:03:47 | ||
13 | 강창훈 | 501 | 충남 | 00:32:54 | 01:28:51 | 01:02:56 | 03:04:39 | ||
14 | 임문수 | 495 | 경기 | 00:34:32 | 01:23:06 | 01:07:09 | 03:04:46 | ||
15 | 최순배 | 480 | 경기 | 00:30:36 | 01:19:53 | 01:14:32 | 03:05:00 | ||
16 | 김명수 | 574 | 전남 | 00:41:22 | 01:20:04 | 01:09:10 | 03:10:34 | ||
17 | 강한옥 | 482 | 서울 | 00:39:41 | 01:25:46 | 01:10:56 | 03:16:22 | ||
18 | 김명득 | 494 | 서울 | 00:33:59 | 01:23:57 | 01:18:49 | 03:16:45 | ||
19 | 김홍중 | 485 | 경기 | 00:39:46 | 01:23:25 | 01:13:40 | 03:16:50 | ||
20 | 유승우 | 498 | 서울 | 00:37:34 | 01:33:57 | 01:11:17 | 03:22:48 | ||
21 | 이경문 | 486 | 경기 | 00:42:15 | 01:31:06 | 01:13:12 | 03:26:33 | ||
22 | 신성호 | 478 | 경기 | 00:43:42 | 01:32:21 | 01:14:57 | 03:30:59 | ||
23 | 윤형중 | 509 | 경기 | 00:39:27 | 01:35:34 | 01:24:15 | 03:39:15 | ||
24 | 나호림 | 506 | 경기 | 00:41:41 | 01:43:35 | 01:20:52 | 03:46:07 | ||
25 | 박정욱 | 500 | 울산 | 00:40:03 | 01:40:51 | 01:27:03 | 03:47:56 | ||
DNS | 이희찬 | 508 | 경기 | ||||||
DNF | 최면호 | 507 | 경기 | 00:36:19 | 01:22:24 | 00:37:43 | 02:36:40 | ||
DNS | 함석태 | 504 | 경기 | ||||||
DNF | 양현모 | 502 | 강원 | 00:41:26 | 00:57:21 | 01:12:07 | 02:50:53 | ||
DNS | 채희영 | 497 | 경기 | ||||||
DNS | 이명준 | 496 | 서울 | ||||||
DNS | 박명하 | 492 | 경기 | ||||||
DNF | 이상섭 | 489 | 경기 | 10:16:08 | 00:47:45 | 03:03:33 | |||
DNS | 김창성 | 483 | 충청 | ||||||
DNS | 유일수 | 479 | 경기 | ||||||
DNS | 최원규 | 475 | 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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